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령한 돤융핑 회장의 '느림보 경영 전략'

최초입력 2018.05.14 06:01:00
최종수정 2018.05.12 14: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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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열전-59]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은 존재감을 잃었다. 그 자리를 화웨이와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산이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막강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화웨이와 가성비가 뛰어난 샤오미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진짜 숨은 강자는 오포와 비오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두 브랜드의 본류가 하나라는 점이다. 1980년대 소니가 워크맨을 소니와 와이아 이중 브랜드로 판매한 것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브랜드별 점유율은 화웨이가 줄곧 1등을 차지하지만 오포와 비보를 합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런 구도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부부가오(步步高)'의 돤융핑 회장이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무선전신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학업을 끝낸 뒤 6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30대 중반이었던 1995년 부부가오를 창업했다. 물론 사업 아이템은 그가 다니던 회사와 관련이 있다. 그는 이화그룹 계열사 공장을 맡아 일했는데 여기서 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히트 상품을 개발했다. 학습용 컴퓨터인 사오바왕이다. 이 제품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그룹 매출을 뛰어넘는 신화를 썼다.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 그는 자기 사업을 하고자 부부가오를 세웠다. 그가 처음부터 휴대폰을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애플 아이폰이 나오기 10여 년 전이었으니 중국에는 스마트폰에 대한 개념도 없었던 시기였다. 그가 주력했던 초기 제품은 오디오와 비디오, 학습기기였다.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했던 그는 자회사를 만들어 휴대폰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피처폰이었다. 전자기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던 때라 그는 어렵지 않게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기존 휴대폰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부부가오도 변해야 했던 것이다. 돤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많은 돈을 투자해 스마트폰 개발에 나섰던 것이다. 먼저 대중 브랜드인 오포를 설립했고 이어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비보를 내놓았다. 처음에는 고전했다. 삼성과 애플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는 토종 브랜드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샤오미같이 아이폰을 모방한 제품을 싼값에 온라인에 판매하는 방식도 돤 회장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의 장점은 오프라인에 있었다. 10년 이상 전자기기를 판매하며 구석구석에 구축해 놓은 대리점이 부부가오의 자산이었다. 그것을 활용해야 승산이 있었다. 그가 오프라인 판매를 고집했던 배경이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 중소 도시를 공략했다. 스마트폰 대리점을 확대하고 눈에 보이는 서비스를 실시했다. 시간이 흐르자 오포와 비보의 스마트폰 판매망은 중국 전역에 걸쳐 촘촘해지기 시작했다. 삼성과 애플은 물론 화웨이, 샤오미 등 다른 브랜드들이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 위주로 판매 거점을 늘리고 있는 것과 달리 비보와 오포는 웬만한 지역의 작은 도시에도 그물망처럼 포진하게 됐다. 이는 소비자 편의로 이어졌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데다 고장이 나면 바로 매장으로 달려가 해결할 수 있으니 판매가 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돤 회장의 부부가오 장점이 경쟁 업체에 비해 훨씬 많은 소매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이익을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 그래야 임직원과 판매점이 자신의 일로 생각하게 되고 회사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된 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거의 모든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었고 소매점에 할당하는 판매 장려금도 다른 업체보다 많이 내놓았다. 고객들과 만나는 직원과 소매점에게 혜택을 준 결과는 높은 서비스 품질로 이어졌다. 오포와 비보 제품을 쓰는 소비자 충성도가 유달리 강한 이유다. 삼성과 애플, 화웨이, 샤오미 등을 쓰다가 오포와 비보로 옮겨

타는 소비자는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사람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인 시노맥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오포와 비보가 중국에서 판매한 스마트폰은 각각 1852만대와 1734만대에 달했다. 다른 브랜드의 2배가 넘는 판매량이다. 성장률은 다소 둔화됐지만 인기는 여전한 셈이다. 돤 회장이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오프라인 전략을 채택한 것을 이해하려면 그의 성격을 알아야 한다. 그는 한 중국 언론과 인터뷰하며 이런 말을 했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말이 있다. 빨리 가려면 도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느린 게 빠른 것이다." 돤 회장이 회사 이름으로 결정한 '부부가오'는 점점 높아진다는 뜻이다. 오포와 비보 두 개 브랜드로 나눠 천천히 전진하는 모습을 보면 부부가오가 단번에 비약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올라간다는 의미로 채택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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