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여성 해커는 한명도 없었다

최초입력 2018.04.11 15:02:00
최종수정 2018.04.11 14: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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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손현덕 통쾌한 경제-64] 매일경제신문사가 주관하는 '코드게이트'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사단법인 코드게이트 보안포럼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함께하는 이 행사는 매년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약 1500여 개 팀이 참석하는데 올해는 지난 4월 4~5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로 11번째 대회이니 그동안 나름 연륜이 쌓였다고 봐야 할 겁니다.

코드게이트라고 하면 얼핏 이해가 잘 안될 것 같은데 해킹 방어 대회입니다. 해커들끼리 서로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경진대회입니다. 일반부, 대학생부, 주니어부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온라인 예선을 치르는데 올해는 총 79개국에서 65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메인 게임인 일반부 본선은 한국(4개 팀), 대만, 미국, 일본, 중국(2개 팀), 러시아 등 총 10개 팀이 진출해 실력을 겨뤘습니다. 그 결과 강력한 우승 후보 PPP(미국팀)를 꺾고 고려대 출신 DEFKOR 팀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팀이 코드게이트에서 우승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입니다. 이 코드게이트는 해킹에는 관심이 많지만, 실제 해킹을 체험해볼 수 없는 청소년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주최 측이 올해 준비한 코드게이트 해킹 체험 프로그램을 보면 그 종류가 참 다양합니다. 핸들과 가상엔진으로 구성된 자동차 모형을 주고 해킹을 시도하는 것도 있고 신호등 제어에 쓰이는 무선 리모컨 주파수를 훔치는 체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주변 컴퓨터 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로 가까운 폐쇄회로(CC)TV를 해킹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의 소위 '패턴록'을 없애버리고 잠금을 해제하는 해킹 체험도 했고, 0000~9999까지 숫자를 무차별로 대입해 블루투스 비밀번호를 해킹하기도 합니다.

4차 산업 기반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보안이 허술하고, 해킹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면 큰일이겠지요. 앞으로 갈수록 해킹에 대비한 보안기술은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걸 이번 코드게이트 행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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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참 재미있는 걸 한 가지 발견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해킹대회 본선에 오른 30개 팀(일반부·대학생부·주니어부 각각 10개팀) 중 어느 팀도 여성 참가자는 없다는 겁니다.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분명 여자보다 남자 아이들이 밤을 새워 가면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정도로 해킹대회 본선 참가자들이 모두 남자인 걸 보고는 좀 놀랐습니다. 물론 예선전에 여자팀도 제법 있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남자가 대세입니다. 그것도 압도적 대세이지요.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인 차이가 이런 데서 나타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꽤 오래전 흥미롭게 읽은 책 한 권이 있습니다. 루안 브리젠딘이라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의학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에서 신경생물학을 전공한 뒤 예일대 의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교수인데 책 제목이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입니다. 2006년 출간됐는데 뇌과학으로 여자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한 흥미로운 내용의 책입니다. 워싱턴포스트가 그해 베스트 논픽션으로 선정한 책이기도 합니다.

브리젠딘 교수가 왜 여자의 뇌에 주목했는가 하면 여자의 뇌가 남자의 뇌보다 훨씬 복잡하고 연구 가치가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구를 하다 보니 과도하게 단순한 걸로 알았던 남자의 뇌도 나름 연구 가치가 있어 4년 뒤 다시 책을 한 권 더 냅니다. 그게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입니다.

브리젠딘 교수에 따르면 언어와 청각에 관련된 뇌중추의 경우, 여자는 남자보다 11%나 더 많은 신경세포(neuron)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정서와 기억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부분도 여자가 남자에 비해 더 크다는 겁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행동과 공격성을 지배하는 뇌중추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자 아이들이 해킹 같은데 흥미를 느끼는가 봅니다.

청소년 시절 여자는 에스트로겐이 왕성하게 분비되지요. 이때가 되면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의사소통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틈만 나면 친구들과 전화로 수다를 떨거나 쇼핑을 즐깁니다. 같은 시기 남자는 테스토스테론이 왕성하게 분비되지요. 이때가 되면 남자 아이들은 점점 더 말이 없어지고 게임 점수를 올리는 데만 열을 올린다고 합니다. 브리젠딘 교수의 설명입니다. 남자아이가 14세가 되면 새로 설정된 잠드는 시간이 또래 여자아이에 비해 뒤로 한 시간 늦춰진답니다. 이때부터 여자가 폐경에 이르기까지 남자는 여자보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난다는 겁니다.

브리젠딘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남자아이에게는 승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남자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진정한 목적은 사회적 순위를 정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남자의 뇌는 난투를 벌이며 영역을 지키고 경쟁하고 싶어 좀이 쑤신다. 패배는 용납할 수 없다. 어린 남자의 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의 함성이다."

테스토스테론에 취한 남자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해킹대회에 온통 남자 아이들만 참가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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