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높은데 고금리 이용 탈북민, 역시 이유는 '시장경제 적응 난항'

최초입력 2018.04.20 06:01:00
최종수정 2018.04.19 18:50:5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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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
-신용등급 높은데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 비중 남한보다 3배 높아
-직장 있지만 자산 적어 대출·세금 장기연체 비율도 높아

북한 이탈 주민들이 남한에 살던 기존 주민들보다 대출·세금 장기연체를 더 많이 겪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할 직장이 있어도 부동산 등 소유한 자산이 적기 때문에 정부의 대출규제·금리 인상에 취약한 데다 시장경제 경험이 부족한 탓에 신용 관리에 익숙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9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BOK 경제연구 '북한 이탈 주민의 신용행태에 관한 연구'를 발간했다.

연구는 소득·성별·연령·신용등급 등이 유사한 북한 이탈 주민과 남한 기존 주민을 각각 3161명 선정해 2010년 4분기~2017년 1분기 신용 데이터를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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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북한 이탈 주민들은 기존 주민에 비해 대출 연체 건수나 채무 불이행이 많았다. 2017년 3월 말을 기준으로 북한 이탈 주민의 1인당 연체 건수는 0.21건으로 기존 주민보다 0.06건 많다. 1인당 채무 불이행 건수 역시 북한 이탈 주민은 0.39건으로 기존 주민보다 0.21건 많다. 다만 연구팀은 "연체 건수는 시간이 가면서 둘 간의 격차는 좁혀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채무 불이행은 오히려 커졌다"고 말했다.

북한 이탈 주민과 기존 주민 간 1인당 연체 건수 차이는 2010년 4분기 0.09건으로 2012년에는 최대 0.36건까지 벌어진 뒤 다시 간격을 좁혔다. 반면 채무 불이행은 같은 기간 20.06건이던 것이 2012년 0.6건까지 벌어진 후 다시 줄어들기는 했지만 2016년 3분기 이후는 간격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북한 이탈 주민이 기존 주민들보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과 더불어 신용등급이 높은 경우에도 카드사나 할부·리스,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활용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고신용자(1~3등급)는 굳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 아니더라도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연구팀은 2012~2013년 사이에 두 집단 간 격차가 커진 것을 들면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2011년 6월)·제2금융권 가계부채 보완대책(2012년 2월)'이 시행된 여파에 주목했다. 당국이 대출을 조이자 북한 이탈 주민들이 제2 금융권 대출 의존도를 높였는데, 다시 제2 금융권 대출 규제책이 나오면서 소위 '대출 돌려막기'가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2011년 6월 말 고신용자가 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비중은 북한 이탈 주민은 15%, 기존 주민은 5% 정도였지만 2012년 2월 말에는 각각 28%, 3%로 달라졌다. 연구팀은 "북한 이탈 주민이 기존주민보다 다중채무와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데, 고신용자인 경우에도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식으로 신용관리에 익숙지 않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 1분기 기준으로도 북한 이탈 주민의 제2 금융권 고금리 대출 비중은 12%로 기존 주민(4%)보다 3배 높다.

전반적으로 북한 이탈 주민의 보유 자산이 적어 채무상황 여력이 낮다는 점도 '채무 불이행' 악순환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 이탈 주민 중 직장에서 소득을 얻는 비중이 74%여서 기존 주민(65%)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 보유 비중을 보면 북한 이탈 주민은 2010년 4분기~2017년 1분기 동안 평균 11%로 기존 주민(25%)의 절반 수준이다. 연구팀은 "연체는 자금 입출금 관리상의 실수나 금융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줄어들 수 있지만 채무 불이행은 근본적인 상환능력과 관련된 것이라 쉽게 해소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승호 한국은행 부연구위원과 민병기 한은 과장, 김주원 NICE평가정보 선임연구원은 "북한 이탈 주민이 국내에 들어와 살 때 신용 관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개인별 금융상담을 강화하는 한편, 상환능력이 낮은 특성을 감안한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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