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분할 4사, 지배구조 재편 이제 시작

최초입력 2017.05.17 15:08:00
최종수정 2017.05.17 18:19:10

현대중공업 조선소 /사진=매경DB
▲ 현대중공업 조선소 /사진=매경DB
[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28] 지난달 4개 회사로 쪼개진 현대중공업그룹 분할사들이 이달 초 일제히 주식시장에 재등판했습니다. 분할 직전부터 시작된 주식거래 정지기간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과 자금 유치 등 호재가 될 만한 이슈들이 이어져 증권사들은 일제히 분할 4사의 적정 주가를 높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대중공업 지주사 격인 현대로보틱스는 분할 당시 주가가 26만원 선이었으나 재상장날 40만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6개 사업 부문을 거느리던 거대 공룡이었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각자도생'의 길로 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대로보틱스,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등 4개 상장사와 현대그린에너지,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2개 비상장사로 분할하기로 한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조선업 장기 불황 속에 높아진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사업영역이 다른 사업부를 쪼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분사 이면에는 지주회사 체제 재편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 목적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분할 후 재상장까지 마쳤지만 지배구조 개편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제부터 지주사 규제 요건을 2년 내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는 정몽준 등 오너가(家)가 현대로보틱스 지분 40%를 소유하고,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각각 13.4% 보유한 형태입니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대주주들은 로봇 부문을 제외한 지분을 매각하고 현대로보틱스로 지분을 집중해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사업적으로도 현대로보틱스는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고 현대오일뱅크를 소유하면서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확보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모회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 20%를 보유하는 동시에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대로보틱스는 향후 세 회사의 지분을 최소 6.6%씩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셈입니다. 해당 지분은 현대중공업 약 380만주, 현대일렉트릭 약 25만주, 현대건설기계 약 24만주입니다. 지분 가치는 약 8000억원에 이릅니다.

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전환을 발표할 당시 추가 지분 취득 방식에 대해 "현물출자 유상증자, 추가 주식 매수 등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주식 매수 방식이나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건 현대로보틱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지주사 규제 요건상 현대로보틱스의 손자회사는 국내 계열사 주식을 100% 소유하거나 아예 갖고 있지 말아야 합니다.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지분구조 상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의 지분을 현재 42.3%에서 100%로 끌어올리거나, 전부 매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향후 2년 내에 이 같은 구조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가지 방법은 모두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사모펀드인 IMM PE가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에 3000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섭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IMM PE와 프리-IPO에 관한 주요 사항 합의서를 체결한 것입니다. 프리-IPO는 기업공개(IPO)를 하기 전에 미리 투자자들로부터 일정 자금을 유치받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향후 몇 년 내에 상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은 이르면 2019년께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합병안'과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합병안'이 제기됐는데 전자의 경우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가능성이 낮았다"며 "이번 자금유치로 삼호중공업 부채비율이 96.4%에서 78.1%로 감소했고, 향후 상장을 하게 되면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합병안이 다시 급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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