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조화, 디테일이 돋보이는 한남동 '더훈(The HOON)'

최초입력 2018.05.14 15:01:00
최종수정 2018.05.15 15:41:01

[미식부부의 맛집기행-43] "제가 다녀 본 음식점 중 '베스트 3'에 들 만해요. 재료와 맛은 물론이고 분위기, 청결, 세심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어요.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한 수(Kick)가 있어 보여요." 음식에 관한 한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는 딸아이가 한남동 '더훈(The HOON)'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하는 촌평입니다.


▲ '더훈'의 그릴 브란지노(Grilled Branzino)


가벼운 점심으로 맛을 본 해산물 요리인 '그릴 브란지노(Grilled Branzino)'는 지중해 농어를 그릴에 구운 요리. 겉은 바삭하면서 속살은 부드럽게 익혀 생선의 식감이 제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농어와 곁들여진 드라이 토마토, 구운 셜롯과 새우, 야채 맛도 훌륭했고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재료인 생선뿐만 아니라 다른 식재료들이 각각 살아 있는 맛을 품고 있으면서 전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요리를 담는 식기도 아름다움을 넘어 음식 맛을 살리고 있었습니다. 음식에 신경 좀 쓰는 집들이 더운 음식은 더운 그릇에, 찬 음식은 찬 용기에 담아 내지만 그 정도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디테일이 그릇의 온도에도 있더군요. 나중에 물어 보니 식그릇의 온도도 주방에서 손으로 일일이 체크한 다음에 요리를 담는다고 하더군요.

샌드위치인 '훈스 파니니(Hoon's Panini)'도 범상치 않았습니다.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샌드위치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샌드위치가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알맞은 크기로 자른 빵 사이에 느타리버섯, 토마토, 신선 야채, 아루굴라 페스토 소스를 담아 속을 채운 후 긴 나무꼬치를 한가운데 찔러 넣었는데 매우 인상적인 맛이었습니다. 여기에 펜네 샐러드 약간을 곁들였고요. 메뉴판에서 무작위로 고른 음식 맛이 이 정도니까 다른 요리의 맛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참고로 '더훈' 스스로 꼽는 시그니처 메뉴는 '케이준 럽 항정살' '프렌 타이 랍스터' '전복흑미 리조토'입니다.


▲ '더훈' 의 송 훈 오너 셰프


이처럼 근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더훈'을 이끌고 있는 이는 송훈 오너 셰프(40). 요리를 제대로 배우고 익혔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 있는 요리를 추구하는 그야말로 국제 수준의 프로입니다. 그에게 '더훈' 요리의 특징을 물었습니다. "더훈만의 유니크(unique)한 요리를 추구합니다.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요리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집은 뉴욕 스타일의 요리를 표방하지만 단순히 모방하는 데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송 셰프만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보태 기존 요리와 차별화하고 보다 나은 맛을 추구합니다.

송 셰프가 자신만의 색깔 있는 요리를 추구하게 된 것은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한 후 뉴욕 맨해튼 등지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느낀 경험이 많은 영향을 주었답니다. 매일 양식 요리를 만들었지만 그 역시 한국인이어서인지 김치를 먹어야 속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니까요. 그래서 시도하게 된 것이 동서양의 요리 기법을 두루 아우르는 것이었다고 하는군요. '더훈' 주방에서 서양식 그릴과 더불어 중국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웍(wok)을 함께 구비해 놓고 이용하는 것도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한 것이라면 고정관념을 뛰어넘으려는 그의 의지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더훈' 전경


송 셰프의 요리관이 궁금해 물었더니 명쾌한 답변이 바로 돌아왔습니다. "음식 갖고 장난치지 말자. 부모님이나 내 자식을 위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자!" 채소는 칼이 한번 닿으면 3일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 퓌레는 이틀이 넘으면 폐기 처분하는 것도 그의 음식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그가 만든 여러 요리를 맛보면서 프로급 셰프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주는 것은 균형(balance)과 조화(harmony)가 뛰어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떠한 요리든 그의 손을 거치면 재료마다 개성을 살리면서 서로 따로 놀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지요. 쉽게 이야기해 맛의 궁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그가 요리마다의 제조법을 상세히 설명해주는데 핵심 키워드는 '산도(酸度)'에 두고 있더군요. 최상의 맛을 위한 적절한 산도를 조절해 내는 것,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송 셰프의 실력과 정성을 말해주는 것이지요.

최고의 맛을 가진 세련된 레스토랑의 메뉴판이 간단한 종이 한 장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송 셰프는 허세가 없어 보이고 포부도 진솔합니다.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손님들께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기뻐했습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요리=비즈니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우리 노력해서 함께 잘 먹고 잘살자!'라고 이야기합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송훈'이라는 브랜드의 요리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고요." 뛰어난 프로 셰프이자 경영 마인드까지 갖춘 송훈 대표가 앞으로 만들어낼 요리의 신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저희도 자못 기다려집니다.

♣ 음식점 정보
△메뉴
<점심>
●균일가 요리(Prix fixe) :3만8000원
- 샐러드+매콤한 닭고기(Spicy Chicken) or 전복 흑미 리조토(Abalone Black Risotto) or 훈스 이탈리아식 샌드위치(Hoon's Panini) or 구운 제철 생선(Grilled Seasonal Fish) 중 택 1+커피와 디저트
●브런치
- 훈스 이탈리아식 샌드위치(Hoon's Panini) 2만원, 훈스 버거(Hoon's Burger), 훈스 프렌치 토스트(Hoon's French Toast) 2만원, 프리타타 로제 리조토(Frittata Rose Risotto) 1만9000원, 해산물 파스타(Seafood Pasta) 2만4000원, 전복 흑미 리조토(Abalone Black Risotto) 2만원
●첫 요리(Starter)
- 가든 샐러드(Garden Salad) 1만4000원, 찹 샐러드(Chopped Salad) 1만6000원, 아보카도 콥 샐러드(Abocado Cobb Salad) 1만6000원, 미니 미트볼(Mini Meatball) 1만1000원 등
●육류(Meat)
- 케이준 럽 항정살(Grilled Pork Neck) 3만4000원, 한우 등심(150g) 5만3000원 등
●해산물(Seafood)
-구운 제철 생선(Grilled Seasonal Fish) 2만9000원, 구운 지중해 농어(Grilled Branzino) 3만3000원, 프렌타이 랍스터(Fren-Thai Lobster) 6만2000원 등
<저녁>: 점심 메뉴(균일가 메뉴 제외)+small food 추가 선택 가능
- 버섯 샐러드(Mushroom Salad) 1만5000원, 브로콜리 라페(Broccoli Rabe) 1만4000원, 새우 까주엘라(Shrimp Cazzuela) 1만9000원, 감자튀김(Dirty French Fry) 1만1000원 등
△위치: 서울 용산구 한남동 32-28, 010-6707-3228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6~11시
△규모 및 주차: 46석, 주차는 발레파킹 서비스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 평점
맛   ★ ★ ★ ★ ★
가격  ★ ★ ★ ★ ★
청결  ★ ★ ★ ★ ★
서비스 ★ ★ ★ ★ ★
분위기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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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웅 을지대 교수·박정녀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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