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벗고 신사가 된 'Jeep 뉴 체로키' 매력 폭발은 역시 오프로드서

최초입력 2018.05.17 06:01:00
최종수정 2018.05.16 17:37:43

[쉽게 쓰여진 시승기-57] '영웅은 난세에 난다'는 속설이 자동차 업계에서도 통용되는 차가 있다. 바로 미국의 '지프(jeep)' 자동차다. 탄생부터가 범상치 않다. 1940년대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먼저 BMW 등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굴지의 회사들이 만든 4륜 자동차를 활용한 기동부대들로 활약하자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에서도 오늘날 지프의 원형이 된 소형 트럭들을 만들어 연합군의 기동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연합국의 승리가 대한민국의 독립으로 이어졌으니 지프가 독립의 작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1950년 6·25전쟁에서 개량형 지프가 등장해 다시 한 번 쏠쏠한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세계대전과 6·25전쟁 때 활약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군용 트럭과 비슷하게 생긴 차를 죄다 지프차라고 부른다. 호치키스나 대일밴드와 같이 상품명이 일반명사로 쓰이게 된 것이다.

지프의 원형으로 꼽히는 윌리스 MB. 2차 세계대전부터 6·25전쟁까지 무수히 많은 전장터를 누빈 모델이다.
▲ 지프의 원형으로 꼽히는 윌리스 MB. 2차 세계대전부터 6·25전쟁까지 무수히 많은 전장터를 누빈 모델이다.


지프 브랜드에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체로키의 개선 모델 '뉴 체로키'가 지난달 17일 출시됐다. 대한민국의 탄생과 역경을 함께한 '역사적 차'를 탄타는 경건한 마음으로 지프의 신형 체로키를 타봤다. 시승 차량은 가솔린 론지튜드 하이 모델.

뉴 체로키
▲ 뉴 체로키


1. 외관-군복을 벗은 신사

2. 실내디자인-실내는 아직 군인

3. 주행 성능-약한 부스터 능력

4. 오프로드-전장의 영웅

5. 연비-기름을 줄줄 흘린다는 편견은 버려

1.외관-★★★★

본격 주행에 앞서 겉모습을 살펴보니 군용차 모습을 완전히 벗어던졌다. 군복을 벗고 섹시한 정장으로 갈아입었지만 그 안에 숨은 탄탄한 근육은 그대로 유지됐다. 옆으로 길게 째진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인상을 더했다. 과거에 묵묵히 주행하는 충성스러운 군인의 느낌이었다. 새로운 체로키는 좀 더 날렵한 뿔테안경을 쓴 뇌섹남의 이미지가 강조된 모습이다. 눈매를 날카롭게 한 요소는 LED 프로젝터 헤드램프다. 전면부 그릴의 경우 직사각형 슬롯 7개가 나란히 배열돼 체로키 고유의 디자인을 유지했다. 범퍼 상단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부분은 흡사 미국의 낙차 큰 폭포를 연상시킨다.

뉴체로키 론지튜드 하이 모델 정면. 7개 슬롯으로 구성된 그릴과, 낙차 큰 범퍼 상단이 인상적이다.
▲ 뉴체로키 론지튜드 하이 모델 정면. 7개 슬롯으로 구성된 그릴과, 낙차 큰 범퍼 상단이 인상적이다.


2. 실내 디자인-★★

실내 디자인은 군인티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 지프 측은 새틴 크롬과 고광택 피아노 블랙 등 고급 소재를 통해 섬세한 디자인 감각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투박함은 벗어던지지 못한 느낌이다. 최근 SUV들이 실내 인테리어를 미화해 SUV로서 투박함을 반감시키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다소 뒤떨어진다. 가죽은 제법 편안하다. 모든 트림에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고급 나파(Nappa)가죽 버킷 시트가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뉴체로키 뒷 좌석. 시트는 푹신하지만 디자인과 인테리어는 좀 투박한 편
▲ 뉴체로키 뒷 좌석. 시트는 푹신하지만 디자인과 인테리어는 좀 투박한 편
뉴 체로키 디스플레이. 최근 인포테인먼트를 강화하는 트렌드 대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 뉴 체로키 디스플레이. 최근 인포테인먼트를 강화하는 트렌드 대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뉴 체로키 기어.
▲ 뉴 체로키 기어.


