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올리는 수입 맥주, 국산 맥주 회사 이러다 망하는 걸까?

최초입력 2018.05.16 15:30:00
최종수정 2018.05.17 09:13:50

[식품야사-12] 바야흐로 수입 맥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마트와 편의점에서 팔리는 맥주의 절반이 수입 맥주이고, 국산 맥주를 마시는 것이 촌스러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트렌드'도 있지만 '세금'이라는 더 중요한 변수가 있다는 기사도 많이 나왔고요. 기사에 달리는 댓글만 봐도 소비자들이 수입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고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식품야사 첫 회 '우리가 마시는 크림생맥주의 정체는?'이라는 글에서 왜 국산 맥주가 인기가 없는지에 대해 제 생각을 말씀드려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깊숙이 국내 맥주 시장, 글로벌 맥주 시장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수입 맥주가 늘어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누구인지. 또 제일 웃고 있는 쪽은 누구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1> 술 시장은 유흥 시장과 가정 시장의 두 가지가 있다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지만 주류 시장은 유흥 시장과 가정 시장의 두 영역이 있습니다. 유흥 시장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나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음식점, 바, 호프 등 매장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술을 파는 시장이 유흥 시장입니다. 반대로 가정 시장은 마트, 편의점 등 일반 소비자가 직접 술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말합니다. 이 두 시장은 명백하게 나뉘어 있는데요. 마트에서 술을 사서 상업적인 매장에서 팔면 불법인 것에서 두 시장이 나뉘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유흥 시장이든 가정 시장이든 힘이 쎈 것은 유통회사입니다. 가정 시장에서는 이마트, CU 같은 대형 유통회사들이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식품업계와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유흥 시장은 주류도매상이라고 하는 국가 면허를 가진 업체들이 있습니다. 이는 세금을 많이 거두는 주류 시장의 특성에 따른 제도입니다. 하이트진로나 오비맥주 같은 주류회사들이 이런 도매상에 술을 팔면, 다시 주류도매상은 이를 술을 직접 소비자에게 파는 매장들에 판매합니다. 주류회사는 직접적으로 매장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보통 주류도매상들은 한 가지 술만 파는 것이 아니라 소주, 맥주, 양주 등 다양한 품목을 다룹니다. 고객(매장) 입장에서는 한 가지 품목만 파는 것보다 모든 것을 다 다뤄주는 것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통구조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급변하는 가정 시장과 달리 유흥 시장은 시장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2006년 등장한
▲ 2006년 등장한 '처음처럼'은 유흥 시장에서 '참이슬'의 굳건한 벽을 깨고 1년 만에 서울 지역 점유율 24.4%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2006년 초등학교 5학년이던 배수지 양은 10년 후 처음처럼 광고모델이 됩니다.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를 잠식하는 시장은 유흥 시장이 아니라 가정 시장입니다. 가격과 취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국산 맥주 대신 수입 맥주를 택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흥 시장에서는 술을 마시는 최종적인 소비자의 선택권이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식당이 손님들을 위해 기본적인 맥주와 소주를 갖춰놓았다면 굳이 여기에 수입 맥주나 수제맥주를 일부러 추가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고객이 어떤 맥주를 마실지 뚜렷한 선호를 표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류도매상들도 식당 주인에게 수입 맥주를 열심히 팔 이유가 없습니다. 주류도매상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공급처인 대형 주류회사들(오비맥주, 하이트진로)에서 공급받는 술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형 주류회사가 수입 맥주를 수입해서 판다고 하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소위 끼워 팔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카스는 어차피 사가는데 버드와이저랑 스텔라아르투아도 한번 가져가달라고 부탁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2> 수입 맥주 뒤에는 국산 맥주회사와 유통회사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3대 맥주회사가 있습니다. 대규모 맥주 생산시설을 갖추고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세 개 회사를 말합니다. 시장점유율 순으로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의 세 회사입니다. 세 회사는 모두 맥주를 생산하지만 회사 성격은 제각각 다릅니다.

