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테마로 한 게임들 유년시절 추억을 소환하다

최초입력 2018.01.10 06:01:00
최종수정 2018.01.09 17:47:57

[게임의 법칙-66] 올해는 벽두부터 올림픽이라는 큰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교통수요 문제로 KTX 노선조차 뚫리지 않던 강원도 지역에 KTX경강선이 개통됐다. 이렇게 커다란 행사인 동계올림픽은 사실 1988년의 서울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치르는 국내 올림픽 행사임에도 여러 가지 이슈로 말이 많은 상황이다. 게임 칼럼에서 시사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은 주제를 벗어나는 일일 것이고, 우리는 당연히 동계올림픽을 맞아 동계올림픽과 연관된 게임들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동계 스포츠 종목들을 게임으로 다루는 일은 꽤나 오래전부터 기획되어 왔다. 1990년대 초반의 두 게임이 의미 깊은데, '스키냐 죽음이냐(Ski or die)'와 '동계올림픽(The games: winter challenge)'이다. 정품 게임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유통되지 않던 시절, 동네 컴퓨터학원 등지를 중심으로 복제판 디스켓을 통해 널리 알려진 두 게임이 사실상 국내에서는 초기 동계스포츠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캐주얼한 동계스포츠 모음집, 스키냐 죽음이냐

제목부터 동계 스포츠 마니아의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게임 '스키냐 죽음이냐'는 지금까지도 EA sports 시리즈로 스포츠게임의 명가로 이름을 날리는 일렉트로닉 아츠의 1990년 작품이다. 게임 시작 화면도 전통적인 스키숍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고, 게임 안에서 각각의 미니게임으로 들어가는 방식도 마치 실제 스키장의 구조와 같은 길로 그려져 겨울의 운치를 돋운다.

'스키냐 죽음이냐'는 정통 동계 스포츠라기보다는 좀 더 캐주얼한 분위기에 가까운 미니게임들로 구성되어 있다. 스키점프로 예술점수를 매기는 것과 같은 실제 동계올림픽 종목과 같은 게임과 함께 눈싸움, 익스트림 스포츠와 동계 스포츠를 접목하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튜브를 타고 설원을 다운힐로 내려가는 튜브 스래쉬처럼 겨울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미니게임들이 게임 전반을 구성한다.

캐주얼한 게임답게 조작이나 구현도 복잡하기보다는 아케이드스러운 간단함에 중심을 맞추었다. 속도를 내기 위해 연타를 사용하고, 키패드의 방향키로 동작을 조정하고, 시프트 키로 남의 튜브에 구멍을 내기 위해 송곳을 찌르는 등 유쾌하고 가벼운 터치로 유머러스한 동계 스포츠의 면면을 그려내는 게임이 '스키냐 죽음이냐'이다.


▲ '스키냐 죽음이냐' 의 스키 점프 장면. 빠르게 버튼을 연타해 높이 뛰어오르면 우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금은 무겁게, '윈터 챌린지'

반면 어콜로이드사가 제작한 '더 게임즈: 윈터 챌린지'는 이름의 '더 게임즈'가 가리키는 것처럼 본격적으로 동계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측면에 집중한다. 봅슬레이, 루지, 스키, 스키 바이애슬론, 스피드스케이팅 등 좀 더 진지한 동계종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윈터 챌린지'는 '스키냐 죽음이냐' 에 비해 진지하게 동계 올림픽에 접근하는 게임이다.

물론 그래픽이나 용량의 한계로 인해 그 진지함이라는 것이 최신 물리엔진과 화려한 그래픽 셋에 기반한 실사감과는 거리가 멀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나름의 진지한 접근을 통해 동계올림픽을 게임으로 그려낸 사례였다. 제작사인 어콜로이드가 '테스트 드라이버'처럼 주로 현실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게임 안에 그려내는 것에 주력한 곳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윈터 챌린지'의 조금은 무미건조해 보이는 동계 스포츠 묘사도 그럴 법하다고 여겨질 부분이 있을 것이다. ('테스트 드라이버' 시리즈는 레이싱 게임이지만 과속을 하면 경찰이 따라와 딱지를 붙이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게임이었다.)