넉넉한 공간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기존 모델 대비 더 길어지고 넓어진 최대 1549ℓ의 트렁크 공간은 골프 클럽이나 일상적인 쇼핑물들을 싣기에 충분하다. 아래를 발로 차는 동작만으로 트렁크를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다. 햇빛을 막아주는 파워 선셰이드가 장착된 파노라마 선루프는 전 트림에 적용돼 캠핑족들의 만족감을 높였다.

뉴체로키 넉넉한 수납공간
▲ 뉴체로키 넉넉한 수납공간


3. 주행 성능-★★

이제 본격적인 주행시간.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아보니 자체가 가벼운 느낌부터 든다. 2t에 달하는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가볍게 반응한다. SUV의 묵직한 주행 성능을 기대하는 드라이버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주행감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가벼운 주행감과는 달리 치고 달리는 능력도 다소 부족하다.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아 봤으나, RPM이 거칠게 올라갈 뿐 폭발적인 가속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 후에는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먹이를 향해 잽싸게 달리는 맹수의 모습은 아니다. 2.4ℓ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 출력은 177마력/6400rpm, 최대토크는 23.4㎏·m/3900rpm이다.

안전사양은 합격점이다. 뉴 체로키에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주고, 사고 이후에도 탑승자를 보호해주는 80여 가지의 안전 및 주행 보조 기술이 탑재됐다. 론지튜드 모델에는 크루즈 컨트롤(Speed Control), 파크센스 후방 센서 주차 보조 시스템, 파크뷰(ParkView) 후방 카메라 등이 적용됐다. 시승 당시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차선 이탈 경고음을 수시로 알렸고, 스티어링이 수시로 움직이며 안전운전을 도왔다. 디스플레이에 후방이 널찍하고 선명하게 비춰 주차 공포를 덜었다.

4. 오프로드-★★★★★

하지만 영웅은 난세에 난다고 했던가. 뉴 지프 체로키의 진가는 잘 닦인 고속도로보다, 흙과 자갈로 가득한 비포장도로에서 드러난다. 고속도로가 끝나고 경기도 양평군 시골 비포장 도로에 진입한 뒤 녀석의 주행모드를 '샌드'로 전환해 달려 봤다. 평범한 SUV들이 비포장 도로에서 종종 헛바퀴 돌며 노면의 충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과는 달리 체로키는 물 만난 고기처럼 능숙하게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양평군의 푸르른 녹음 사이를 자동차로 달리니 과거 '왕'들이 수행단을 이끌고 숲을 누비던 호사를 누리는 기분이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단단한 차체와 기동력을 바탕으로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 시절의 퍼포먼스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 지프는 승차감 개선을 위해 차체 비틀림 강성 개선과 서스펜션 최적화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주행 모드는 오토(Auto), 스노(Snow), 스포츠(Sport), 샌드/머드(Sand/Mud) 모드로 나뉘어 있다.

지프의 매력은 잘 포장된 도로에서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과거 전장을 누리던 때처럼.
▲ 지프의 매력은 잘 포장된 도로에서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과거 전장을 누리던 때처럼.


5. 연비-★★★

연비는 지프 체로키의 반전 매력 중 하나다. 기름을 줄줄 흘리고 다닌다는 미국 차의 명성과 더불어 낮은 공인 연비(ℓ당 9.2㎞)로 긴장했으나 차를 거칠게 몰았음에도 ℓ당 11.2㎞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6. 종합-★★★

고속 주행에서에서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한 주행 성능은 살짝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도심의 갑갑함을 벗어나 오프로드에서 일탈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 지프만큼 매력적인 모델은 찾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 전장을 누비던 차에서 탄생한 차량들이라는 스토리는 체로키를 보다 매력 있게 만드는 후광효과로 작용한다. 주머니 사정이 빈약하지만 하차감(차에서 내릴 때 주변 시선에서 오는 만족감)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겐 더욱 알맞은 모델. 가격은 4490만원에서 4790만원까지.

뉴 체로키
▲ 뉴 체로키
[강영운 산업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