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죄의 보호 대상, 사회적 인격에 대해

최초입력 2017.04.19 06:01:00
최종수정 2017.04.18 16:27:5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2] 1. '명예'에 대해 판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누리는 그 사람의 인격에 대한 평가."



2. 실제 그 사람이 어떤 인격의 사람인가가 아니라 사회적 평가로서의 인격이다. 사람은 날 때부터 현재까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사회적 인격을 만들어 낸다. 날 때부터 주어진 변하지 않는 인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길 바라며 부단히 노력한다. 그 사람이 실제 어떤 사람이냐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느냐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를 사회적 명예라고 한다. 이 인격만큼은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다.



3. 이러한 인격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 명예훼손죄다. 허위의 사실을 퍼뜨려 훼손하든 진실된 사실을 퍼뜨려 침해하든 마찬가지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다만 공익적 의도에서 진실을 퍼뜨렸을 때에만 면책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형법의 태도가 그렇다. 어떤 사람이 어떤 모습이 되고자, 또 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자 부단히 노력한 결과물로서 그 사람의 인격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훼손하지 말라는 법의 요청이다.



4. 가. 얼마 전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은 "사법이 실제 어떠냐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치느냐"도 중요하다고 했다. 사법적 신뢰가 훼손될 것을 염려한 탓이다. 초임 변호사에게 선배들은 흔히 '변호사처럼' 생각하라고 한다. 현재 프로 변호사는 아니지만 '변호사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다 보면 당신은 어느 순간 변호사가 되어 있다.

또 어떤 분은 세상을 '빨간 안경'을 쓰고 볼 것인지, '파란 안경'을 쓰고 볼 것인지를 묻고 때때로 안경을 바꾸어 쓸 필요가 있으며 그 사람이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비록 실체는 아니라도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나아가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실체로서의 자기 자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 사람의 행복감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나. 이런 의미의 명예 개념은 그 사람의 인격 형성, 행복추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경제활동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바로 기업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경제적 의미에서의 '신용'이 이 분들께는 생명과도 같다. 비단 인격의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거래계에서 "그 사람, 틀림없는 사람이야", "궁할 때 돈 빌려주면 틀림없이 갚는 사람이야", "지금 현금은 없지만 그 사람 사업 수완이나 재산 봐서는 틀림없어"라는 평가 말이다. 인격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바로 신용에 대한 평가다. 이것 역시 기업활동 과정에서 노력을 통해 얻은 결과다. 형편이 어려울 때라도 약속한 걸 피눈물 흘리며 지켜내고자 한 바로 그 '신용'이라는 거다. 이것은 인격권으로서의 성격은 약하고 기업활동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형법도 이런 부분은 신용훼손죄라는 죄명을 별도로 만들어 보호하고 있다.



5. 요컨대 사람에겐 노력에 의해 얻어지는 또 하나의 사회적 인격이 있다. 이것은 내가 선택과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격, 내가 노력하여 얻어낸 사회적 인격이다. 명예훼손죄는 바로 이것을 보호 대상으로 한다.

함부로 기사를 쓰거나, 함부로 댓글을 쓰지 말자. 그 사람의 사회적 인격을 침해하는 것을 통해 그 사람 내면의 인격, 사람으로서의 핵심적인 영역을 건드리는 행위다. 물론 꼭 알려야 할 부분을 알리고 타인과 의견을 교환하는 일도 중요한 가치다. 법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떤 사람에 대해 댓글을 달 때 혹은 학교나 직장 동료들끼리 카톡을 할 때 한 번 정도는 그 사람 내면의 인격이 훼손될 수 있다는 측면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마석우 변호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