홍삼과 위스키의 놀라운 공통점 세가지

최초입력 2018.02.07 15:01:00
최종수정 2018.02.07 14:16:04

*매일경제에서 식품을 담당하고 있는 이덕주 기자입니다. 식품야사는 우리가 잘 아는 식품을 산업적인 관점에서 다뤄보는 시리즈 기사입니다. 매경프리미엄(premium.mk.co.kr) 사이트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식품야사-5] 시작부터 생뚱맞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홍삼과 위스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입으로 들어간다는 포괄적인 공통점 외에 제가 홍삼과 위스키 산업을 접해보면서 발견하게 된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홍삼과 위스키의 첫 번째 공통점은 바로 비싸다는 것입니다.

애들 홍삼이라고 전혀 싸지 않습니다
▲ 애들 홍삼이라고 전혀 싸지 않습니다


국내 1위 홍삼 브랜드인 정관장의 에브리타임은 10㎖ 30포가 9만6000원입니다. 개당 3200원인데요. 밥숟가락 하나에 들어가는 액체의 양이 5㎖라고 하니 밥숟가락 한 스푼 양이 1600원에 달하는 셈입니다.

위스키의 경우 대형마트 기준 조니워커 블루레이블 가격이 26만5000원대(750㎖)입니다. 역시 ㎖ 당 350원 정도의 가격입니다.

위 제품들은 대중적이고, 역시 위스키 브랜드인 글렌피딕의 1937년 레어 컬렉션 제품은 2016년 6만8500파운드(약 1억원)에 경매에서 팔렸다고 합니다. 위스키 700㎖ 병이 보통 위스키 잔으로 23잔이 나온다고 하니 잔당 가격이 434만원이 되겠네요.

홍삼과 위스키 가격은 왜 비싼 걸까요? 홍삼이 몸에 좋고 면역력을 높여줘서? 위스키는 향이 좋고 고급 술이어서 그런 것일까요?

홍삼의 면역력 강화 효과는 식약처에서도 공식 인정(?)했다고 합니다. 또한 홍삼에 많이 들어있는 사포닌도 여러 가지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의심스럽습니다. 과연 홍삼에 이 정도의 가격을 지불할 만큼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가 있을까요? 물론 홍삼회사들은 그렇다고 말하겠지요.

인삼의 주요 성분을 담은 '진사나(Ginsana)'라는 영양제가 있습니다. 파마톤 내추럴 헬스라는 기업에서 만드는 이 영양제는 우리에게도 직구 사이트로 유명한 아이허브에서 불과 1만6000원에 팔 고있습니다. 2알씩 총 52일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에브리타임의 1회분이 3200원이라면 진사나는 300원에 불과합니다. 성분만으로 본다면 진사나를 먹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높지 않을까요?

진사나에는 몇년근 인삼이 들어갈까요
▲ 진사나에는 몇년근 인삼이 들어갈까요


위스키도 과연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마실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듭니다. 위스키는 그 역사와 다양성을 공부하면 할수록 더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스키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바쁘게만 사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소주나 위스키나 그냥 같은 '독한 술'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소위 고가 마케팅이라고 사람들의 사치심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닌가 말이죠. 양주회사들과 KGC인삼공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닐까요?

홍삼과 위스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시간입니다. 홍삼과 위스키에는 많은 경우 제품명에 숫자가 붙습니다. 6년근 홍삼. 17년산 위스키 같은 식으로 말이죠. 홍삼과 위스키가 비싼 이유는 이 시간에 있다는 것이 회사들의 설명입니다.

좋은 인삼을 6년근 인삼으로 치는 것은 6년 동안 인삼을 키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통 인삼은 4년근에서 5년근으로 갈 때 10~30%가 죽고 6년근으로 갈 때 다시 30% 정도 죽는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4년근이나 5년근 인삼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성분은 동일하지만 생산성은 더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과는 무관하게 국내에서는 가장 좋은 인삼을 6년근으로 치고 있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은 길고 지루한 시간입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이었던 아이가 대학생이 되는 시간입니다. 계약을 통해 농민들에게 6년간 재배를 맡기고 이를 수확해 가는 KGC인삼공사에도 이 시간은 긴 시간입니다. KGC인삼공사는 인삼이 제대로 자라는지 농약검사, 중금속검사 등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긴 시간을 기다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서 수확입니다. 종종 인삼밭에서 인삼을 무더기로 훔친 소식이 뉴스에 나오는 이유는 인삼 가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확을 해서 이를 KGC인삼공사의 공장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생산자들이 연산을 속이거나 중국산 인삼을 넣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KGC인삼공사는 전 직원을 동원합니다. 인삼 수확 시기인 9~11월이 되면 KGC인삼공사 직원들에게는 각각 인삼밭이 배정됩니다. 그리고 이 밭에서 수확이 이뤄지면 이곳에 내려가서 수확 과정을 하루 종일 지켜봐야 합니다. 이 직원이 있어야 수확이 가능하고, 이 직원이 보는 앞에서 수매가 이뤄집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계약 재배농가들이 가져온 수삼(땅에서 캐내온 상태의 인삼)을 등급별로 분류합니다. 정관장에는 등급별로 나뉜 것 중 우수한 인삼이 사용됩니다. KGC인삼공사에 따르면 정관장이 다른 제품들에 비해 비싸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이유는 이 같이 품질관리를 까다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장 고급의 홍삼은 천삼(天蔘) 등급으로 구분됩니다.

