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588'만 개발 중?···전국 집창촌은 변신 중

최초입력 2018.03.23 06:01:00
최종수정 2018.03.23 09:19:30

[전국구 와글와글-27]
-'해운대 609'는 호텔로, 대구 '자갈마당'은 복합용도로 개발...'청량리 588'은 다음달 65층 주상복합 분양

옛 해운대609
▲ 옛 해운대609


"총각 잠깐 쉬었다 가~." 낯선 아줌마가 손목을 잡아끌며 소리쳤던 이런 민망한 얘기를 이제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게 됐다.

전국에 있는 성매매집결지가 호텔과 주상복합건물 등으로 개발되면서 도시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집창촌인 속칭 '해운대 609'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올 상반기 공사에 들어가 지하 5층, 지상 37층 규모 주거형 호텔로 개발한다. 토지 소유자와 세입자들이 호텔 개발에 동의하고 토지매매까지 완료됨에 따라 20여 개 업소가 영업해 온 집창촌 609는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옛 대구 자갈마당
▲ 옛 대구 자갈마당


110년의 역사를 이어온 대구 유일의 성매매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도 올해 안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최근 대구경북연구원이 1년간에 걸쳐 진행한 '성매매집결지 주변 정비'와 관련한 기본구상 용역 결과를 검토하고 "전면 철거 후 복합용도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대구 중구 도원동에 위치한 자갈마당은 대구 도심에 위치해 있고 인근에 12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지난해 말 입주해 재개발 매력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이미 시행사 한 곳도 2년 전부터 자갈마당 인근에 사무소를 차리고 토지 소유주들을 설득해 용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갈마당은 1908년 일본인들이 조성한 집장촌으로 올해 110년이 됐다. 당시 대구역 일대가 한반도 내륙 교통의 요충지로 번성하면서 대구역 근처인 이곳에 일본인들이 집창촌을 만들었다. 당시 저습지였던 이곳은 비만 오면 땅이 질척해 자갈을 많이 깔아놓았다고 해서 '자갈마당'이란 이름이 유래됐다.

1996년에는 대구시가 이곳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상품화하기 위해 '섹스타운(성인위락지구)'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백지화하기도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도심 부적격시설인 성매매집결지를 조기에 정비해 자갈마당 일대를 새로운 도시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며 "도시 정체성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홍등가인 사상구 '포프로 마치'도 복고풍 거리로 재탄생했다. 한때 100여 곳의 유흥업소가 영업을 하던 이곳은 사상구가 2015년부터 32억원을 들여 주거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실제 성매매업소로 운영되던 2층짜리 빈집을 리모델링해 1층에는 다방을, 2층에는 마을회관을 조성했다. 퇴폐적인 모습을 지우고자 1970, 1980년대 복고풍 분위기를 내도록 꾸몄다.

일대 36개 상점 간판도 같은 느낌으로 교체하고 마을 입구에는 '포플러' 모양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했다. 도로 바닥을 색감 있게 바꾸고 방범용 CCTV와 보안등까지 설치하면서 골목길(110m)은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했다.

경기 파주시는 1만7000㎡ 규모의 속칭 '용주골' 집창촌을 환경정비한 뒤 일부 건물을 임대해 전통등 공방 및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주민이 직접 만든 8800여 개의 전통등을 시가지에 설치해 '빛 둘레길'도 조성했다.

올해부터는 국비 등 104억원을 들여 2021년까지 용주골 일대를 문화명소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올해는 주민공동체 사무실과 주민 소통공간인 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하고 관광객들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 용지(7900㎡)를 사들여 조성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용주골 삼거리부터 연풍초등학교까지 1㎞ 구간의 건물 외관을 1960∼1970년대 모습으로 꾸며 창작문화거리로 조성하고 빈 점포에는 피규어와 미니어처, 압화 작가들을 입주시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드라마 등을 촬영할 수 있는 세트장도 조성하고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들어 관광객의 편의를 높일 예정이다. 경의선 파주역에서 갈곡천 제방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5㎞를 둘러볼 수 있는 코스도 만들 방침이다.

6·25 전쟁 때 미군기지가 들어서며 생겨난 용주골은 한때 2만여 ㎡에 성매매업소가 200여 곳, 종사자가 500∼60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성매매집결지 중 한 곳이었다.

경기 포천시는 마을 내 연꽃밭과 연계한 다양한 상품,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연 59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사업은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 것으로 연간 6000명에 가까운 외부 방문객이 찾았다.

청량리 588 개발 조감도
▲ 청량리 588 개발 조감도


성매매집결지의 대명사로 통하는 서울 '청량리588'의 경우 이미 지난해 철거에 들어갔다. 이곳에는 2021년 65층 규모 주상복합건물 4개동과 호텔·백화점 등을 갖춘 42층 랜드마크타워가 건립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다음달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620(청량리 4재정비촉진구역)을 재개발한 '청량리 롯데캐슬' 주상복합을 일반분양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성매매집결지 정비는 도시미관과 시민정서 등을 고려할 때 필수불가결한 결정"이라며 "상당수 집창촌이 주요 기차역, 도심부 등에 위치해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박동민·대구/우성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