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도전일까, 회피일까? 나는 왜 퇴사를 원하는가?

최초입력 2018.01.09 15:08:00
최종수정 2018.01.11 08:49:27

*엔지니어로 직장생활 6년을 하고 퇴사했다. 누군가 말했다. 그래도 10년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나는 공대 4년, 엔지니어 6년이면 합이 10년이라고 답했다. 한 분야를 10년 경험했으니 다른 분야를 만나고 싶었다. 첫 직장 퇴사 후 3년이 흘렀다.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에세이 형식으로 연재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사하고 싶으세요? 유재천 코치의 직장인을 위한 전 상서-1] "지난 수년간 '이 일이 진정 나의 일인가?'에 스스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여러 차례 사직서가 반려된 후 마지막에 쓴 퇴사 사유다. 진심이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냉철한 현실의 채찍이 차갑게 날아들었다. 솔직히 자신에게 잘 맞는 이상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 것이냐는 반론이었다. 이미 여러 번 수긍하고 다른 한편의 마음을 설득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 그러나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가까스로 버텨내고도 더 버틸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고문은 내 마음 어느 곳도 어루만져주지 못했다. 계획했던 의지는 철저하게 빗나갔고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퇴사했다.

퇴사는 도전일까, 회피일까?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해답은 스스로가 갖고 있다. 다만 퇴사를 고민하는 시점에 몇 가지 질문이 자신의 혼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퇴사를 원하는 이유에 관한 것이다.

"나는 왜 퇴사를 원하는가?" 마음속에 꿈틀대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가슴 떨리는 무언가가 있고, 실현하기 위해 계획을 확고하게 세웠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도전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를 자신의 마음에 던졌을 때 분명하게 받아들이기 불편하다면 회피다. 물론 이루고 싶은 바가 높은 연봉일 수 있다. 지금의 연봉으로 이렇게 많은 일을 이 정도로 열악한 환경과 처우에서 해내기 어려운 현실이 도처에 있다. 일 가치(Work Value)의 기준은 개인의 가치관과 같이 서로 다르겠지만 그에 따른 질문에 답할 자신이 없다면 회피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퇴사를 합리화시킬 만한 절절한 사연을 갖고 나를 설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전이든 회피든 여기만 아니면 된다고 말이다.

'여기보다 더한 지옥이 있겠어?'라며 오늘도 동료들과 퇴사를 논하곤 한다. 나름의 자기합리화를 마쳐도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일한다. 하긴 한다. 적당히. 적당히 일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좀 더 괜찮은 방법은 없을까?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럽게 할 순 없을까? 직장생활을 의미 있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그렇게 회사 다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어요? 그냥 다니는 거죠, 뭐." 내가 직장인 후배들을 만나 던진 질문에 돌아온 공통된 답변 중에 하나다. 그냥 그렇게 잘 버티는 것도 치열하고 피로한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덕목이다.

나는 퇴사를 경험한 입장에서 직장인을 위한 전 상서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직장생활을 의미 있게 만들려는 관점 전환이 이상적인 직장을 찾는 것보다는 쉽고, 이 길로 가는 과정이 직장생활의 내공(內功)을 쌓는 것이다." 한 직장인 후배가 말한 그냥 다니는 능력 역시 내공이다. 그러나 전략을 갖고 내공을 쌓는 것과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며 나름의 내공이라고 축적하는 것은 후에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진짜 내공이 아닌 스스로 내공이라고 믿었던 허공(虛空)의 외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퇴사 고민에 도움을 받는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는 이처럼 퇴사 경험자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다. 이는 '회사는 전쟁터이고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드라마 명대사의 진위 여부를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직접 도전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은가.

내가 다닌 첫 직장은 대기업이었다.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은 괜한 염증만 유발한다. 그냥 괜찮은 회사에 다녔다고 말하면 만족한다. 왜냐하면 요즘 퇴사 이야기는 흔하고 안정된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나 역시 그중 하나다. 그렇다고 회사나 조직에 적응을 못 해서 나온 건 아니다. 몇 개월 또는 1, 2년 근무한 것이 아니고 6년간 다녔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대형 프로젝트와 중책을 맡으며 지속적으로 성과를 냈고 여러 차례 수상(受賞)도 하며 인재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내공이라고 믿었던 허무한 착각의 가장 큰 피해자로 결국 번아웃(Burn out)되었다.

나는 첫 직장을 그만두고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기업경영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조직과 인재의 거시적, 미시적 거동에 대해 케이스 스터디를 하며 많은 직장인들을 만났다. 리더십과 코칭이라는 세부 전공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직장생활을 다시 봤다. MBA 과정이기 때문에 경영을 함께 경험하고자 카페를 인수했고 그곳에서 학생과 직장인들에게 코칭을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대학원을 마치고 다른 조직을 경험하고 싶어 두 번째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두 번째 퇴사를 경험했다. 프로세스가 효율적일 때 입력(Input)이 많으면 출력(Output)이 증가하거나 결과물의 성과가 좋다. 같은 이치일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고민을 입력한 퇴사 경험자로서 퇴사 고민자인 직장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퇴사 경험자가 말하는 직장인을 위한 전 상서를 읽고 다시 자신에게 물어보자. 내가 고민하는 퇴사는 도전일까? 회피일까? 나는 왜 퇴사를 원할까?

[유재천 인생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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