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국에서 모인 파일럿 동기들을 만나다

최초입력 2017.05.18 15:01:00
최종수정 2017.05.18 14: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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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파일럿 도전기-2] 두바이에 도착해서 정신이 매우 없었다. 나는 파일럿 학교에서 보증하는 거주비자(Residence Visa)를 받았다. 미리 학교 측에서 보내준 서류를 출력해와서 두바이 입출국 수속하는 곳에 내미니까 낙타 같은 마스카라를 자랑하는 아랍 아재가 도장을 쾅 찍어줬다. 저 깊은 눈매를 보니 빠져들 거 같구나....

어쨌든 이제 정말 두바이 라이프가 시작됐다.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자리에 누웠다. 드디어 내일이면 첫 수업이라고 생각하니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복합적인 기분이 들었다. 시차 적응마저 되지를 않아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뜬 눈으로 지새웠다.

비몽사몽으로 일어난 뒤의 아침식사는 오랜만에 혼자서 먹는 식사였다. 한국 반찬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기에 집에서 바리바리 밑반찬을 싸왔다. 어머니와 장모님 양가에서 해주신 사랑의 반찬이다. 밥도 우선 당장 해먹을 수 없기에 우선 가져온 즉석 햇반으로 때웠다.

사실 내 동기가 누가 될지 정말정말 궁금했다. 여기 말로는 배치 메이트(Batch Mate)라고 하는데, 이건 이들도 마찬가지리라. 수업은 오전 8시부터 시작하기에 조금 부지런히 학교로 나섰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 좋은 아랍청년이 유창하게 인사한다.

"Good Morning."

"Good Morning."

어디서 왔냐고 하니 요르단이라고 한다. 요르단은 사우디아라비아 왼쪽에 있는 나라로, 영화 인디아나존스에도 나온 고대 유적 '페트라'로 유명한 나라다.

자리를 살펴보니 지정석이다. 사실 미리 듣긴 했다. 자리가 지정석인데, 이론교육(Ground School)이 진행되는 몇 개월간은 못 바꾼다고. 그래서 한국에서부터 '제발 앞자리만 아니게 해주세요'라고 기원했다.

교탁에서 보면 누가 누군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게 국적하고 이름표를 붙여놓았다. 하나 둘 셋 넷. 모두 16석이다. 이번 기수는 나까지 포함해서 16명인가 보다. 근데 내 이름이 없다.

"아 맨 앞자리네…."

인생이 원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맨 앞자리만은 피하게 해달라고 빌었건만 어째 이런 일이...슬퍼하던 도중 오전 8시 정각이 되자 수업 교관이 들어왔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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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나와 같이 파일럿 훈련을 받는 학생들의 국적이다. 영국, 인도, 파키스탄, 요르단, 캐나다, 모로코, 말레이시아, 스웨덴 그리고 한국. 무려 9개국이다. 근데 다들 영어 잘한다. 나만 빼고.

기억 나는 소개로는 말레이시아 친구는 아버지가 현직 파일럿인데, 원래 말레이시아 항공에 있다가 지금은 에티하드 항공의 기장으로 있어서 가족이 전부 아부다비에서 산다고 한다. 아버지가 이쪽 길을 '강추'해서 오게 됐다고.

솔직히 놀랐다. 이렇게 아빠가 아들에게 자신 있게 자신의 직업을 추천할 수 있는 직업이 몇 개나 있으려나.

인도 친구는 항공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본인이 넘치는 호기심과 열정을 이기지 못해 이쪽 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영국 친구는 두바이에서 원래 금융 관련 일을 하다가 왔다고 간략하게 소개했다.

과거 식민국가와 피식민국가 그리고 각 인종이 사이 좋게 모여 있는 이곳이 바로 '위 아 더 월드'가 아닐까. '비정상회담'도 나중에 친해지면 진짜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JTBC 비정상회담 캡처
▲ JTBC 비정상회담 캡처


내 옆자리에는 모로코 출신 여자애가 앉게 됐다. 이름을 물으니 '기타'와 '지타'의 중간 발음인 거 같은데 몇 번 듣고서는 당최 모르겠다. 모로코는 스페인 밑에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나라다.

이 친구는 말하는 것도 생긴 것도 그렇고 오리지널 아랍 계열이다. 물어보니 지난해에는 일본 도쿄에 일주일간 여행도 다녀왔다고 한다. 근데 히잡을 쓰지 않은 걸 보면 무슬림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 몇 년간 같이 동거동락할 동기들이니 이에 대해선 자주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확실한 건 공부하는 것보다 얘네들과 말하고 이런 저런 생활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는 게 더 재밌을 거 같다.(웃음)

[Flying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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