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환경에 흔들린다면? 목계(木鷄)를 옆에 두라

최초입력 2017.05.16 15:01:00
최종수정 2017.05.16 14:59:5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보람의 군사경영-97] 주나라 선왕은 닭싸움을 좋아했다. 그래서 이 분야 일인자라던 기성자를 찾아 고용하고 싸움닭을 육성하게 했다. 10일이 지나 선왕은 진행 상태를 물었다. 기성자는 대답했다.

"아직 아닙니다. 힘은 센데 교만해서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죠. 싸움닭이 되려면 멀었습니다." 10일 후 또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도 멀었습니다. 상대의 소리와 그림자에 쉽게 반응합니다." 다시 10일 후에는 이랬다.

"지나치게 공격적입니다. 상대를 노려보는 눈에 드러납니다." 10일이 더 지난 후에야 이렇게 말했다.

"이제 됐습니다. 마음의 평정을 찾아 마치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심지어 덕을 갖춘 듯한 모습을 보이니 어떤 닭이라도 보고 도망갈 것입니다."

위 고사는 중국 도가사상의 바이블인 장자의 '외편' 아래에 있는 '달생편'에 등장한다. 마지막 문장에서 언급한 '덕'을 강조하여 '목계지덕(木鷄之德)의 고사'라고도 한다.

목계는 주변 환경과 여건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를 뜻하기도 하고 세상의 평가와 헐뜯기에 초연한 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경청의 리더십을 상징한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다 일리가 있다. 어쨌든 윗사람이 한마디하면 잠이 안 오고 무고를 당하면 당장 뒷목이 당기는 필부필부(匹夫匹婦)들에겐 부러운 경지다.

누구나 내면의 평안함을 원한다. 희로애락의 종이 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가만히 두질 않는다.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냥 두질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는 유명한 문장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바람이 불어 흔들릴수록 더욱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현대 한국의 격동기에 삼성그룹을 세우고 키운 이병철 회장은 거실에 이 '목계' 조각품을 놓고 항시 경계했다고 한다. 삼성의 성장, 창업주의 인생철학을 목계의 교훈과 연계하여 쓴 몇몇 글이 있다. 그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높이 올라갈수록 교만을 버리고 겸손을 유지하라

-세상의 소문과 주변의 비난에 신경 쓰지 마라

-성품과 언행을 차분하고 부드럽게 유지하라

-경쟁과 마찰 속에서도 항시 평상심을 유지하라

위 네 줄 문장을 이해하지 못할 이는 없을 것이다. 또한 대다수 사람들은 저와 유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출근하거나 회의장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지시 사항을 깜빡한 부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삐딱하게 나오는 협력업체의 담당자와 통화를 하는 순간 목계는커녕 천둥벌거숭이처럼 길길이 날뛰는 초보 싸움닭이 되고야마는 우리들이여.

평상심 유지가 어렵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과 목 사이에 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차분해보이는 닭 이미지를 하나 프린트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을 일이다.

[남보람 국방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파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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