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장일치가 싫다

최초입력 2018.05.17 06:01:00
최종수정 2018.05.16 14: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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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폰카 아포리즘-15]

#023

추모시나 기념시를 써 달라는 청탁보다

사랑시를 써 달라는 청탁이 더 어렵다.

사랑시는 작정을 하고 쓸 수 있는 시가 아닌가보다

그냥 쓰다보니 어느덧 '사랑시'가 되는 것 아닐까



나도 모르게 쓸려가듯 도달하는 곳

그곳에 사랑이 있는 것 아닐까



#024

가라타니 고진이 그랬다.

죽은 자는 항상 산 자의 방편으로 이용된다고, 그리고 죽은 자는 그것에 항의할 수도 없다고…



우리는 얼마나 죽은 자들을 이용하는가

그들을 미화하면서 나를 합리화하고

그들을 저주하면서 나의 죄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이 만장일치로 누군가를 미화할 때

아니면 만장일치로 누군가를 저주할 때

나는 구역질이 난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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