최고급 홍삼 제품인 천삼 10지(600g)은 620만원이라고 합니다.
▲ 최고급 홍삼 제품인 천삼 10지(600g)은 620만원이라고 합니다.


위스키는 어떨까요? 위스키는 보리맥아(몰트)와 호밀, 밀, 옥수수 등 곡물로 만든 증류주입니다. 맥주도 몰트와 곡물로 만드는 술인데 이를 끓이면 만들어지는 것이 위스키인 것입니다. 특히 위스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만든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라고 불리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다양한 위스키 브랜드(조니워커, 발렌타인, 윈저, 임페리얼, 맥캘란, 글렌피딕)가 모두 스카치 위스키입니다. 대영제국이 세계로 확장하면서 위스키가 전 세계에 전파됐고 고급 술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일단 한번 만들어진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장기간 숙성 기간을 거칩니다. 위스키에 붙는 연도는 오크통에서 몇 년간 있었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30년산 위스키가 비싼 이유는 이 술을 만들기 위해 30년이라는 기간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매년 2~3%가 자연 증발해서 사라지고 숙성 과정에서 풍미가 더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위스키는 비싸지는 것이라고 위스키 회사들은 말합니다.

연산이 없는 위스키도 숙성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최소 3년의 숙성을 거칠뿐만 아니라 같은 위스키 중에서도 품질에 따라 등급과 가격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조니워커 블루의 경우 다양한 연산의 위스키 원액 중 가장 최고급을 사용해서 만든다고 합니다.

조니워커는 오른쪽으로 갈 수록 가격이 비싸집니다. 레드-블랙(12년산)-더블블랙-골드-18년산-블루.
▲ 조니워커는 오른쪽으로 갈 수록 가격이 비싸집니다. 레드-블랙(12년산)-더블블랙-골드-18년산-블루.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홍삼이든 위스키든 굳이 오래 기다려서 먹고 마실 이유가 있을까요? 결국 시간이라는 것도 가격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냐는 것이죠. 실제로 5년근 인삼으로 만들어진 홍삼 제품도 판매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최근 낮은 도수의 무연산 위스키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위스키와 홍삼의 세 번째 공통점을 또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바로 특정 국가에서 나오는 농산물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책을 보면 고려인삼이 중국이나 일본과의 무역에서 많이 사용되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국에서 자란 인삼을 최고급 제품으로 쳤다는 것입니다. 인삼을 쪄서 건조해 홍삼으로 만드는 것도 조선 정조시대 개성상인들이 개발했다는 것을 보면 한국산 인삼이라는 것이 동아시아에서 프리미엄 가치를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카치 위스키도 비슷합니다. 스코틀랜드의 곡물과 물을 이용해 스코틀랜드에서 제조된 위스키만이 스카치 위스키로 불립니다. 영국은 법률을 통해 스카치 위스키라는 이름을 쓰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같은 재료라면 홍삼이든 위스키든 다른 지역에서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로 위스키는 아일랜드에서 만든 아이리시 위스키, 미국에서 만든 버번 위스키의 역사가 깁니다. 제임슨, 잭다니엘이 각각 대표적인 아일랜드, 미국 위스키 브랜드입니다. 심지어 일본, 대만에서도 위스키는 생산되고 있습니다. 홍삼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중국산 가짜 홍삼이 국내에 유입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홍삼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만 카발란 킹카(!)위스키
▲ 대만 카발란 킹카(!)위스키


이 같은 다양한 위스키, 중국산 홍삼이 나타나는 이유는 '특정 국가 농산물'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높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와인은 어쩌면 이런 지역의 가치가 많이 무너진 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와인을 생각하면 프랑스를 떠올리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와인을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칠레, 호주에서도 좋고 비싼 와인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 어디서든 맥주가 생산되고 있는 것처럼 와인도 전 세계에서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요약해보자면 홍삼과 위스키가 비싼 이유는 이를 만드는데 투여되는 많은 시간과, 노력, 품질관리 때문이며 한국산, 스코틀랜드산이라는 지역적인 가치도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카치 위스키에 비견될 만한 '한국의 쌀'로 만든 술은 있을까요? 위스키와 와인은 유럽이라는 좁은 땅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인 산업과 문화가 되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쌀로 빚은 전통주(막걸리, 청주, 소주 등)는 세계적인 상품이 되지 못한 데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참이슬, 처음처럼 같은 희석식 소주의 주재료는 감자와 고구마입니다). 서양 국가들과 역사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중국의 백주, 일본의 사케가 고유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된 것에 비하면 어딘가 부족해 보입니다.

위스키와 홍삼을 지금의 산업으로 키운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소비자들의 사랑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홍삼 시장이 큰 것은 홍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기때문입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위한 홍삼 제품을 구매하는 엄마들은 홍삼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스키를 마시고 이를 고급 문화로 만든 배경에는 영국인들의 자국 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것입니다.

소주도 숙성하면 위스키가 될 수 있을까요
▲ 소주도 숙성하면 위스키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농산물'로 만든 명품 술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서 말입니다. 프리미엄 증류주를 만드는 광주요 그룹의 '화요', 오미자로 만든 명주를 만들고 있는 '오미나라', 대통령 만찬주로 유명해진 풍정사계 등등. 심지어 참이슬을 만드는 하이트진로에서도 '일품 진로'라는 이름의 10년 숙성 증류소주를 팔고 있습니다. 이런 술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덕주 유통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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