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 숨 쉬는 건강음식, '수카라'

최초입력 2017.09.11 15:02:00
최종수정 2017.09.12 14:05:02

[미식부부의 맛집기행-8] "제 인생은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나뉩니다.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저는 일본 요코하마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불과 250㎞ 떨어진 곳이지요. 원전 사고는 모든 것을 빼앗아갔습니다. 깨끗한 공기, 물, 토양이 모두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생존의 위기를 절감했습니다. 그동안 간과했던 소중한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수카라' 김수향 대표
홍대 앞 제철 요리 음식점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수카라'의 김수향 대표(43)는 환경과 자연의 소중함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제가 그동안 해왔던 소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전 사고 이전만 하더라도 음식 소비를 할 때 생산 과정에 대해선 막연히 아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는 저에게 음식은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었는지, '생산 과정이 보이는 소비'를 하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자연히 농산물 생산자인 농부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요.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줬습니다."

김 대표는 이런 마음으로 만든 정성스러운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놓습니다. 김 대표는 '음식=생존'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이 이만큼 소중하다면 정체불명의 재료로 만든 것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김 대표에게 맛있는 음식이란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음식을 뜻합니다. 흙과 공기가 좋아야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산안마을 유정란 치즈 오믈렛
▲ 산안마을 유정란 치즈 오믈렛
이 정도면 수카라의 음식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메뉴가 건강식으로 짜여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이 집의 대표적인 식사 메뉴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유정란 치즈 오믈렛'은 화성 산안마을의 자가 생산 풀과 청초를 먹은 유정란에 치즈를 듬뿍 넣어 만듭니다. 여기에 걸쭉한 버섯안카케 소스를 올리고요. 이와 함께 국산 깨소금으로 양념한 밥과 유기 재배 채소 샐러드가 담기고, 제철 채소 스프가 함께 나옵니다.

'구운 채소 버터커리'는 다양한 채소를 13가지 향신료, 수제 요구르트와 함께 천천히 끓여낸 버터커리 위에 구운 제철 채소가 듬뿍 올라갑니다. 매운맛, 단맛, 감칠맛이 조화를 이루는 버터커리입니다. 여기에 충남 홍성 협업농장에서 유기 재배한 채소 샐러드와 수제 피클이 함께 나오고요.

수카라에서는 건강한 식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재료 구하는 일도 만만치가 않답니다. 일반 식당처럼 대량으로 식재료를 구입해 음식을 만들면 편리하겠지만, 이를 마다하고 식재료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구매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신경 쓰이는 것도 많고, 식재료를 제때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은 일도 많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이 수카라의 음식이니 신뢰가 한층 더 갑니다.


▲ '수카라' 전경
수카라에 가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음식점 한가운데에 'ㄷ'자형 주방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완전 오픈 상태이고요. 손님 입장에서는 정갈하고 맛있는 건강식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눈앞에서 보면서 즐길 수 있지만, 요리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은 저희들의 의표를 찌르더군요. "물론 긴장되지요. 하지만 주방을 연극 무대라고 생각하면 음식 만드는 모든 과정을 고객들에게 보여드리는 것도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성은 매니저의 답변입니다. 수카라가 연극 공연을 하는 '소극장 산울림' 1층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연극에 비유해 멋진 답변을 줍니다.

수카라는 음식점을 겸한 카페입니다. 식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저트와 차를 즐길 수 있습니다.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디저트나 차를 앞에 놓고 가족, 친구나 동료, 비즈니스 담소를 하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그래서인지 손님들 중에 외국인도 자주 눈에 띕니다. 홈 메이드 디저트로 제철 비건 아이스크림, 두부치즈케이크, 홈메이드 요구르트 파르페 등이 있습니다. 우유를 먹지 않는 이들을 위한 두유음료나 다양한 과일 주스, 차, 디카페인 커피, 오가닉 와인 등도 추천할 만하고요.

김수향 대표는 재일동포 3세입니다. 오랫동안 한국 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일을 해왔습니다. 10년여 전부터는 분야를 음식으로 좁혀 한국의 식문화를 일본에 전파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가게의 상호인 수카라(Suッkara)라는 말도 한국 식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숟가락'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사랑방처럼 편하고 멋진 공간이 수카라입니다.

♣ 음식점 정보
△메뉴
- 병아리콩 샐러드 1만2000원, 수제햄과 천연효모빵 플에이트 1만4000원, 천연효모빵과 현미야채스프 간식 세트 9000원
- 구운채소 버터커리 1만2000원, 산안마을 유정란 치즈 오믈렛 1만2000원
- 디저트 메뉴로 두부치즈 케이크 7000원, 제철효소 요구르트 7000원, 제철 비건 아이스크림 6000원 등. 음료로 라씨와 두유음료, 차와 커피 등
* 평일 15:00~17:30은 식사 메뉴를 제외한 음료와 디저트만 주문 가능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7-9(산울림 소극장 1층) (02)334-5919
△영업시간: 11:00~ 23:00(월요일 휴무)
△규모 및 주차: 35석, 별도 주차장 없음(인근 공용주차장 이용)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평점
① 맛   ★ ★ ★ ★ ★
② 가격  ★ ★ ★ ★ ☆
③ 청결  ★ ★ ★ ★ ★
④ 서비스 ★ ★ ★ ★ ★
⑤ 분위기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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