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프파워' 전략과 세계 패권경쟁

최초입력 2018.01.11 09:25:00
최종수정 2018.01.11 09:18:03

/삽화=양만금 화백
▲ /삽화=양만금 화백


[전광우·손현덕 통쾌한 경제-54] 근래 부쩍 눈길을 끄는 표현이 있습니다. 중국의 '샤프파워(Sharp Power)'라는 말인데요. 국가의 경제력과 군사력 같은 '하드파워(Hard Power)'와 함께 국민 의식 수준이나 문화적 가치를 뜻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입니다. 이와는 달리 샤프파워는 음성자금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정치인 등 유력 인사를 매수하거나 비밀공작과 강압을 통해 대외 영향력을 높이는 위장전술입니다.

지난달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커버스토리는 중국의 노골화된 샤프파워입니다. 실제로 호주, 독일, 영국 등지에서 벌어진 중국 스파이 활동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분야의 선배 격인 러시아보다 이젠 중국이 더 심하다는 얘기죠. 그런가 하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도 공산당 주도의 '인터넷 전사'라는 청년 중심의 모바일 부대를 동원하여 거짓 뉴스나 악성 댓글로 중국의 국수주의적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비판 기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사드몽니나 기자 폭행 등 험해진 중국 샤프파워 전략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 입장에선 새삼 놀랄 일도 아니긴 합니다만.

그럼 국제질서와 외교관행을 깨는 중국의 샤프파워 공세가 격화하고 공산당 지도부의 권력이 강화되는 배경은 뭔가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자 중국 내부의 안보·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위기감에서 비롯된다는 평가가 주목받습니다.

◆군사력 격차와 안보위기

북핵 사태와 남중국해 충돌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절감하고 있다는데요. 해군과 공군력 차이는 비교가 무의미하고 '위대한 미국'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군비 확장 계획은 더욱 부담이 되면서 중국의 군사력 강화가 다급해졌습니다. 더군다나 중국 입장에선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이 큰 위협입니다. 과거 청일전쟁이나 중일전쟁에서 연패한 근대사 전력 등 일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고 일본을 두려워하는 '재팬 포비아'가 있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30만명의 중국인이 도살된 '난징대학살' 80주년을 맞은 지난달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일본과의 미래를 강조하는 유화적 태도를 보였을까요.

◆중국 과잉 부채와 성장 둔화

중국 경제가 심상찮다는 분석이 줄지어 나오면서 2018년 새해 세계경제의 대표적 위험요인으로 중국의 부채버블이 꼽힙니다. 인민은행 총재까지 신용위기 경고음을 높이고 있습니다. 심각한 금융시스템 리스크, 특히 급속도로 늘어난 지방정부 부채가 뇌관이고 지하경제의 '그림자 금융' 먹구름도 짙습니다. 중국 당국이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등 비트코인 제재에 초강수를 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고요. 세계 주요 40개 기관의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인 세계 평균 4%로 보는 가운데 중국은 예외적인 하락세로 근 30년 만의 최저 수준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패러다임 변혁기의 위기의식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는 시대에 미국 실리콘밸리를 따라잡을 시간이 많지 않다는 현실인식도 위기감을 키웁니다. 막대한 시장과 적용 능력, 뛰어난 상업 마인드는 중국의 강점이지만 원천 기술력이나 과학 마인드가 크게 뒤처진다는 약점은 극복 과제입니다.

◆소득 양극화와 지역 불균형 심화 문제

최근 중국 내 민심 동요가 만만치 않다는 보도가 이어집니다. 급속한 성장의 후유증으로 소득 불균형과 사회적 균열이 커지면서 공산체제 미래를 우려하는 지도부의 위기감 증폭은 중앙집권적 공산당 이념의 강도를 높이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10월 제19차 전국대표회의는 '시진핑 신세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헌에 올리며 시진핑 리더십에 힘을 실었고 '2035년까지 소프트파워 강국, 2050년까지 군사·경제력을 포함한 세계 굴지 강국 건설'이라는 비전을 채택했습니다.

글로벌 패권 경쟁과 각자도생 시대의 위기의식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유독 한국에 대한 중국의 상습적 무례함은 튼튼한 안보와 당당한 외교를 위한 국력 배양의 시급성을 일깨웁니다. 중국의 불법적 샤프파워를 탓하기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힘을 키우고 모으는 일입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국민연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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