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론의 경제학적 경로(하)

최초입력 2017.09.05 15:12:00
최종수정 2017.09.26 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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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손현덕의 통쾌한 경제-32] 먼저 경로를 살펴보기 전에 경제학 기본 한 가지만 정리한 뒤 넘어가보죠. 지난번 칼럼에서 눈치 채셨을 것 같은데 국내총생산과 국민소득을 혼용해서 사용했습니다. 그건 거시경제 균형조건을 보면 됩니다. 즉, '총공급=총수요'입니다. 여기에서 총공급은 '기업부문의 총생산=가계부문의 총소득'이고 총수요는 가계부문의 소비수요(C)+기업부문의 투자수요(I)+정부지출(G)+해외부문의 순수요(수출(X)-수입(M))입니다.

이제 경로를 살펴보지요. 임금이 올라가면 소비가 늘어난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원리지요. 주머니에 돈이 많이 들어오니 그만큼 많이 쓰겠지요. 임금소득이 늘어날 때 얼마만큼 소비가 늘어나느냐?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때 적용되는 것이 그 유명한 한계소비성향 이론이지요. 소득이 늘어나는 데 정비례해 소비를 늘리지는 않지요. 어느 정도 소득이 올라가면 더 이상 소비는 늘리고자 하는 필요와 욕구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X축을 임금, Y축을 소비로 해서 그래프를 그리면 수학에서 말하는 로그함수 같은 게 그려집니다. 즉, 저임금 구간에서 소비 증가가 가파르고 고임금 구간에서는 소비 증가가 완만해집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층의 임금 증가에 방점을 두는 것입니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에게 임금소득을 몰아주면 소비가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높아져 성장한다는 논리입니다. 이걸 '2섹터 케인지언 모델'이라고도 합니다.

외견상 멋져 보입니다. 세계 경제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작업이 될 수 있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모형이 '뉴노멀'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릅니다.

이건 일종의 소득재분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으로 이동시키는 거지요. 고소득층에게는 세금을 많이 물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임금구조를 지금보다 더 하후상박 구조로 가져가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계층 간의 갈등이 있을 수 있겠지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그건 머릿속에서만 이뤄질 수는 없습니다. 경제학이라는 게 단순 논리의 학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질지를 과거 경험 등을 토대로 면밀하게 분석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미래를 예측해봐야 합니다. 경제는 이론보다는 실증의 학문입니다. 그걸 증명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몫입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도 가능합니다. 가계부문의 소득, 그러니까 임금의 증가는 어디서 오는가? 단순하게 말하면 기업 부문에서 오겠지요. 기업이 돈을 벌어 이윤을 많이 발생시키면 그걸로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구조일 겁니다. 이윤을 많이 낼 수 없다면 이윤 감소를 각오하고 임금을 인상시켜주는 것이지요. 이것도 일종의 '소득이전'이지요. 부자에서 가난한 사람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것처럼, 기업부문에서 가계부분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것이지요.

이제 또 다른 경로를 봐야 합니다. 기업 이윤의 감소가 투자의 감소라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까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임금을 올려주면 생산비용이 증가합니다. 그러면 생산량을 줄이겠지요. 그리고 이윤이 감소하면(그건 증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투자를 줄이는 식으로 전개되지 않을까요. 이윤은 투자지출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국민소득 공식에서 투자(I)가 줄어들면 Y도 줄어들지요. 이건 성장 감소입니다. 이것이 상식적으로는 맞는 경로일 겁니다. 그렇다면 C의 증가분과 I의 감소분을 비교해 봐야겠지요. 어느 쪽이 큰지에 대해 실증분석이 필요할 겁니다.

혹시 거꾸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업 이윤이 줄어들면 투자가 오히려 늘어나지는 않을까요? 그렇다면 정말 환상적이겠죠. 말이 안 된다고만 할 건 아닙니다. 기업의 이윤이 줄어들면 기업은 수익성을 더 높이기 위해 혁신하고 투자를 더 하지는 않을까요? 이 역시 실증적으로 입증해봐야 할 겁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경제학자들은 매우 드뭅니다.

요약해 보지요. 임금 인상의 파급 경로는 대략 3가지일 겁니다. (1)임금 인상→임금소득 증가→소비지출 증가→국민소득 상승 (2)임금 인상→생산비용 증가→생산량 감소→노동수요 감소→실업 증가→소비지출 감소→국민소득 감소 (3)임금 인상→이윤 감소→투자 위축→국민소득 감소.

이제 매우 중요한 논점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그건 소위 추세와 사이클 이슈입니다. 이게 뭐냐 하면 지금까지 성장이란 것이 국민소득, 그러니까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였는데 이건 경제의 기본 속성상 호황일 때는 크게 올라가고 불황일 때는 증가율이 감소하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걸 전제로 했다는 겁니다. 케인즈 이론이란 게 원래 여기서 출발한 거지요. 당시가 대공황 때잖습니까? 일시적으로 불황에 빠졌을 때 그걸 탈출하기 위한 이론이란 거지요. 그래서 유효수요이론이 나온 겁니다. 그러니까 경기변동하에서의 이론이고 수요 측면의 경제학입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성장이란 건 추세의 문제입니다. 즉 우리가 잠시 성장률이 떨어진 걸 회복하기 위해 성장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성장잠재력이 훼손된 걸 고치겠다는 게 핵심이지요. 그러기 위해선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게 과제일 텐데 이는 지금의 소득주도성장론은 다른 차원, 다른 전제, 다른 접근 방식이라는 얘기입니다. 이건 공급 측면의 경제학이지요. 기본적으로 소위 주류경제학에서는 성장은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과정이고 그 핵심은 기술 진보라는 논리를 폅니다.

만약 이 논리에 동의한다면 지금의 소득주도성장론은 비판받을 여지가 큽니다. 그래도 이 이론의 유효성을 고수하겠다면 임금 상승이 성장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를 한다는 '경로'를 찾아야 할 겁니다.

대한민국에는 경제학자들이 많습니다. 소득주도성장론이란 뜨거운 담론에 참여해서 열띤 논쟁을 벌여보는 게 어떨까요. 이런 게 공론화 작업 아닐까요?

[손현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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