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시대의 '신언서판', 으뜸은 '시각적 효과'

최초입력 2017.05.18 06:01:00
최종수정 2017.05.17 18:20:0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갖은 후 청와대 소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갖은 후 청와대 소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다.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5] 극과 극 지도자들 - 소통의 문재인·교황·오바마·마크롱 vs 불통의 트럼프·마두로·무가베·에르도안

고위 공직자부터 개인들까지 내밀한 사생활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낱낱이 까발려진다. 과거 '사소한 실수'라고 애써 덮으려 해도 파장은 가라앉지 않는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2년 전 출간했던 자서전에서 고백한 '돼지 발정제'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대중은 자극적인 소재에 즉각 반응한다.

면밀하게 보면 사람들이 일개인이든, 하나의 현상이든 '시각적 효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포착할 수 있다. 아울러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덕목에 대해 국민이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소통과 호흡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으로 개헌 목소리가 높았던 한국에서 비록 신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 남짓 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거침없는 소통 행보에 개헌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소탈하고 진솔한 다가섬이 국민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취임 초기 '반짝 쇼'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탄핵 정국 속에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첫인상'은 국민에게 지지받고 있다. 청와대 직원들과 직원식당에서 3000원짜리 국수를 먹고, 참모진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채 참모진과 산책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부창부수'로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이사 전 집 앞을 찾아온 민원인에게 라면을 권한 모습도 국민에게 서민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켜 줬다.

국민이 소통 행보를 지속하는 문 대통령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소탈함이다. 그 소탈함에 진정성은 필수불가결적인 요소다.

옛 성현들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을 한 사람의 가치 척도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등용 방법이었던 신언서판에서도 제1 덕목이 첫인상이었다. 소개팅할 때 '낙점'하는 것도 첫인상이 80% 이상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신언서판에서 보듯 발언과 세상(국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후순위라는 것이다. SNS 시대에 이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의 시각을 사로잡은 대통령은 지지받고 있는 반면 민심과 동떨어지게 '마이웨이' 행보를 하는 지도자들은 외면받고 있다.

이런 면에서 소통하는 지도자로서의 표상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꼽힌다. 평소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해 대중과 소통을 즐기는 교황은 '낮은 곳에서 소통하고 약자를 먼저 배려한다'는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낡은 구두에 소형차를 타고 다니는 교황의 모습에 종파를 뛰어넘어 교황에 존경을 표하고 있다.

지난 14일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식 때 입은 55만원짜리 소박한 정장도 화제가 됐다. 영부인 브리지트 트로노가 입은 루이비통의 라벤더색 투피스도 의상실에서 대여한 것이다.

앞서 대선 레이스에서 마크롱의 라이벌이었던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부자 친구로부터 총 1만3000유로(약 1600만원) 상당에 이르는 고가의 정장 두 벌을 선물받은 사실이 폭로돼 유권자들의 분노를 부채질한 바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노동자 정당을 표방한 사회당 출신임에도 재임 중 머리 손질을 위해 월급이 약 1200만원에 달하는 전담 이발사를 둬 구설에 올랐다. 그 전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역시 사치와 허세를 일삼는다는 뜻에서 '블링블링(bling-bling, 화려하게 차려입은) 대통령'이라는 달갑잖은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호화생활을 '즐기며' 민심 이반을 부추기는 지도자들도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전격적인 경질로 탄핵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아 골프를 즐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 방문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벌써 21번째다.

식량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가족이 호화 스카이다이빙 강습을 받은 사실도 반(反)정부 집회 불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의붓아들 요세르 가비디아 플로레스가 레드불 팀 소속 스카이다이빙 세계 정상급 선수 4명에게 나흘간 강습을 받는 대가로 선수 한 명당 하루에 350달러(약 40만원)를 지불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월 최저임금은 약 39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2월 37년째 짐바브웨를 통치 중인 세계 최고령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28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생일잔치를 벌여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독재정부 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호화생활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터키 대통령궁의 화장실이 한 롤당 2000파운드(약 300만원)짜리 실크벽지로 도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궁 방문 두 짝 중 한 짝의 가격만 3만6000파운드(약 5270만원)에 이른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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