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인기 과자의 몰락에 고민 커지는 日제과업계

최초입력 2017.09.07 06:01:00
최종수정 2017.09.06 18:54:00

메이지제과 홈페이지의
▲ 메이지제과 홈페이지의 '카루' 사이트 메인 화면.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63] 최근 일본에서는 '가루 충격'이라고 불리는 사회적 현상이 일어났다. 1968년 첫 출시된 이후 반세기에 걸쳐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낵과자 '가루'가 단종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가루 제조사인 대형 식품업체 메이지제과는 가루의 생산을 줄여 일본 서쪽 지방에서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은 아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더 이상 가루를 구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긴 소비자들은 너도 나도 '가루 찾기'에 나섰고 슈퍼마켓 등에서는 잇따라 가루가 품절되는 사태가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반세기 동안 높은 인지도를 이어오면서 '추억의 과자'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은 인기 상품이 왜 자취를 감추게 됐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봉지에 그려진 농부 복장의 '가루 아저씨'와 함께 TV 광고에 흘러나오는 CM송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1990년대에는 연간 매출이 190억엔(약 19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가루 사업이 적자로 돌아섰고 결국 메이지는 생산 축소를 결정했다. NHK방송에 따르면 메이지는 3년 전 가루의 생산과 판매를 완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가루가 기업을 대표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제품 개량으로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이에 원재료를 옥수수에서 쌀로 바꿔보거나 판매 타깃을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바꾸고 시즈닝을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판매 축소라는 결정을 내렸다.


▲ '카루' 제품 3종 /자료=메이지제과
메이지제과의 한 관계자는 "한때 '맛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상품을 개발했으나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과자 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내부에서는 가루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제과 업계에서는 가루의 인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편의점 시장 확대를 꼽고 있다.

가루의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유통 업계에서는 편의점의 영향력이 강해졌다. 주로 슈퍼마켓을 이용했던 소비자들이 집이나 직장 주변에 있는 편의점에서 손쉽게 과자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편의점은 슈퍼마켓에 비해 협소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객의 눈에 띄는 장소를 파악하고 히트 상품을 배치하기 위한 분석도 시시각각 이뤄진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아무리 스테디셀러 제품이라도 매출 신장에 기여할 수 없는 제품을 좋은 곳에 둘 수 없다. 이에 한번 사각지대로 자리를 옮긴 제품이 잘 보이는 곳으로 돌아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와 더불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PB상품과의 경쟁에도 휘말리면서 가루의 매출은 지난 2016년 약 60억엔(약 600억원)으로 최고 전성기 시절의 3분의 1로 떨어졌다.

스즈키 유타카 일본유통경제연구소 주임연구원은 "과자는 PB상품이 진열되는 틈에 끼어서 자리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편의점에 지속적으로 진열될 수 있는 '엘리트 상품'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야쓰컴퍼니의
▲ 오야쓰컴퍼니의 '베이비스타' 홈페이지 메인
유통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과 업체들은 다양성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58년 동안 일본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장수해온 '베이비스타 라멘'은 편의점에서 잘 팔리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새로운 맛을 내놨다. 카르보나라맛, 말차롤케이크맛 등 지금까지 개발한 상품 종류만 무려 4000개가 넘는다. 지금도 1개월 주기로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음달에 나올 맛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꾸준히 관심을 끌어왔다. 스테디셀러 상품이 외면받는 상황에서 꾸준히 매출을 올려온 것이다.

베이비스타 제조업체인 오야쓰컴퍼니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을 보면서 보조를 같이하면서 제품 다양화를 지속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최근 일본에서 소비가 늘지 않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제과 산업을 보면 지난 10년간 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과 업계 단체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과자류의 연간 소비액은 2000억엔(약 2조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제과 업계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박대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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