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으로 청혼한 로맨틱 과학자 들어보셨나요?

최초입력 2018.02.14 06:01:00
최종수정 2018.02.14 09:10:47

[말랑말랑과학-140] "하늘에 있는 저 별 너무 아름답지 않아?"

"저건 별이 아니라 금성이야. 금성은 별이 아니야.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

세상 사람들이 과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담하다. 앞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너드(Nerd), 과학덕후, 공돌이.' 과학자들은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낭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학술지 '네이처'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낭만적인 과학자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연구성과가 담긴 '논문'을 자신들의 피앙세에게 헌정했고,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청혼 메시지를 논문에 몰래 숨긴 것이다.

카렙 브라운 캐나다 왕립 티럴 박물관 연구원은 자신의 프러포즈가 마치 그가 연구하는 화석처럼 영원하길 바랐다. 그의 여자친구는 같은 박물관에서 화석 기술자로 일하는 로나 오브라이언. 브라운 연구원은 뿔 달린 공룡인 '레갈리케라톱스 피터휴시'에 관한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하면서 "브라이언, 나와 결혼해줄래?"라는 문장을 논문의 '감사의 글(사사)'에 적었다. 이 논문은 레갈리케라톱스 피터휴시와 관련된 첫 번째 논문이었기에 많이 인용될 것이 뻔했다. 그는 "내 프러포즈에 '불명성(immortality)'을 부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2015년 6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논문의 사사까지 챙겨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사사의 메시지를 읽은 것은 오브라이언뿐만이 아니었다(물론 그는 청혼에 응했다). 이를 알아챈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이 소식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브라운 연구원은 "내가 너무 순진했다"며 "이 글이 이토록 퍼져 나갈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논문의
▲ 커런트 바이올로지 논문의 '사사'에 실린 청혼문.


전직 해양생물학자인 데이비드 타마요는 그가 연구를 그만두기 전, 여자친구인 신경과학자 캐롤라이나 무구루사에게 청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논문의 사사를 통해서였다. 그는 현재 스페인 고등학교의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타마요는 "마지막 논문을 준비하면서 나는 지금이 아니면 절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2016년 5월, 저널 편집자가 내게 말을 하지 않고 논문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내 서프라이즈를 망쳤다"고 했다. 그는 "그녀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 청혼 메시지를 확인하면 안 되었기 때문에 급히 서둘렀다"고 말했다.

그는 집으로 곧장 달려가 무구루사에게 학술지 '해양생물학'에 게재된 논문의 사사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는 "감사의 글에 혹시 누락된 사람이 있는지 살펴봐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무구루사가 논문의 사사를 읽고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 타마요는 이미 청혼반지를 꺼내 무릎을 꿇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결혼했다.

중국우한공과대 재료공학자인 커창 첸도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에 쓴 논문의 사사에 청혼 메시지를 숨겼다. 역시 재료공학자였던 그의 여자친구 차오휘 종은 이 논문의 공동저자였다. 하지만 종이 논문을 처음 읽은 뒤 청혼 메시지를 알아채지 못하자 첸은 "한번 더 세심하게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메시지를 본 종은 첸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올해 6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논문 감사의 글을 통해 청혼하는 것이 로맨틱한 과학자들의 전부는 아니다. 칼 멜링은 지금의 아내인 피오나 브래디와 함께 미국 뉴저지주에서 상어 이빨 등의 해양화석을 발굴하던 중 청혼했다. 1998년 6월 어느 월요일 저녁, 멜링은 석류석 반지를 커피 깡통에 넣은 뒤 이를 강바닥에 숨겼다. 숨긴 장소는 식물로 표시했다. 그는 "어두워지기 전에 깡통을 강바닥에 놓아 다른 사람들이 발견할 수 없도록 했다"며 "다음날 새벽 우연히 발견한 척 강바닥에서 커피 깡통을 주워 브래디에게 건넸다"고 말했다. 그녀가 깡통을 열자 반지와 함께 다이아몬드 반지를 발견했고, 청혼을 받아들였다. 멜링은 현재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 화석 전시관을 담당하고 있으며 브래디는 교사로 재직 중이다.

과학 작가인 켄드라 스나이더는 그의 남편인 과학작가 데이비드 모셔를 입자충돌기에서 만났다. 처음 만나고 두 달 뒤인 2011년 7월 어느 날 국립 브룩헤이븐연구소에 근무하던 스나이더는 "입자충돌기에서 형성되는 흔치 않은 결정에 대한 이야기를 쓰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입자충돌기는 가동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입자충돌기로 내려갔고, 그곳에는 모셔가 서 있었다. 스나이더는 "너무 깜짝 놀랐다"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연구소의 동료들은 소장의 허락을 받고 샴페인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스나이더는 "우리가 만난 것은 절대적으로 팀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과학작가 데이비드 모셔는 그의 여자친구인 켄드라 스나이더를 입자충돌기에서 만났다. 결국 그는 입자충돌기에서 청혼했다. /사진제공=데이비드 모셔, 네이처
▲ 과학작가 데이비드 모셔는 그의 여자친구인 켄드라 스나이더를 입자충돌기에서 만났다. 결국 그는 입자충돌기에서 청혼했다. /사진제공=데이비드 모셔, 네이처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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