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성차별 메모' 쓴 직원 해고...표현의 자유 침해했나

최초입력 2017.08.12 06:01:00
최종수정 2017.08.11 17:13:36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52]
"기술직서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 더 받는 것 당연"
구글 직원 메모 공개돼 논란…작성자 해고당해
처음엔 메모 작성자에 대한 비난 여론 들끓어
해고 소식 알려지자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구글 /사진출처=AP
▲ 구글 /사진출처=AP
미국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인 구글의 한 직원이 남긴 메모가 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이 사건은 이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권리로까지 논쟁의 범위를 넓혔다.

구글의 엔지니어로 일했던 제임스 다모어는 "기술직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을 더 받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입증되는 사실"이라는 골자의 메모를 작성했다. 10페이지 분량의 이 메모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기즈도모에 의해 공개됐고 이내 전 세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다국적 기업이자 '다양성 포용' 정책을 앞세운 구글에서 성차별적인 언사를 담은 문건이 작성됐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이다.

메모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은 아이디어보다 단순히 미적인 것에만 관심이 많으며 높은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경질적이고 스트레스 대처를 잘 못하는 데 비해 남성은 지위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남성들이 추구하는 높은 지위는 대부분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동반하는데 남성들이 이에 여성보다 더 잘 대처한다."

구글이 매우 '좌편향'적이며 보수주의자를 따돌리는 '그룹 문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수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을 침묵하게 만드는 단일체계가 구축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구글이 '다양성' 정책을 버리는 것을 검토해봐야 하며 구글이 가진 편견에 스스로 반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의 메모가 공개되자 구글은 사태를 급히 수습하려 나섰다. 다모어의 의견은 구글이 추구하는 것과 절대 맞지 않으며 그의 제안은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고 대응했다. 그리고서는 다음날 그를 해고했다.

다모어를 해고함으로써 이번 일은 일단락된 듯 했지만 구글을 향한 반응은 생각보다 달갑지 않았다.

우선 다모어는 미국 수정헌법 1조를 언급하며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방정부 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그는 당당했다. "구글에서 좌편향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숨겨야만 했다"며 "무슨 말만 하면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몰아세웠다"고 불만이 가득했다. 이에 극보수 언론인 브레이트바트뉴스는 다모어를 "영웅"이라 칭하며 그의 행동이 매우 용감했다고 극찬했다.

대부분의 언론과 사람들은 다모어의 발언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구글의 방침이 다소 일방적이고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다모어가 해고된 것은 실리콘밸리 내 여성 기술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구글의 방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독단적인 면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이어 "구글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표명한 사람을 제거함으로써 다양성 자체를 무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인지과학 전문가는 "구글이 이번에 취한 조치는 IT 산업계의 트럼프 지지를 강화하는 기폭제로 작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정헌법 1조가 명시하는 표현의 자유가 사기업장에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 때문에 다모어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 해도 구글의 방침이 불법이라는 법적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로펌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제임스 맥도널드는 "수정헌법 1조가 민간 영역까지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합법이라 치더라도 사측이 직원들의 발언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다양성 정책을 성실히 지키고 있다는 점을 노동부에 어필하기 위해 해고 결정을 바로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 노동부는 몇 년 전 구글에 성별 임금 격차가 크다고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구글은 2014년부터 사내 인종·성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김하경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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