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5만명 찾는 맨발축제, 유래는 신사도(紳士道)?

최초입력 2018.04.13 06:01:00
최종수정 2018.04.12 18:06:23

지난해 열린 계족산 맨발축제 참가자들이 황톳길을 걷고 있다. /사진제공=맥키스컴퍼니
▲ 지난해 열린 계족산 맨발축제 참가자들이 황톳길을 걷고 있다. /사진제공=맥키스컴퍼니


[전국구 와글와글-33]
'황톳길 힐링'…대전 계족산서 5월 12∼13일 맨발축제
마라톤·클래식 공연 등 마련

맨발족들의 향연인 '2018 계족산 맨발축제'가 다음달 12∼13일 대전 대덕구 장동 계족산 황톳길에서 열린다. 올해로 12년째를 맞는 이 축제는 계족산 14.5㎞에 깔린 황톳길을 맨발로 걷거나 달리며 다양한 공연 등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에코힐링'(eco-healing) 이벤트다. 매년 전국에서 5만명이 찾는 국내 유일의 맨발문화축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축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유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행사의 주최자는 대전 충청권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다.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자'는 에코힐링 캠페인 실천을 위해 2006년 마사이 마라톤을 연 것이 시작이었다. 맥키스컴퍼니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계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선 호출기(삐삐) 연결음 음악 서비스 '700-5425'로 유명했던 IT 기업 창업자인 이 회사 조웅래 회장이 소주업체 선양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조 회장이 계족산에서 동창 산행 모임을 하다 여자친구 두 명이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고생하는 것을 보고 운동화를 벗어 준 게 시작이었다. 결국 조 회장은 맨발로 자갈 섞인 산길을 다섯 시간이나 걸어야 했다. 발 상태가 엉망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발바닥 자극으로 온몸에 열이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잠도 푹 잤다.

지난해 열린 계족산 맨발축제에서 외국인 참가자들이 황토를 밟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제공=맥키스컴퍼니
▲ 지난해 열린 계족산 맨발축제에서 외국인 참가자들이 황토를 밟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제공=맥키스컴퍼니


그는 '맨발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하며 무릎을 탁 쳤다. 그 후로 그는 망설임 없이 황토를 사다가 계족산 14.5㎞ 숲길에 깔았다. 그때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맨발 산행을 권했다.

세차게 비가 오면 황톳길이 휩쓸려 가고, 닳아 없어졌지만 끓임없이 메우면서 황톳길을 유지했다. 황톳길을 처음 깔기 시작했을 땐 3000t이 넘는 황토를 구해 매년 봄철에 채워야 했다. 황톳길이 조성된 지금도 매년 2000t가량의 황토를 들이붓는다. 한 해 비용만 7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황톳길을 까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사람들도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맨발 마라톤대회와 맨발 걷기대회를 개최해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게 만들었다.

2007년부터는 주말마다 숲속 음악회를 열어 계족산을 문화공원으로 만들었다. 사람이 몰려들자 이번에는 숲속 음악회를 열었다. 정진옥 단장을 비롯한 '맥키스오페라 뻔뻔한 클래식' 단원들이 산에 올라 맨발 걷기 체험을 하는 시민들에게 노래와 공연을 보여줬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주말이면 5만명 이상이 찾는 휴식 공간으로 변모했고 자연(ecology)과 치유(healing)를 합한 '에코힐링(ecohealing)'이란 개념을 만들어 상표권까지 등록했다. 소주 만드는 회사가 '에코힐링 기업'이 된 것이다.

13년째 지속해 온 노력으로 계족산 황톳길은 연간 100만명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 3위, 여행 전문기자들이 뽑은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해발 423m의 평범한 계족산이 그의 아이디어 하나로 대전을 대표하는 명소가 된 것이다.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은 "계족산 황톳길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공간"이라며 "계족산 맨발축제는 황토·숲이란 자연과 사람의 맨발·문화를 잘 버무려 지자체·민간기업·지역민의 공동 노력으로 성장해 온 축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계족산 맨발축제의 장을 찾아 맘껏 힐링을 누리고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올해 축제 기간 동안 숲속 음악회장에서는 클래식 가수들이 펼치는 맥키스오페라 '뻔뻔(fun fun)한 클래식 공연'(오후 3시)이 펼쳐진다. 코스 곳곳에서는 사진 전시회, 맨발 도장 찍기, 사랑의 엽서 보내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황톳길을 맨발로 걷거나 달리는 축제 메인 행사인 '맨발 마라톤'은 둘째 날인 13일 열린다. 13㎞ 코스(참가비 1만5000원)로 진행되며 참가자들에겐 기념 메달과 완주증, 기념품이 제공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청소년 참가자를 위해 2000년 이후 출생자는 참가비가 없다. 외국인도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마라톤 외 맨발 걷기와 숲속 문화 체험은 별도의 신청 없이 즐길 수 있다. 축제에 앞서 이달 14일엔 '뻔뻔한 클래식'이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10월까지 매주 토요일·일요일 한 차례씩 연주된다.

[대전/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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