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급락 패닉 속 선방한 토종 로보어드바이저는?

최초입력 2018.02.12 15:01:00
최종수정 2018.02.13 11:19:03

[재계 인사이드-103] 연초만 해도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거침없이 올랐습니다. 덩달아 코스피, 코스닥도 랠리를 타며 올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지요. 그런데 2월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2월 첫 주 일주일 사이 다우존스 지수는 8%까지 떨어지다 보니 국내 증시도 줄줄이 하락세(코스닥 10%, 코스피 8%)를 면치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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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상승이 증시를 끌어내렸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실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9일 한때 2.88%까지 치솟았습니다. 10년물 금리는 미국의 모든 대출 금리와 주택 모기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물인데요. 이럴 경우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은 그만큼 상환해야 할 부담이 커지다 보니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 탓에 증시는 급락했다는 관전평이 많습니다.

더불어 급락의 또 한 가지 이유는 알고리즘 매매(Algorithmic Trading) 때문이라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알고리즘 매매란 일정한 논리 구조나 프로그램을 만들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설정된 주식 거래 방식입니다. 시장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 소식이 나오면 인공지능이 위험으로 인식해 주식을 자동으로 시장에 내놓는 거죠. 흔히 사람들은 공포감, 패닉 등으로 폭락 장세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데요. 기계적인 투자 방식은 이런 시장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대응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 AI가 일순간 '매도(팔자)' 주문을 왕창 냈을 때 증시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덩달아 매도세로 전환할 있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급락 장세 속에서 또 다른 인공지능, 즉 자산운용을 대신 해주는 토종 로보어드바이저(로봇·robot)과 자문(advisor)을 합친 말, 빅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자 성향에 맞는 자산을 자문·운용하는 서비스)는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요.

여러 업체 중에서도 한 투자자로부터 자기가 투자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에임의 '에스더'가 선방했다고 귀띔했습니다. 그 투자자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에임의 '안정형 포트폴리오' 상품에 가입했다는 그는 지난 일주일간 국내외 증시가 8% 정도 떨어졌을 때에도 +0.4% 수익률로 선방했다고 직접 앱을 열어 보여줬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급락장에서 오히려 수익률 방어를, 그것도 로봇이 알아서 척척 잘할까 해서 에임을 직접 접촉해봤습니다.

이지혜 에임 대표
▲ 이지혜 에임 대표


에임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퀀트(계량분석) 트레이더'로 10년 정도 일하며 약 1000억달러의 운용자산을 관리했던 이지혜 대표가 돌연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한 회사입니다. 고액 자산가만을 위한 자산운용이 아니라 누구나 소액으로도 양질의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게 진입 장벽을 낮추고 투자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였다는데요. 그러려면 최대한 인건비를 대체하면서도 안정적인 투자전략을 짜줄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필요하겠다고 봐서 직접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네요.

막상 사업 시작하고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답니다. 투자자문업 등록 시 보이지 않는 신고 장벽, 앱을 만들어놓고도 기어이 투자자 대면 후 일임형 투자 상품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유권해석 등의 규제 등 예기치 못한 시행착오(?)도 많았다지요. 힘 빠지는 일도 많았다지만 그래도 버티는 이유는 꾸준히 에임의 로보어드바이저 '에스더'를 믿고 가입하는 소액 투자자 덕분이랍니다.

그렇다면 에스더는 어떻게 이 급락장에서 버텼을까요.

"경기 국면 변화에 흔들림 없는 투자를 지향하도록 설계했어요. 경기 사이클이 성장 국면일 때는 시장 지수를 그대로 추종해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올리고, 반면 불황 국면으로 진입이 감지되면 현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계량화한 겁니다. 특히 불황 국면에서는 자산가치 하락폭(MDD, Maximum Drawdown) 관리에 집중하도록 한 게 이번 급락장에서 선방한 요인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평가 손실이 커지면 전형적인 'behavioral bias(심리적 불안)'에 빠져 최저점인데 매도를 하면서 손실을 보지요. 이런 오류를 미연에 방지하고 경기 둔감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놓는 식입니다."

에임은 이런 알고리즘 특성에 힘입어 지난해 고객별 위험수용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8.9~21%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발 급락 장세에도 안정형 포트폴리오의 경우 플러스 수익률을 냈고, 공격형의 경우 최대 하락폭은 4.1%로 제한됐다고 하네요.

물론 '사이드미러를 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과거 수익률이 좋다 해서 꼭 미래 수익률도 높을 것이란 보장은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에스더'의 소견이 궁금한 건 사실입니다.

이 대표는 "에임의 알고리즘 에스더는 현재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건강한 성장 국면에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6%로 높아졌고, 2018년은 3.7% 이상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절대 고용에 가까운 4%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렇게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일부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미국 정부가 경기 과열을 우려해 생각보다 빨리 통화긴축 정책을 가동할 수 있다'는 시각이 최근 증시 조정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에스더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경기 사이클은 7~10년을 주기로 반복되며, 현시점은 전체 사이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성장 국면의 끝자락에 이른 상태로 파악한다. 따라서 이제는 경기 하강 국면(Late Cycle)으로의 진입을 준비해야 하는 때다. 즉 뚜렷한 방향성의 상승장이 이어지는 지난해와 달리 변동성이 높아지며 경기 수축 국면으로 전환을 대비해야 할 시기"라고 전했습니다.

분석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자산 포트폴리오, 즉 내 돈은 어떻게 굴려야 할까요.

에스더는 연내 본격적인 경기 수축 국면 변화가 감지되면 포트폴리오 내 주식이나 펀드를 채권, 현금 등 안전자산으로 최대 30%까지 옮겨놓으라고 합니다. 큰 틀의 포트폴리오 자산 재배분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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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대표는 "변동성이 높아진 시장에서는 주기적인 포트폴리오 미세조정(리밸런싱)을 통해 균형 있는 수익 실현과 저가 매수의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더불어 지금 달러를 좀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네요. 그는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한 달러 가치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즉 단기 환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달러화 매수, 달러 기반 해외 투자가 유리한 시점"이라고 조언합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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