오비맥주는 과거 두산그룹 소속이었던 동양맥주를 인수한 AB인베브라는 세계 1위 맥주회사의 자회사입니다. 굳이 국적을 따지면 외국 기업이지요. 사장도 외국인입니다. 맥주 시장 1위이며 맥주 이외의 술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 맥주로 유명한 조선맥주가 뿌리입니다. '참이슬'로 유명한 진로를 인수하면서 소주 시장 1위, 맥주 시장 2위 기업이 되었습니다.

롯데칠성은 우리나라 4대 재벌이면서 유통 분야 1등인 롯데그룹의 자회사입니다. 칠성사이다로 유명한 롯데칠성과 한 몸인데 술장사를 하지 않던 롯데가 2000년대 주류 시장에 진출하면서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소주 2위, 맥주 3위입니다.

오비맥주는 AB인베브라는 글로벌한 스케일의 '백'이 있고 롯데칠성은 롯데그룹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는 데 반해 하이트진로는 주류 사업에만 집중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외국 맥주를 국내에 수입해서 파는 것도 하고 있습니다. 수입 맥주 시장이 지금처럼 커지기 이전에도 이미 하고 있던 것인데요.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면서 아예 라인업을 늘리고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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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는 엄밀히 말하면 수입 맥주가 아니라 본사의 맥주를 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버드와이저, 호가든, 스텔라아르투아 모두 AB인베브의 글로벌 히트 맥주들입니다. 산토리프리미엄몰츠의 경우 과거 오비맥주가 일본 산토리사와의 인연이 있어서 지금도 수입하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기린맥주가 그런 경우인데요. 오비맥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시대 쇼와기린맥주가 나오고, 하이트진로는 일제시대 대일본맥주(현 아사히맥주)가 나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 맥주와 우리나라 맥주회사들의 인연은 긴 것 같습니다.

진로(1924년 설립), 대선양조(1930년 설립), 조선맥주(1933년 설립) 세 회사가 지금 하이트진로의 역사를 이룹니다.
▲ 진로(1924년 설립), 대선양조(1930년 설립), 조선맥주(1933년 설립) 세 회사가 지금 하이트진로의 역사를 이룹니다.


위 맥주들이 국내 대기업을 통해 수입되어서 유통되는 데 반해 직접 한국에 진출한 회사도 있습니다. 바로 아사히와 하이네켄입니다. 필스너우르켈이라는 체코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의 모회사도 아사히입니다. 일본 아사히 맥주가 필스너우르켈 등 수입 맥주 브랜드를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 위스키 회사인 골든블루는 칼스버그를 수입하기로 했고, 매일유업 관계회사인 엠즈베버리지는 삿포로 맥주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중국 맥주 칭따오는 유일하게 기존 대기업이 아닌 전문 주류 수입 회사인 '비어케이'가 유통하고 있는데 수입 유통으로만 1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큰 회사입니다.

정리하자면 수입 맥주가 늘어난다는 기사는 가정 시장에서 3대 맥주회사가 국내에서 생산한 맥주 '카스' '하이트' '클라우드'의 판매가 줄어든다는 뜻이고, 이 3대 회사나 기타 수입 회사가 수입해서 판매하는 맥주의 판매가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유흥 시장은 여전히 국산 맥주의 시장점유율이 큽니다. 가정 맥주 시장이라는 큰 파이에서 3대 맥주회사의 대량생산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이를 수입 회사와 외국 맥주회사가 나눠 갖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수입 맥주 시장에서 득을 보는 또 다른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마트와 편의점 같은 유통회사들입니다. 편의점 같은 경우 '수입 맥주 만원에 네 캔'과 같은 묶음 상품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맥주를 사러온 사람들은 맥주만 사는 것이 아니라 안주까지 사가기 때문에 맥주가 편의점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마트의 경우에는 PB 맥주나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은 맥주를 수입해서 팔고 있습니다. 벨기에에서 팔리지 않는 벨기에 맥주나 유럽의 중소 양조장에서 생산한 맥주 같은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보고 맥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 맥주'라서 마시기 때문입니다. 마트에서도 맥주를 사게 되면 다른 제품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맥주는 유통회사들에 효자 같은 존재입니다. <3> 속 빈 강정인 수제맥주 시장

