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의 영국 대표 록밴드 '스웨이드'

최초입력 2017.04.21 15:10:00
최종수정 2017.04.21 15: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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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오브락-2] 영국 밴드 스웨이드(Suede)가 1993년 내놓은 데뷔 앨범 '스웨이드'는 당시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 발매 첫해 UK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10년 동안 가장 빠른 시간에 앨범이 많이 팔린 기록을 썼다. 데뷔 앨범의 파격적인 사진도 화제였다. 두 남성이 키스를 하고 있는 사진을 전면에 걸고 다분히 '게이' 취향의 냄새를 풍겼다.(스웨이드 드러머인 사이먼 길버트(Simon Gilbert)가 게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밴드의 컨셉은 밴드 프런트맨 보컬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의 독특한 목소리와 움직임에 의해 극대화됐다. 브렛은 비음을 극도로 강조한 소위 코맹맹이 보컬 스타일이었다. 음 자체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최대한 얇고 카랑카랑하게 발성하는 그의 목소리는 몽환적인 음악과 잘 어우러져 매우 관능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브렛은 당시 섹시 컨셉의 상징이었다. 비쩍 마른 몸으로 비음을 섞은 목소리를 내며 선보이는 날카로운 턱선과 오똑한 콧날에 당시 많은 소녀팬들이 열광했다. 몸에 쫙 달라붙는 까만 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무대를 방방 뜨며 합창을 유도하는 전성기 스웨이드의 공연 스타일은 매번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였다. 이 때도 소녀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당시 록을 다루던 월간 잡지의 독자 투고란을 보면 "스웨이드의 브렛 앤더슨이 꿈에서도 떠오릅니다. 정말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등등 상사병을 호소하는 소녀팬들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는 1990년대 초여서 음반을 제외하고는 딱히 영국 밴드의 공연 실황을 접하기 힘든 구조였는데, 극성 팬들은 비디오로 복제된 조악한 수준의 필름을 돌려보며 갈증을 채우곤 했다. 가사를 직접 썼던 브렛은 한 때 마약중독자기도 했다. 그들의 음악은 실제 마약과 썩 잘 어울리는 느낌을 준다. 다소 우울하고, 좀 신경질적이고, 무엇보다 퇴폐적이다. 스웨이드의 음악은 퇴폐적이라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린다. 데이빗 보위 등이 들고 나온 글램 록의 영향을 다분히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브렛은 이 같은 이미지를 밴드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그는 데뷔 앨범 발매 이후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호모섹슈얼한 경험을 가져본 적이 없는 바이섹슈얼이다"라고 언급하며 단숨에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동성애 섹스를 해보지 못했지만 이성 동성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취향'이라는 뜻이었다.(하지만 브렛은 이성애자였다. 훗날 그는 이 인터뷰를 회고하며 이슈를 불러모으기 위해 그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초창기 스웨이드를 이끄는 두 축은 브렛과 초기 기타리스트 버나드 버틀러였다. 브렛이 특유의 비음과 섹슈얼한 관능미로 무대 전면에 섰다면 10대 천재 기타리스트 버나드는 독창적이며 몽환적인 기타리프를 선사하며 곡의 완성미를 확 높였다. 하지만 둘은 두번째 앨범 도그맨스타(Dog Man Star)의 녹음에 돌입하며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사이가 너무 틀어져 서로 직접 얘기를 안하고 매니저를 통해 메시지를 전할 정도였다. 이 앨범은 드러머인 사이먼 길버트가 여러 비트를 녹음해 버나드 집으로 보내면 버나드가 이를 토대로 작곡을 하고, 이걸 브렛에게 보내면 그가 가사를 입히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팀원 사이의 갈등은 흥행에도 반영됐다. 평단과 팬들의 비난 속에 첫번째 앨범만큼의 호평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두번째 앨범 발매 직후 버나드는 팀을 떠난다. 절치부심한 브렛은 세번째 앨범 커밍업(Coming up)을 통해 화려하게 재기한다.

이 앨범은 앞선 두 앨범보다 훨씬 상업적인 측면이 강조된 앨범이었다. 여기에 실린 'Beautiful ones'는 스웨이드의 최대 흥행 곡중 하나다. 경쾌한 기타리프와 비음이 극도로 강조된 브렛의 보컬, 흑백톤의 세련된 뮤직비디오까지 3박자가 어우러지며 흥행 랠리에 성공한다. 이때가 스웨이드의 정점, 가장 화려한 시절이었다.

이후 나온 네번째 앨범과 다섯번째 앨범은 히트에 실패한다. 그리고 2003년 그룹은 해체한다. 하지만 스웨이드에 흠뻑 빠졌던 팬들은 스웨이드를 가만 두지 않았다. 사이가 극도로 안 좋았던 브렛과 버나드가 '더 티어스'라는 밴드를 결성해 활동을 했고, 2010년에는 비록 버나드는 빠졌지만 브렛과 스웨이드 원년 멤버가 합쳐 그룹을 재결성한다. 한국에 내한공연을 와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렛은 여전히 깡마른 모습이었지만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은 그간의 세월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 성대가 두꺼워진 탓에 전성기때 보여주던 신경질적인 비음은 많이 사라졌다. 시련과 고통의 세월이 선사했을 법한 넉넉한 웃음과 두꺼워진 목소리 톤이 올드팬의 갈증을 모두 채우기에는 2%가 부족했다.

스웨이드의 추천곡으로는 앞서 거론한 'Beautiful ones', 데뷔 앨범 첫곡인 'So young' 그리고 'Filmstar'와 'She' 등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번 꽃히면 웬만해선 헤어나오기 힘들다. 충분히 자극적이고 매혹적이고, 섹시하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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