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 김기식-삼성증권 묘한 이중주(二重奏)

최초입력 2018.04.10 16:05:00
최종수정 2018.04.10 16:05:44

[김세형 칼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인데 한국의 언론은 온통 김기식과 삼성증권 공매도 사건이 도배질하고 있다.

김기식은 참여연대 출신이며 참여연대는 삼성저격수라는 별칭을 대중은 창안했다. 청와대 장하성, 공정위 김상조, 그리고 이번 금융감독원장 자리를 김기식이 꿰차면서 삼성저격수 트리오가 완성됐다는 뉴스가 떴다. 그리고 이제 삼성계열 금융사들에 어둠이 닥치고 말 것이라는 예언 같은 게 나돌았다.

바로 그때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주식에 28억원을 배당한다는 게 28억주를 잘못 입고시켜 무려 112조원어치 유령주식을 넣어준 사고가 터졌다. 직원 16명이 501만주를 팔아 약 1800억원을 챙길 뻔했다. 애널리스트라는 한 고참은 100만주를 매도해 350억원을 가져가려 했다. 여기서 돈을 챙겼다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주식을 팔면 돈을 받기까지 3일간 시간이 필요한 시스템 때문에 실제로 그들은 한 푼도 못 챙겼기 때문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계좌에 주식을 넣은 게 6일 오전 9시 30분이고 잘못을 알아차린 것은 1분 후인 31분, 그리고 임직원계좌의 매매를 완전차단한 것은 37분 후였다. 중간중간 직원들의 매도를 금지하는 팝업창을 몇 차례 띄웠는데도 몇몇 직원은 매도를 강행하는 모럴해저드를 저질렀다. 계좌에 넣어준 28억여 주 가운데 501만주는 0.18%이다.

미꾸라지 같은 16명 때문에 99.82%의 주식을 안 판 삼성증권이 온통 오물을 뒤집어썼다. 삼성증권은 일단 팔려나간 유령주식을 메우려 241만주는 빌려오고 260만주는 시장에서 황급히 사들였고, 매각하느라 폭락하고 사들일 때 급등한 차액이 100억원에 달하게 돼 이 손실을 16명에게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일확천금하려다가 7억원 혹은 20억원을 물게 생겼으니 남의 돈 꽁짜로 먹으려다간 재앙이 터진다는 인생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을 일이다.

16명이 매도한 501만주의 매각대금은 약 1750억원에 달하고 매도자가 16명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100억원꼴로 팔았다는 얘기가 된다. 직장인으로서는 죽을 때까지 만질 수 없는 슈퍼거액이다. 거기서 눈이 뒤집힌 것 같다.

이들은 삼성증권 측이 우리사주 배당을 잘못한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팔지 못했을 것이다. 3일 후 매도금액을 절대로 찾지 못하고 주식을 판 행위가 남의 재산을 훔친 사기꾼의 행태에 해당돼 회사에서 잘리고, 주가가 11%나 폭락한 가격에 매도했으므로 나중에 되오른 가격으로 사넣어주려면 몇억 원을 물어내야 한다는 계산쯤은 단번에 해낼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이 같은 대형사고가 터진 순간 삼성저격수로 온 김기식의 과거가 백설처럼 순결했다면 삼성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은 딱 걸렸다. 그런데 얄궂게도 김기식에 대해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신파조 영화 같은 무지개가 언덕 위로 떴다. 김기식이 국회의원 시절 산하기관 자금으로 인턴 여직원까 지 대동하고 미국 중국 중앙아시아 등 세계는 좁고 할 일은 많다는 식으로 돌아다닌 행태는 그냥 눈감기는 도를 넘었다. 그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정무위에서 활동할 당시의 활약 내지 활극은 헌정사상 역대급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정무위 국회의원 시절 S금융위원장이 청문회에 왔을 때 그전에 접대카드로 쓴 자금용처를 정말이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 접대건은 사실은 A국 대사관원에게 밥 한 끼 대접한 거였다. 외교관 신분을 가려주기 위해 함구하다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은 김기식 때문에 할 수 없이 A국 외교관의 이름을 댔는데 이번엔 그 외교관의 확약을 받아오라고 추궁했다. 참으로 그 외교관에겐 결례이지만 그렇게 일이 진행되고 말았다. 그의 무용담은 이런 방면에 무궁무진하다고 관리들은 증언한다. 괜히 한비자의 인생역정이 떠오른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없는 주식을 판 행위는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기게스의 반지'를 떠올리게 한다. 대중의 눈을 속일 수만 있다면 어떤 나쁜 짓이라도 감행하고 말 것 같은 탐욕 어린 인간의 나쁜 심보를 일컫는 얘기다. 그런데 삼성증권 소동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이 37분 동안, 어느 순간 주가가 11%나 폭락한 시점에 뭣 모르고 주식을 판 사람들뿐이다. 주가가 곧바로 반등했으므로 이때 산 사람은 오히려 짭짤한 재미를 봤을 터이다. 이 37분에 판 사람만 삼성을 원망하고 잘못된 시스템을 원망할 직접적인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 숫자는 얼마나 될까. 삼성직원 16명이 팔았고 덩달아 팔았던 사람들이 3000명? 5000명? 1만명? 아마도 절대로 1만명은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게시판에 공매도를 폐지해 달라, 삼성증권 관련자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1만명이 아니라 20만명 가까이 쇄도했다. 부정을 참지 못하는 대중의 정의로움의 발로였으리라.

