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해하는 두가지 코드 쩌우추취·쑹진스두 아나요

최초입력 2017.09.13 06:01:00
최종수정 2017.09.12 17:40:5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똑똑차이나-62] 지난 주말 중국 경제매체들은 중국 국유에너지 기업인 화신에너지(中國華信·CEFC)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Rosneft)의 지분을 사들였다는 뉴스를 일제히 보도했다. 화신에너지가 로스네프트 지분 14.2%를 9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또 중국 주요 매체들은 화신에너지가 러시아 정부(50%)와 영국 석유회사 BP(19.75%)에 이어 3대 주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팩트는 단순 지분 인수가 아니라 중국이 로스네프트를 통해 매년 4200만t 규모의 석유를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는 내용이다. 정작 이 사실을 보도한 매체는 별로 없었다.

화신에너지의 러시아 석유기업 지분 인수 소식을 접하고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 전략에 대해 생각해봤다. 중국은 시진핑 1기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이른바 '쩌우추취(走出去·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 전략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의 해외업체 인수 등에 제동을 걸고 있다. 외화 유출 속도를 줄이고, 위안화 환율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시장에서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열리는 10월 이후에야 해외 진출을 원하는 중국 기업들이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어느 정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이 러시아 업체의 지분을 샀다는 사실에서 중국의 해외 진출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략적으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산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취약산업 발전 전략을 살펴보면 우선 중국 당국이 거시적인 정책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중국 국유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이 정책 기조에 맞게 신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중국 당국에서 발표했던 산업 정책을 살펴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과 관련된 육성 방안이 촘촘히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첨단 IT와 제조업의 융합 발전 방안이 담긴 중국제조 2025, 인터넷플러스(+)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정책들이다.

중국 당국이 정책 발표를 통해 해당 산업 육성 의지를 시장에 알리면, 국유기업과 국유은행들이 앞다퉈 새로운 시장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산업이다. 중국 당국은 2014년 6월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강령'을 발표하고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를 만들었다. 중국 온라인 경제매체 시나재경에 따르면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는 최근 2년간 자국 반도체산업에 1500억위안(약 26조원)을 투자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대명사로 꼽히는 칭화유니그룹도 이 펀드의 수혜자다. 칭화유니그룹이 2015~2016년 미국의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인수를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당국에서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중국 국영기업에서 움직이면 크고 작은 민영기업에서도 각 산업의 틈새 시장을 찾아 뛰어든다. 시장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 필요하거나 국가가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할 자원(이번 러시아 석유회사 지분 인수)이 있을 경우 중국 기업들은 당국의 지원을 받아 해당 해외기업들을 인수하기 위해 사냥에 나선다.

지난해 중국의 한 사모펀드(PEF)가 한국 연예기획사를 인수한 이유도 중국 당국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전략의 일환이다. 현재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펼치며 인프라스트럭처(인프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프라 투자와 맞물려 있는 것이 신형도시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중국의 낙후된 도시와 지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중국 당국이 명목상 밝힌 정책 목적은 인구 쏠림 현상 방지와 국토의 균형 발전이지만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나아가 인프라 조성 과정에서 문화적인 요소를 가미해 도시의 질적 성장을 꾀하는 것도 정책 구상 중 하나다. 사드 여파로 한중 양국이 냉각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 민영 PEF가 당국의 신형도시화 정책에 주목하며 한국 연예기획사를 사들이고,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투자한 이유는 도시 개발의 핵심이 될 수 있는 '문화적인 색채'를 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사드 갈등이 심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다. 중국을 보다 자세히 이해하고, 중국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해 국가, 기업, 개인이 전략적으로 나아가 거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때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가려운 곳은 어디인지, 우리가 가진 무기는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겉에서는 안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중국에선 정치와 경제 논리를 다르게 편다. 나아가 중국에서는 상대를 적절하게 풀었다가 쥐기도 하고, 쥐었다가 풀어주는 경향이 있다. 이를 '쑹진스두(松緊适度)'라고 한다. 지금 양국 관계는 혹한기를 지나고 있지만 봄날은 반드시 다시 온다. 그때를 지금 준비해야 한다.

[김대기 기자]



*용어 / 쑹진스두(松緊适度): 중국의 통화정책 기조로 '시장을 적절하게 풀었다가 쥔다'는 의미. 금융정책 용어이지만 중국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이 용어를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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