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에 도전하는 사람들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 걸까

최초입력 2018.01.12 15:01:00
최종수정 2018.01.12 14:47:1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바이 파일럿 도전기-36] 하루하루 정신없이 공부하고 사는 요즘 지인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중 하나가 "어렸을 때부터 조종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문과 출신이고 비전공자라 항공 관련 사전 지식도 전혀 없고 해서 걱정되는데 도전해도 괜찮을까요"란 질문이다. 연령대도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부터 시작해서 물류, 회계, 건설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필자가 현재 항공사에 입사해 정식으로 부기장이 된 것이 아니고 아직 한 외항사의 '카뎃 파일럿(Cadet Pilot)' 프로그램에 선발돼 이곳의 커리큘럼을 하루하루 힘겹게 따라가고 있는 조종훈련생 입장에 불과하지만, 나름 이들 상황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기에 성의껏 답변하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나 역시 이쪽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학부는 문과 출신에 심지어 대학원에선 예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언론계에서만 일을 해온, 전혀 파일럿과는 0.1%의 일치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차이는 조금 있었겠지만 대부분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간은 힘들 수도 있으나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항상 답했다. 약간은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누구는 지독히도 후진 주차를 못하는 것을 목격한다. 원래 공간능력이나 지각능력은 사람마다 타고 나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오면서 항공공학, 운항학 등 관련 학문을 전공했거나 그쪽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과 그렇지 않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 사이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선천적으로 이러한 공간·지각능력이 좋은 사람은 처음 타는 비행기에도 곧 잘 적응하고 잘 운항한다. 그리고 주변을 보면 이런 애들은 꼭 한두 명씩 있다. 이런 사람들을 업계 용어로 '감돌이'라고 보통 얘기하곤 하는데 이 감돌이들은 스틱을 잡고 있으면 미묘한 바람의 위치와 강도 등이 머릿속에 막 저절로 입력되는지 비행기를 착륙시킬 때 같은 훈련생들의 시기와 부러움을 동시에 사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걱정할 정도까진 아니다'고 답했던 이유는 정말 파일럿이 하고 싶고 비행을 하면서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이라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얼마나 걸리냐'는 시간문제이지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학교 때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점수 차이가 나겠지만 꾸준히 관심만 기울인다면 나중에 고3 수능 때는 둘 사이 점수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생각보다 파일럿은 체력 관리나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하므로 자신이 평소 음주를 즐기고 유흥을 좋아한다면 이 직업을 택하는 것에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1년에 한번씩 메디컬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고 이마저도 40세가 넘어가면 6개월마다 받아야 하는데, 암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콜레스테롤, 포화지방 등 각종 성인병 수치가 높게 나오면 조종사 생활을 하는 데 애로사항이 매우 많아지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엔 조종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노오오력'만 하면 다 된다는 말은 아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몇몇 처세서와 우리 주변 인생의 멘토를 자처하는 몇몇 달변가들이 가끔 '노력과 열정만 있으면 전부 이뤄진다'란 종류의 말을 하곤 하는데, 나는 이 말을 '노력과 열정은 필요하나 무엇보다 그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로 정정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파일럿이 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훈련을 받던 중에 암 같은 심각한 병이 갑자기 발발할 수도 있고 가세가 기울어지고 재정 상황이 악화돼서 중도에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스틱을 잡아야 하는 손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는 파일럿들은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보통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을 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도박판에 뛰어드는 사람이 자신이 잃을 가능성에 대해선 별로 생각 안 하듯이 말이다.

정리하자면,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비전공자나 비관련자가 파일럿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정말 올인해서 미친 듯이 노력하되 한편으로는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플랜B'에 대한 계획도 어느 정도는 세워놓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뭐 이 플랜B가 나중에 또 대박 나서 '그때 파일럿 안 하길 잘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또 가봐야 아는 거고. 이렇듯 한 치 앞을 모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뚜벅뚜벅 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이어라.

[FlyingJohan /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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