그런데 이건 공매도의 문제는 아니다. 주식을 매각한 16명은 누군가 자신의 계좌에 실물을 잘못 입고시킨 것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회사 측의 착오로 유령주식을 넣은 실수임을 알았다면 3일 후 결제할 때 만천하에 폭로될 텐데 선수들이 왜 그런 자멸의 수를 뒀겠는가. 거래는 당일 저녁 주식과 금액이 대체결제를 통해 확인되고 사흘 후 판 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 게시판에 엉터리 유령주식을 증권사가 발행해 파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나는 주식매매에 무지하다"고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공매도는 증시의 지나친 거품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다. 비트코인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투기를 치유한 공로는 시카고선물거래시장의 공매도이다. 이렇게 좋은 작용도 하는 게 공매도의 원리다. 한국이 공매도를 폐지하면 금융낙후국으로 찍혀 국제사회의 따돌림을 받을 것이다. 공매도 금지요청은 핵심을 놓친 것이다. 실상은 삼성의 과오를 '배싱(bashing)'하는 의도는 없을까. 마침 삼성 계열사가 노조 결성을 방해했다 하여 임직원들이 줄소환되는 시기와도 일치했다.

삼성증권의 잘못은 금융당국이 감사에서 밝혀내겠지만 사실 단순한 문제다. (1)증권사 배당금을 증권예탁원에 넣고 (2)일정액 이상 거액매매는 매매를 중복체크하고 (3)매매 순간에 급격한 주가변동으로 가격안정화장치(VI) 현상이 나타날 경우 바로 조치를 취하는 3가지 문제점을 보완하면 될 것이다. 별로 복잡한 사안들이 아니다.

다음으로 김기식의 내로남불에 대한 처리다. 청와대는 김기식의 행위가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지만 직무를 배제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밝혔다. 쉽게 말하면 그것의 모양새는 네모이나 동그라미라 해도 되므로 네모난 동그라미라고 말하는 격이다. 금융당국자의 도덕성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가 정하는 것이지 청와대가 성급하게 합격점을 주고 말고 할 일이 아니지 않을까.

여기서 잠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대해서도 시선을 가져볼 때라고 본다. 삼성증권 유령주식매도사건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20만명 가까이가 올릴 사안인지 궁금하다. 청원게시판 제도를 도입한 이후 28만여 건으로 1위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통과 주장이고 두 번째가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경제민주화를 밀어주자는 것이다. 야당은 이들 사안을 이념과 연결시키고 있다. 경제살리기나 취업문제를 풀기 위한 규제 완화나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왜 안 하는가 하는 제안은 안 보인다.

북한 김영철이 떠든 천안함 폭침 사안에 대해 북에 따져보자는 제안도 없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떴다는 사실 자체가 민의의 표본이고 다중의 염원이 반영됐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김기식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삼성증권 공매도를 규탄하는 나팔소리가 요란하게 동시에 터진 것은 오비이락이었으리라.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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