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인과 협업하려면 무얼 준비해야 할까

최초입력 2018.04.11 06:01:00
최종수정 2018.04.10 16:06: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똑똑차이나-74] 지난달 우연히 한중 기업가 소모임의 만찬 자리에 초청받아 참석한 적이 있다. 제조, 미디어, 유통 등 분야에서 크고 작은 사업을 하는 이들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비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저녁 자리에서는 사업 제안과 협력 아이디어 교류가 대화의 주를 이뤘다. 식사 도중 한 사업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겠다며 보드판에 그림까지 그리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들의 대화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늘어놓으면서 대화 주제가 사업 목적에 맞게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중심 없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만찬이 마무리되고 헤어질 무렵 이들은 서로에게 '소중한 인연'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콴시'를 이어나가자는 말을 건넸다. 외관상 분위기는 둘도 없는 친구 관계 같았다.

차에 몸을 싣고 이동하고 있는데 한 중국인 기업가가 차를 한잔 하자며 전화를 걸어왔다. 의자에 앉자마자 그는 흥미로운 얘기를 쏟아냈다. 그는 "한국 기업가를 안 지는 5년이 넘었다"며 "오랜 만남을 이어왔기 때문에 서로 친구처럼 만나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상대방이 그냥 '친구'일 뿐 사업을 같이 하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한국 기업가는 당신과 사업차 협력을 하길 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한국 기업가는 내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화 도중 그가 '실리형 콴시'를 중시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실리형 콴시는 단순히 친분으로 형성된 우호 관계가 아닌 이권이 엮인 상호 관계를 의미한다. 그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자원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하고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 다음 상대방에게 맞춤형으로 사업 제안을 하는 것이 신뢰 쌓기의 첫걸음이자 협력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실리형 콴시를 암시하는 직설적인 발언을 상대방에게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 파트너는 이 중국인 사업가와 오랜 만남을 가졌더라도 그의 진짜 본심을 깨닫지 못했을 수 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만났던 모 유통기업 총경리가 기자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목적에 맞게 사람을 만난다. 그냥 단순한 친분 관계를 맺기 위해 한국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가를 만나려고 하지도 않는다. 한국의 작은 기업이라도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 방향과 부합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업과 콴시를 맺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실제 이 중국 유통기업은 최근 2년 넘게 사드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한국 중소기업들과 접촉하면서 사업 기회를 모색해왔다. 이 업체는 현재 한국의 한 중소 화장품 업체와 여행문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 유통기업 관계자는 "처음부터 한국과 사업할 때 우리에게 도움이 될 법한 한국 기업들을 선별해서 접촉했다"며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파트너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실질적인 협력 방안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던 한국 기업들이 대부분 중국 사업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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