수입 맥주만큼 최근에 유행인 것은 수제맥주입니다. 뉴스를 보면 마치 모든 사람들이 수제맥주를 마시는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산업적으로 봤을 때 수제맥주는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틈새시장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수제맥주란 한국에서 생산되는 수제맥주를 말합니다. 국내에 수입되어 생맥주와 병·캔 등의 형태로 판매되는 수제맥주는 수입 맥주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맥주 시장은 4조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수제맥주 시장은 2017년 기준 4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전체의 1%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1%의 시장을 약 120개 작은 회사들이 나눠 갖고 있습니다. 화제성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위에서 언급한 유흥 시장과 가정 시장에서 높은 장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수제맥주회사가 누구랑 경쟁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비맥주에서 30년간 일하고 맥주 생산담당 임원까지 지내다 수제맥주회사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서 일하고 있는 백우현 고문은 "수제맥주는 수입 맥주와 경쟁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두 맥주가 공략하는 소비자가 같다는 의미인데요. 맥주는 국산이든 뭐든 상관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산 맥주가 아니라 다른 맥주'가 마시고 싶은 사람들을 두고 경쟁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제맥주의 가장 큰 경쟁자는 수입 맥주인 셈입니다.

그런데 유흥 시장에서 수제맥주는 주류도매상을 상대로 영업하기에 불리합니다. 소주부터 시작해서 맥주, 수입 맥주까지 라인업을 갖춘 대기업은 주류도매상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끼워 팔기도 가능하고 협상력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수제맥주회사들은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반면 가정 시장에서 수제맥주회사들은 수입 맥주에 비해 경쟁력이 없습니다. 이는 많이 알려진 대로 세금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생산돼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수제맥주는 보통 수입 맥주의 2배 정도 가격입니다. 수입 맥주가 2500원이라면 국산 맥주는 3500원 국산 수제맥주는 5000원. 이런 식입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어떤 수제맥주회사들은 생산의 일부를 해외에서 하고 있습니다.
▲ 세금을 피하기 위해 어떤 수제맥주회사들은 생산의 일부를 해외에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3대 맥주회사는 그래도 비빌 언덕이라도 있습니다. 직접 수입 맥주를 팔거나, 필라이트처럼 세금이 덜 부과되는 발포주 제품을 만들거나, 아니면 맥주 생산량을 줄이고 소주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인 수제맥주회사들은 유흥 시장에서도 가정 시장에서도 차별적인 규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세금 제도와 주류 유통 시스템을 일종의 규제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제맥주회사인 카브루의 박정진 대표는 "대형 맥주회사들이 수입 맥주 라인업을 늘리거나 국내 수제맥주회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맥주전문점에서 취급하는 생맥주(탭)는 5~10개 정도다. 기존에는 우리가 1~2개라도 들어갈 여지가 있지만 대기업이 모든 맥주 라인업을 구축해버리면 맥주전문점에서는 대기업 제품으로 모두 깔아버릴 수 있다"고 저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4> 우리에게는 KGB가 필요하다.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우리는 왜 수제맥주회사 걱정을 해줘야 할까요? 중소기업이니까 약자라서? 맥주가 맛있어서? 대기업 과점을 깨기 위해서? 아주 사적인 저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맥주산업의 역동성과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수제맥주는 최근 F&B(식음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들이 나와 성공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1984년 보스턴에서 시작해 미국을 대표하는 맥주가 된 '사무엘 아담스'(보스턴비어컴퍼니), 1996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시작해 2015년 1조원에 팔린 발라스트포인트, 2007년 만들어져 최근 기업가치가 1조원을 돌파한 영국 브루독. 이외에도 작은 수제맥주회사들의 성공 사례는 많습니다. 이런 수제맥주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맥주 시장 전체를 키우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기존 대기업들에 도전이 되기도 하고, 기존 대기업들에 인수되어 이들의 포트폴리오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어떤 창업자는 갑부가 되고 또 어떤 젊은이들은 맥주로 세상을 정복해보겠다면서 양조를 시작합니다.

