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의 아버지 존 행크, 중국 문을 두드리다

최초입력 2018.01.08 06:01:00
최종수정 2018.01.05 16:36:55

존 행크 나이앤틱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 존 행크 나이앤틱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CEO열전-44] 지난해 애플은 한국에서 최고 인기를 끌었던 스마트폰 게임으로 포켓몬 고를 선정했다. 포켓몬 고는 나오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한국에서는 이 게임의 토대가 되는 구글지도가 규제에 걸리면서 출시가 지연됐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구글에 대한 통제로 포켓몬 고를 막았는데 올해 드디어 중국에서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외신들은 포켓몬 고 개발사인 나이앤틱 최고경영자인 존 행크의 말을 인용해 이 소식을 알렸다. "포켓몬 고를 내놓았던 2016년에는 매출이 높았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못했다. 그러나 인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억 명이 포켓몬 고 앱을 다운로드했다. 2억달러의 투자도 받았다. 우리는 이제 중국에 포켓몬 고를 가져갈 것이다."

포켓몬 고 게임이 첫선을 보이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당시 행크는 미국의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1990년대 중반 UC버클리 경영대학원에서 내가 쓴 논문에는 게임과 신기술을 결합해 신개념 공간을 만들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그 공간 또는 공동체에서 사람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앱을 구축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사이버 공간이 막 태동하기 시작할 때부터 어렴풋하게나마 증강현실의 가능성을 인지한 셈이다. 천재성이 있는 사람일수록 상상한 것을 현실로 만들려는 욕구가 강하다. 행크도 이런 유형의 인간이었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집착이 현실 세계에서 가상의 캐릭터를 잡는 포켓몬 고의 시발점이 됐던 것이다.

행크는 처음부터 기업가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다. 대학 졸업 후 미국 국무부에서 일하다가 1990년대 중반 UC버클리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 분야는 일찌감치 정해졌다. 컴퓨터 게임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컴퓨터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였다. 행크는 버클리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2~3개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온라인 게임 회사로 돈을 모았고 어느 정도 자금이 쌓였을 때 설립한 기업이 바로 '키홀'이었다.

키홀이 보유한 기술은 획기적인 것이었다. 당시 위성사진으로 디지털 지도를 제작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완성도 높은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액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가야 했다. 작은 벤처기업 하나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힘들다고 판단한 그는 2004년 키홀을 구글에 매각하는데, 이 결정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줬다. 구글은 그에게 꿈을 펼칠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키홀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구글어스를 비롯한 구글 지도서비스를 총괄하며 공간의 가치를 재발견해 나갔다.

지도와 위성사진에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구글의 사내 벤처인 나이앤틱을 이끌며 증강현실과 위기정보시스템(GPS)을 접목한 공간에서 벌이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증강현실 공간에서 더 많은 땅을 차지하는 게임인 '인그레스'가 나온 배경이다. 2011년 나온 모바일 게임인 인그레스는 포켓몬 고의 근간이 됐다. 이 게임의 기반이 된 지도와 이용자들이 보낸 수백만 개의 장소를 그는 포켓몬 고에 그대로 적용했다.

인그레스는 이용자가 15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모바일 게임의 주류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증강현실 게임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행크는 닌텐도의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와 조우한다. 그는 포켓몬컴퍼니와 공동 마케팅을 펼치면서 포켓몬 캐릭터의 저력을 실감했고, 급기야 포켓몬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 개발을 구체적으로 구상했다.

닌텐도가 그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면서 포켓몬 고 개발은 급물살을 탔다. 포켓몬 고에 대한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을 행크는 이렇게 설명했다. "2014년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구글지도에 포켓몬이 나타나는 행사를 했다. 이 이벤트가 예상하지 못한 호응을 얻으면서 포켓몬스터를 게임과 접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야외에서 뛰어다니며 포켓몬을 잡는 게임을 개발해보자고 했던 것이다. 곧바로 닌텐도에 연락을 했다."

행크는 게임을 만들 때 몇 가지 원칙을 정했는데 포켓몬 고도 여기에 따랐다. 우선 구글의 무기인 디지털 지도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도는 우리가 사는 공간을 의미한다. 구글 지도는 그 자체로 게임을 즐기는 공간이 돼야 했다. 그렇다고 아무 곳에서나 게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적합한 장소를 찾았다. 인그레스로 축적한 데이터를 기본으로 사람들이 주로 찾고 몸을 움직이며 게임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를 추가했다. "게임을 하면서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즐거움도 줄 수 있다는 게 포켓몬 고의 장점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미국과 호주 등 처음 출시된 모든 나라에서 포켓몬 고 돌풍이 불었다. 포켓몬 고는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에서만 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닌텐도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정식 출시되지 않은 한국에서도 게임을 내려받은 이용자가 일주일 만에 100만명을 넘겼다. 길을 가며 게임을 하다가 실족하거나 운전 중에 포켓몬 고에 빠져 교통사고가 나기도 했다. 해당 국가 정부와 경찰이 주의를 당부하고 포켓몬 고 비상을 걸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열기는 다소 가라앉았지만 포켓몬 고 이후 증강현실을 이용한 유사 게임들이 봇물을 이뤘다. 유행을 넘어 커다란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현재 증강현실은 의료와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포켓몬 고가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 지평과 가능성을 넓힌 셈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