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의 저주? 부산 초고층건물 추진 기업들의 수난

최초입력 2018.03.29 15:01:00
최종수정 2018.03.29 14:34:35

[전국구 와글와글-29] '마천루의 저주'가 부산에(?). 초고층 빌딩을 지은 회사나 도시가 경제위기나 슬럼프에 시달린다는 속설인 마천루의 저주가 부산에 나타나고 있다.

마천루의 저주는 1999년 도이치뱅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가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가설이다. 초고층 빌딩건설 프로젝트는 통화정책 완화시기에 시작되지만 완공시점에는 경기 과열이 정점에 이르고 버블이 꺼지면서 결국 경제 불황을 맞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1930년과 1931년 미국 뉴욕에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질 무렵 세계 대공황이 시작됐다. 또 1997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가 건설되자 아시아 전체가 외환위기(IMF)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고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두바이는 완공을 불과 2개월 앞둔 2009년 11월 국영기업 두바이 월드가 채무상환유예를 선언하며 마천루의 저주 사례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런데 부산에 100층 이상 초고층을 지으려고 시도한 회사 3곳이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변동 때문이 아닌 또 다른 '마천루의 저주'가 들어맞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솔로몬그룹이 추진하던 월드비즈니스센터 /사진제공 = 연합
▲ 솔로몬그룹이 추진하던 월드비즈니스센터 /사진제공 = 연합


가장 먼저 사업이 주저앉은 곳은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옛 솔로몬타워. 당초 이 땅은 솔로몬그룹이 108층 규모의 랜드마크 건물을 짓기로 한 곳인데 우리저축은행에 공매로 넘어갔다가 2014년 12월 부산의 중견 건설업체 동원개발 관계사인 신세기건설에 팔렸다. 신세기건설은 아직 이렇다 할 건물 신축 계획이 없어 당분간 이 땅은 그대로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사업을 추진한 솔로몬그룹은 아예 공중분해되면서 마천루의 저주를 그대로 받은 셈이 됐다.

롯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부산롯데타운 /사진제공=연합
▲ 롯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부산롯데타운 /사진제공=연합
부산시 중구 중앙동 옛 부산시청 터에 짓기로 한 107층 규모의 부산롯데타운은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서울 잠실에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했지만 부산에서는 터파기 공사를 끝내고 상부공사는 아예 중단된 상태다.

지연된 이유는 롯데 측이 용도변경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관광사업시설 및 공공용지'로 허가받은 107층 일부를 사업수익 보장을 위해 아파트로 지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롯데는 107층짜리 롯데타운 가운데 1∼48층에 오피스텔을, 49∼83층에 아파트를, 84∼104층에 호텔을, 105∼107층에 전망대를 넣겠다며 2009년 매립목적 변경신청을 했지만 부산해양수산청이 이를 반려했다.

매립 이후 10년이 지나면 공유수면매립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롯데는 부산해양수산청이 아닌 부산시의 허가만 받으면 관광시설 및 공공시설 건립이라는 애초 매립목적을 변경할 수 있어 롯데는 올해 9월 이후 부산시에 주거시설을 포함한 사업계획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다.

마천루의 저주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부산롯데타운이 추진되는 동안 롯데그룹에는 수많은 평지풍파가 있었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은 유난히 굴곡진 한 해를 보냈다. 연초부터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1순위로 꼽히며 수난을 겪은 이후에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고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 재판까지 겹치면서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지난 2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롯데는 초유의 총수 공백 상황을 맞고 있다. 롯데는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지주회사로의 전환, 호텔롯데 상장, 경영권 문제 등이 얽혀 있어 그룹 경영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 엘시티 공사 현장 /사진제공 = 연합
▲ 해운대 엘시티 공사 현장 /사진제공 = 연합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짓고 있는 엘시티도 마천루의 저주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엘시티 시행사의 실소유주인 이영복 회장은 물론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리고 엘시티 사업 편의제공 명목으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뇌물 및 정치자금 합계 약 5억32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재선인 자유한국당 배덕광 의원(부산 해운대구을)은 이 회장으로부터 현금 5000만원을 받고 유흥주점 술값 2700여만원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엘시티 비리로 기소된 피고인들 가운데 가장 무거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고 정기룡 전 부산시장 경제특보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최측근 인사인 김 모씨도 이 회장으로부터 2억2700여만원을 받아 사무실 운영비와 비선조직 관리 비용 등으로 쓴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엘시티는 그나마 최근까지 공사는 잘 진행되고 있었지만 지난 2월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추락사고로 공사가 아예 전면 중단된 상태다. 지난 2일 오후 1시 50분께 해운대 엘시티 A동(최고 85층) 공사현장 55층에서 근로자 3명이 작업 중이던 안전작업발판이 200m 아래 지상으로 추락해 4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이와 관련해 부산고용노동청은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17명을 투입해 엘시티 공사장에서 특별감독을 벌여 266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적발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266건의 적발 사항 중 127건은 사법처리하고 나머지 139건에는 과태료 3억원을 부과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작업중지 명령의 해제 시점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정지원 부산고용노동청장은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이 확실히 제거된 후에 사고 직후 내린 전면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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