▲ '윈터 챌린지'의 바이애슬론 사격 장면. 스키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으로 구성된 미니 게임은 꽤나 진지한 편인 이 게임 안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장면이었다.


◆캘리포니아게임즈, 하이퍼올림픽, 그리고 올림픽 게임들의 재미와 한계

동계올림픽을 다루는 게임이 그렇게 많지 않고 다루는 방식 또한 몇몇 종목을 단순한 키 입력에 의한 액션 정도로 풀어낸 것은 이들 게임이 동계올림픽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이미 존재했던 올림픽, 스포츠류의 게임으로부터 파생된 일종의 스핀오프 작품이라는 기획상의 한계로부터도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두 게임에 가장 가까운 영향권 안에 있는 선조적 게임은 아마도 1987년의 에픽스사 작품인 '캘리포니아 게임즈'일 것이다. 1988년에 PC버전으로 릴리즈되면서 마찬가지로 국내에 불법복제를 통해 크게 유통되었던 '캘리포니아 게임즈'는 캘리포니아에서 제기차기, 원반던지기, 익스트림바이크, 파도타기 등의 스포츠를 즐기는 미니 게임들로 구성된 게임이었다. 올림픽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이른바 스폰서십의 선택을 통해 플레이어가 해당 스폰서의 대표 선수가 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고, 여러 개의 다른 종목들에서 펼쳐진 점수를 합산한다는 방식은 어느 정도 올림픽 게임의 무언가를 참고한 경향성을 품고 있었다.

물론 '캘리포니아 게임즈'의 원조는 역시 아케이드게임에서 등장한 초창기 올림픽 게임인 '하이퍼 올림픽'일 것이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88올림픽'과 같은 이름으로 유통된 코나미사의 초기작은 주로 멀리뛰기, 해머던지기, 달리기 등 육상 종목을 다루면서 나름 인기를 끌었고, 후속작인 '하이퍼 스포츠'에서는 양궁, 클레이사격 등 비육상 종목들을 추가하면서 적지 않은 게이머들의 유년기와 함께했었다.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세계, 그것도 수많은 관객과 팬덤, 막강한 스폰서십에 의한 쇼 비즈니스와의 결합이 존재하는 거대 구기종목이 아닌 순수 애틀래틱스 그 자체를 다루는 스포츠의 방식을 게임으로 표현하는 일은 사실 쉬운 도전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올림픽과 같은 종목을 다루는 게임들은 얼핏 보기에는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하이퍼 스포츠'의 양궁처럼 실제 양궁을 모사하기보다는 양궁을 모티브로 한 게임성만을 구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 '하이퍼 스포츠'의 양궁은 과녁을 맞춰 쏜다기보다는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게임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했다.


그나마 '마리오와 소닉의 올림픽' 시리즈가 최근의 올림픽 애슬래틱스를 다루는 가장 유행한 게임 시리즈일 것이다. 세가와 닌텐도의 대표 캐릭터가 올림픽을 배경으로 이뤄낸 컬래버레이션으로서 이 시리즈는 애슬래틱스의 게임적 표현이라는 고전적 의도에 충실하면서도 Wii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녹여내는 닌텐도 특유의 감각으로 가정용 게임 부문에 있어서는 상당한 성취를 이룬 편이지만, 그것이 대중적인 히트를 이뤄내기는 어려운 듯싶다.

언젠가는 좀 더 나은 기기 환경에서 올림픽이라는 영역에 대한 게임의 새로운 접근과 표현이 등장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축구에서 '풋볼 매니저'가 뽑아낸 그것, 농구에서 'NBA 2K' 시리즈가 만들어내는 그것까지의 재미에는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듯싶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소재를 다룬 게임이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게임을 올림픽을 재현한 게임으로 인식하면 별 게 없다고 여겨지지만, 올림픽 종목을 모티브로 한 미니게임들로 생각하고 플레이한다면 플레이 영역 안에서의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한 편이다.

컴퓨터 또는 게임기 한 대를 두고 서너 명의 플레이어가 순서대로 대기하면서 자기 차례가 왔을 때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10점 만점을 위해 버튼을 연타하는 순간의 재미는 '에이~ 이게 무슨 올림픽이야~'로 퉁칠 수 있는 수준의 것은 아니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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