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5억년? 40억년? 과학자들의 뜨거운 논쟁

최초입력 2017.12.19 15:01:00
최종수정 2017.12.19 18:02:40

1992년 호주 암벽에서 발견된 화석의 모습. 이 구불구불한 선이 생명이 굳어서 남긴
▲ 1992년 호주 암벽에서 발견된 화석의 모습. 이 구불구불한 선이 생명이 굳어서 남긴 '화석'인지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구조인지를 두고 학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UCLA
[말랑말랑과학-139] 1992년,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의 흔적으로 보이는 화석을 발견했다. 호주의 암석에 갇혀 있던 구불구불한 작은 선. 35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미세한 선은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학자들은 이후 이 구불구불한 선이 정말 미생물의 화석인지, 정말 35억년 전에 살았는지 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이 이 화석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생명체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35억년이 아닌, 이보다 5억년 앞선 40억년 전에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호주의 화석을 발견한 고생물학자 윌리엄 쇼프 UCLA 교수는 윈스콘신대의 지구과학자인 존 밸리 교수와 팀을 꾸렸다. 밸리 교수는 '이차이온질량분석법(SIMS·Secondary Ion Mass Spectrometry)' 전문가다. 이차이온질량분석법은 어떤 샘플 속에 존재하는 탄소 동위원소를 정확히 측정해 연대를 알아내는 기술로 꼽힌다.

연구진은 먼저 현미경을 이용해 화석이 포함된 박편을 현미경으로 4개월 동안 들여다봤다. 이후 SIMS로 촬영이 가능할 만큼 화석이 충분히 포함된 표본을 확인했다. 이 샘플에는 11개의 작은 화석이 포함되어 있는데 형태와 크기를 감안하면 5종의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연구진은 그 뒤 SIMS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12월 1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두 가지 화석이 현재 살고 있는 박테리아와 동일한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박테리아는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빛을 이용해 탄소화합물을 만드는 '원시광합성'이 가능한 생물이다. 다른 두 가지 화석은 '고균'과 동일한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갖고 있었다. 고균은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다세포 생물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생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하나의 화석이 갖고 있는 탄소동위원소 비율은 이 생물체가 대사작용으로 메탄을 생성했음을 보여줬다.

쇼프 교수는 "이밖에 여러 탄소동위원소 비율이 많아 호주에서 발견된 구불구불한 선이 생명체가 굳어서 남긴 화석임을 증명하고 있다"며 "무기적인 과정이 구불구불한 화석을 만들었다면 모두 동일한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35억년 전에 미생물이 다양했던 만큼 지구 생명의 출현은 40억년으로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버거 라스무센 호주 커틴대 교수는 학술지 '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연구결과들은 이 화석이 과거 생물이었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이 화석의 보존 상태가 나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불구불한 선이 화석이 아니라 지질학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은 이어졌다. 올코드 마셜 캔자스대 교수는 "분석기법은 오류가 많아 암석 속에 서로 다른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SIMS 전문가로 꼽히는 라라 갬블 워싱턴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상당히 잘 설계된 실험"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쟁은 2016년에도 불거진 바 있다. 앨런 너트먼 호주 울런공대 교수 연구진이 그린란드에서 37억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의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는데 이를 두고도 생명체가 남긴 흔적인지, 퇴적물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구조인지를 두고 과학자들 간 이견이 존재했다.

라스무센 교수는 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인류가 가장 오래된 화석을 추적하고 있는 과정에서 이번 연구를 바로 잡아가는 과정은 가치 있는 일"이라며 "화성과 또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지구에 있는 고대 화석이 생물학적 특징(biosignatures)을 찾는 기법을 갈고닦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과학기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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