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의 인권 침해, 1년 넘기 전 진정하세요

최초입력 2018.02.14 06:01:00
최종수정 2018.02.18 13:20:36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45]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여 급히 챙겨야 할 사항을 처리하다 보니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간다. 오늘 중으로 접수되어야 할 서면을 최종 정리하여 넘기고 지하철 3호선에 올랐다. 을지로3가역에서 내려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 340(저동 1가) 나라키움 빌딩 11층. 멀리 남산 서울타워가 보이는 이곳. 바로 국가인권위원회다.

오늘 2018년 첫 상담이 있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인권위 상담실에서 3건의 상담을 하였다.

이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권위에서 다루는 전형적인 사례, 다시 말해 진정으로 접수되어 인권위의 보호 절차를 받게 되는 전형적인 사례들은, 시민이 국가기관으로부터 인권을 침해받았다고 호소하는 사건들이다. 그러나 인권위의 진정 대상에 해당하여 진정 사건으로 접수·처리되는 사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원칙적으로 국가기관이 인권을 침해한 경우 국가기관이든 사인이든 상관없이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경우 등은 모두가 인권위에 진정하여 그 보호를 받을 수 있기는 하되 진정각하 사유에 해당하는 때에는 설령 사안이 접수되더라도 각하처리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게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지나서 진정한 경우와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이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인권위 상담 사례 중 상당수가 여기에 걸려 법률상담만 받은 채 안타깝게 발길을 돌려버리시는 분들이 있다.

인권위 상담실에서 촬영한 "위원회 조사대상과 진정각하사유를 게재한 안내문 사진"
▲ 인권위 상담실에서 촬영한 "위원회 조사대상과 진정각하사유를 게재한 안내문 사진"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일반 사람이 아니라 국가기관인 경우 피해자가 느끼는 피해 감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웃 주민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경우와 형사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어렵게 진술하러 간 사람이 형사로부터 욕설과 비야냥거림을 들은 경우를 비교해 보라.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야라며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간 사람이 "나는 거짓말쟁이가 정말 싫어"라는 호통을 들었다고 해보자. 그 사람이 느끼는 모욕감과 무력감은 말로 다하지 못한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는 게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해당 기관에서 마련한 구제절차를 밟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법원의 권리구제를 기대하지만 증거가 있어야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법원으로서는 원하는 판결을 내줄 수도 없다. 꽤 긴 시간이 지나 인권위에 최후의 희망을 걸고 찾아와 보지만, 그때는 이미 진정원인사실의 발생일로부터 1년이 경과했거나,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나 법원 재판에서 이미 종료된 경우에 걸려버리고는 한다.

오늘 상담했던 3건의 사례도 모두 진정각하 사유에 해당하는 건이었다. 너무 오래전 사건이었고 고소각하 내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이었다. 법률 상담이야 충분히 해드릴 수 있었지만 진정절차를 안내해드릴 수는 없었다. 인권위 진정의 문호를 너무 넓게 잡으면 오히려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의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한다"는 설립 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 대상을 너무 한정해버리면 인권위의 보호를 바라는 절실한 호소들을 외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깊은 고민이 생기는 대목이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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