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롯데그룹, 남아있는 몇가지 과제

최초입력 2017.09.13 14:34:00
최종수정 2017.09.13 14:33:02

롯데그룹 /사진=매경DB
▲ 롯데그룹 /사진=매경DB
[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144] 롯데그룹이 지난 8월 29일 주주총회에서 롯데지주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자신의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의 제기 등으로 진통이 있긴 했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한 1차 관문을 넘어선 것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롯데그룹은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됐고, 과거 신격호 시대의 폐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동빈 회장의 투명경영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증권가와 재계 분위기입니다.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금융사 매각, 자회사 지분율 확대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 광윤사로부터 시작되는 지배구조가 아직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평가와 호텔롯데 상장 이슈도 남아 있습니다. 또한 사드 여파가 아직도 그룹 주요 사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데다 그룹 총수인 신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지난달 29일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에게서 80% 이상의 지지를 받아 분할 및 합병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롯데제과 주총에선 의결권을 지닌 주식 총수 69.3%가 참석한 가운데 86.5%의 찬성으로 분할합병계획서를 결의했습니다. 롯데쇼핑 주총에선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63.6%가 참석해 82.2%가 분할합병계획서에 찬성해 안건이 가결됐고, 롯데푸드는 전체 지분 중 66%가 참석해 91%가 분할계획 안건에 찬성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68.8%가 참석해 88.6%의 찬성으로 분할계획 안건이 통과했습니다.

시장에서는 LG그룹이나 SK그룹처럼 완전한 지주사 체제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저평가됐던 롯데의 기업가치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룹 전체에 대한 신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고 롯데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가 상당 부분 희석되는 것도 지주사 체제 전환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됩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재상장 이후 롯데지주사의 적정 시가총액은 4조원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분할 전 시가총액 14조원 수준인 4개사는 분할 후 최대 15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분할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은 현존하는 순환출자 고리 67개를 모두 해소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롯데지주→롯데리아→대홍기획→롯데지주' 고리가 새롭게 생기는 등 신규 순환출자 12개와 신규 상호출자 6개가 발생하게 되는데, 공정거래법상 분할합병기일인 10월 30일부터 6개월 내에 해소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홍기획(1.1%)과 롯데정보통신(2.4%), 한국후지필름(3.8%), 롯데건설(0.5%)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지주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신 회장이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이 롯데지주 지분 7.8%를 매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가로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2년 이내에 상장사 20% 이상, 비상장사 40% 이상인 자회사 지분율 요건도 맞춰야 합니다. 현재 롯데쇼핑 2.1%, 롯데칠성 0.7% 등 상장 자회사와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높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주회사의 금융사 지배 금지로 롯데카드(93.8%)와 롯데캐피탈(25.6%) 등 금융계열사 지분도 처분해야 합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롯데지주 재무건전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자회사 지분을 직접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 및 롯데지주와의 합병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룹 리더십 공백사태 가능성은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면서 신동빈 회장 판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계속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 외에도 롯데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실적입니다.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사는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높이고, 중간배당도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롯데쇼핑의 경우 2010년 이후 배당성향이 4.4%에 그쳤습니다. 즉 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올 하반기 롯데쇼핑 등 주요계열사 전망도 그리 밝진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승은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한 870억원에 그치는 등 시장 기대치를 52%나 밑돌았다"며 "특히 중국 할인점 영업정지 영향으로 중국 적자폭이 확대됐는데, 하반기에도 사드 영향이 지속되면서 적자폭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7468억원, 1013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20.6%, 31.9% 감소한 수치죠. 롯데푸드도 전년 대비 6.9% 감소한 743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4개사 중 유일하게 롯데제과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5% 늘어난 1387억원으로 예상됩니다.

[윤진호 증권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