고든 램지가 인정한 한국 대표 맥주 카스입니다.
▲ 고든 램지가 인정한 한국 대표 맥주 카스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카스입니다. 인지도부터 점유율은 물론 고용을 포함해 국내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생각하면 카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입니다. 그런데 카스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맥주(Korean Global Beer)인가를 고민해보면 카스라는 답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맥주는? 버드와이저입니다. 네덜란드는 하이네켄, 영국은 기네스, 벨기에는 스텔라아르투아, 일본은 아사히, 삿포로, 기린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글로벌 맥주들은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리고 있으며 글로벌 브랜드이지만 강력한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해당 국가에서 생산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 국가를 대표하는 맥주입니다.

그런데 카스는 아시아라면 몰라도 미국에서는 팔리기가 어렵습니다. AB인베브가 수많은 자신들의 맥주 브랜드 중 카스를 굳이 밀어줄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맥주가 되기 매우 불리한 위치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맥주(저는 KGB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습니다)를 만들 자격은 하이트진로나 롯데칠성 혹은 120여 개 수제맥주회사들이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KGB는 Komitet Gosudarstvennoy Bezopasnosti(구소련의 정보기관)의 약자입니다. 이분도 KGB 출신.
▲ 원래 KGB는 Komitet Gosudarstvennoy Bezopasnosti(구소련의 정보기관)의 약자입니다. 이분도 KGB 출신.


KGB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기업의 국적을 확인하는 한 가지 방법은 CEO를 비롯한 임원들(리더십)의 국적을 보는 것입니다. 한국인이 CEO이고 한국인 임원이 많은 곳은 한국 기업이고 미국인이 많으면 미국 기업입니다.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다국적기업입니다. 오비맥주의 신입사원은 오비맥주 CEO는 될 수 있겠지만 AB인베브 CEO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AB인베브만 해도 다국적기업이라고는 하지만 3G캐피털이라는 브라질 사모펀드가 대주주이고 브라질과 벨기에 국적의 힘이 셉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특정한 국적을 가진 기업이 성장하면 그 기업이 기반을 둔 나라에서 온 직원의 성장 가능성도 크게 높아집니다. 과거 삼성전자에 입사했던 직원은 '한국 1등 기업의 사장이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직원은 '글로벌 1등 기업의 사장이 되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와인이나 위스키와 달리 맥주는 어느 국가에서 생산돼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합니다. 중국의 칭따오 맥주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 맥주가 글로벌 맥주가 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KGB의 등장은 맥주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이번에도 얘기가 너무 길어졌는데요.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수입 맥주 시장이 커지지만 주세 등 규제로 인해 제일 많은 피해를 보는 쪽은 국내 수제맥주회사(중소기업)입니다. 우리나라 3대 맥주회사들은 맥주를 직접 수입하면서 수입 맥주 시장의 성장에 따른 득도 보고 있지만 사실 잃는 것이 더 많습니다. 제일 득을 많이 보는 쪽은 수제맥주를 유통하는 유통대기업(롯데, 신세계, GS리테일)과 수입 맥주를 생산하는 외국 맥주회사들(오비맥주 본사인 AB인베브도 포함)입니다. 우리나라 맥주 시장의 역동성과 발전을 위해 스타트업인 중소기업이 마주한 장애물을 풀어줄 필요가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맥주 브랜드와 기업을 키워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덕주 유통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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