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도루밸리의 와인 균형잡힌 포트와인의 진수

최초입력 2018.01.10 06:01:00
최종수정 2018.01.09 14:26:05

[세계의 와인기행-46] 특별한 날엔 디저트 와인으로 포트 와인 어때요?

포르투에서 도루 밸리까지-따봉! 포르투갈(4)

포르투에서 바라본
▲ 포르투에서 바라본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세계의 와인기행-46] 포르투갈 와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누구나 '포트 와인을 많이 맛보고 왔느냐'고 묻는다. 사실 포트 와인 이외에도 일반적인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 등이 골고루 생산되지만, 아무래도 포트 와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리라.

포트 와인의 역사는 17세기 무렵부터 북부 항구도시 포르투(Porto)를 통해 영국으로 와인이 수출되면서 시작됐다. 운송 중 와인이 변질되지 않도록 브랜디를 넣어 선적한 것이 시초인데, 이후에 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해 잔당을 남기고 알코올 함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달콤하고 도수가 높아서 디저트 와인으로 애용되고, 장기 보관이 가능해 오래 간직했다가 특별한 날에 마시기도 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기념으로 포트 와인을 구입해서 보관했다가 성년이 됐을 때 축배를 들기도 하죠. 최근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곳에서 생산하는 주정 강화 와인과 구분 짓기 위해서 포르투의 영어식 발음인 오포르토(Oporto)라고 부르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내를 위해 나온 포르투갈와인협회(Wines of Portugal)의 미겔이 자세히 설명했다.

도루 계곡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계단식 포도밭이 조성돼 있다.
▲ 도루 계곡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계단식 포도밭이 조성돼 있다.


숙소인 빈치 포르투(Vincci Porto) 호텔에서는 도루(Vincci) 강 너머로 알록달록 예쁘기로 유명한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역이 보였다. 포트 와인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와이너리들이 있는 곳인데, 줄여서 '가이아'라고 부른다. 강변에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깝고, 시내 중심부에서도 대중교통으로 금방 닿는다. 많은 관광객이 테일러(Taylor's), 그라함(Graham's) 등의 유명한 와이너리를 찾아가 와인을 시음하거나 저장고를 둘러보고 레스토랑에서 요리도 맛본다.



"와인 수송도 편하고 방문객이 찾아오기도 좋아서 많은 생산자들이 와인을 병입하고 숙성하는 와이너리를 가이아에 두었어요. 포도밭은 북동쪽으로 약 100㎞ 떨어진 도루 밸리(Douro Valley)에 있죠. 포도가 자라고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거기서 볼 수 있어요."

도루 지역의 니에푸르트 와이너리
▲ 도루 지역의 니에푸르트 와이너리


포도밭 풍경을 직접 보고 싶어서 도루 밸리를 찾았다. 차로 50분쯤 달리자 도루 강 양 옆으로 험준한 산자락이 펼쳐졌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는 것이 아찔했다. 그 험한 산을 타고 가파르게 솟아오른 계단식 포도밭들이 경이로워 보였다.

"도루 밸리 생산자들은 편암과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비탈을 개간하여 수십만 개의 계단식 밭을 일군 뒤 포도나무를 심고 키웠어요. 경사가 워낙 가팔라서 지금도 기계가 진입할 수 없는 곳이 많아요. 손으로 열매를 가꾸고 수확해야 하죠. 덕분에 인간의 손길로 가꾸고 수확한 포도로 귀한 와인이 만들어진답니다."

미겔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도착한 와이너리는 1842년 설립 이후 5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니에푸르트(Niepoort)다. 닐 베게트의 저서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에 다수의 와인이 소개된 탁월한 포트 생산자다. 양조시설을 둘러보면서 나무통에서 숙성되고 있는 포트 와인들을 뽑아 시음한 뒤, 본격적으로 여러 와인을 맛봤다.

니에푸르트의 와인들
▲ 니에푸르트의 와인들


니에푸르트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 2013(Niepoort Late Bottled Vintage Port 2013)와 니에푸르트 콜헤이타 포트 1998(Niepoort Colheita Port 1998)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검붉은 색의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에서는 다크초콜릿 향이 피어오르며 풀과 나무와 흙내음이 전해졌다. 입에 머금으니 균형이 잘 잡힌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콜헤이타 포트'는 오렌지 빛이 섞인 벽돌색으로 빛났으며 말린 과일 향이 피어올랐다. 혀에 감돌던 차분하고 긴 여운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소유주의 개인 저장고에는 한 세기를 훌쩍 넘은 역사를 증명하듯 올드 빈티지 포트 와인들이 가득했다. 그중엔 가족들의 생년(生年) 빈티지 포트들도 있었다. 빈티지 포트는 특정한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만든 와인인데, 그중에서도 가족이 태어난 해의 것이니 특별히 소중할 수밖에 없으리라.

포르투갈에선 기념일에 포트 와인을 딴다. 달고 도수가 높아서 주로 식사 마지막에 디저트 와인으로 마신다. 새해에는 모임이나 기념일에 포트 와인을 맛보면 어떨까? 포르투갈 사람들처럼 진한 포트 와인을 마시며 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분위기가 더 따뜻해질지도!

나보영 여행작가
▲ 나보영 여행작가


[나보영 여행작가]

※잡지 기자 시절 여행, 음식, 와인 분야를 담당한 것을 계기로 여행작가가 됐다.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안 다니는 곳이 없지만 특히 와인 생산지를 주로 여행한다. 매경 프리미엄 이외에도 '한국경제신문'과 '와인21 미디어'에 자신의 이름을 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더트래블러' 'KTX매거진' '무브' 등의 여행전문지에도 기고한다. 2018년 봄엔 가까운 식도락의 도시 후쿠오카를 다룬 여행서도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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