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든 로코 매기스 플랜 남녀관계의 본질을 묻다

최초입력 2017.02.22 15:10:00
최종수정 2017.02.22 18:23:16

엉뚱하고 유쾌하며, 날카롭다
남녀관계 본질 뚫는 웰메이드 '로코'


[비욘드 무비-149] 영화의 제목은 '매기의 계획(Maggie’s Plan)'이다. 매기의 계획을 납득하려면 매기라는 여자를 속속들이 알아봐야 한다.

 외모는 수수하지만 특유의 긍정적 기운과 선하고 배려 넘치는 태도 덕에 늘상 매력을 뿜어내는 매기(그레타 거위그). 뉴욕의 한 대학 교직원으로 일하는 그녀는 결혼은 싫지만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 대학 동창으로부터 정자 기증을 약속받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매기는 월급이 잘못 전달되는 학교의 실수를 계기로 인류학과 교수인 존(이선 호크)을 만나게 된다. 한창 작업 중이라는 존의 소설을 읽어주고 감상을 주고받는 와중, 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문제는 존이 애가 둘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 저명한 학자이나 의존적이고 신경증적인 아내 조젯(줄리앤 무어)의 심적·물적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이골이 난 존은 결국 한밤중 매기의 집을 찾아와 무릎 꿇고 고백을 하고, 그 애절하며 가련한 눈빛에 흔들린 매기는 그 자리서 존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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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이 흐르고, 그토록 원하던 귀여운 딸아이를 낳아 오손도손 살지만 왜인지 매기는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하지 않다. 문제는 또다시 존이다. 한때 지적이고 낭만이 넘쳐 흘렀던 존은 이제 무심하고 의존적인 '어른아이'가 돼버렸다. 가사와 육아는 몽땅 매기의 몫이다. 수년째 작업하고 있다는 소설은 점점 더 총기를 잃어간다. 이혼한 뒤에도 하루에 몇 번씩 조젯과 통화하며 고민상담을 해주는 모습도 거슬린다. 조젯의 아이들 뒤치다꺼리까지 해주느라 정신없이 바쁜 자신에 대한 남편의 사랑마저 식어버린 걸 눈치챈 매기는 어느날 결심을 한다. 이 남자를 원래 있던 곳으로 '반품'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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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카 밀러 감독의 영화 '매기스 플랜'은 엉뚱하고 가볍지만 더없이 사랑스러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주인공 매기 역의 배우 그레타 거위그가 보여준 존재감이 한몫을 한다. 이선 호크, 줄리앤 무어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의 호연도 호연이지만, 영화를 지배하고 관객의 마음에 진득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거위그가 표현하는 귀엽고 현실감 넘치는 매기의 캐릭터다.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매기의 계획'에 관객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역시 거위그의 힘이다. 제작진은 다채로운 감성을 지닌 매기의 캐스팅에 가장 공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밀러 감독은 "그레타 거위그를 매기 역에 캐스팅하는 사치를 누릴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프란시스 하'(2014)로 잘 알려진 거위그는 당시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됐으며, 지난해 3월 크랭크인한 영화 '레이디 버드'로 연출에 데뷔한 할리우드의 젊은 인재다. 다음은 사전 인터뷰에 참여한 그레타 거위그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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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계기는.

▷'매기스 플랜'은 연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요. 영화 속 인물들은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다시 사랑에 빠지길 반복해요. 그렇다고 이들의 사랑이 완벽하거나 진부하지 않아요. 이런 대본은 처음 읽어 봤어요. 그리고 매기가 관습을 거부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그녀는 윤리적이고 정직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현실주의적인 면도 있죠. 이런 그녀에게 깊은 매력을 느꼈어요.

-매기는 어떤 캐릭터인가.

▷항상 긍정적이고 매력 넘치며, 직장에서도 잘나가고 좋은 친구도 있지만 무언가 빠진 듯한 허전함을 느끼는 인물이에요. 그런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진짜 사랑에 푹 빠져요. 차분히 생각하거나 상대방의 진심을 의심할 겨를도 없이 혼이 쏙 빠지죠.

-이선 호크, 줄리앤 무어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선 호크는 늘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였고, 마치 실존에 존재하는 것같이 역할을 소화해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줄리앤 무어 역시 힘이 넘치는 연기력으로 제게 큰 영향을 끼쳤어요. 연기력은 두말할 필요 없이 어마어마하고, 독특한 억양으로 덴마크 출신의 조젯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최면에 걸리는 것 같았어요.

-리베카 밀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제가 여성 작가나 감독과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여자여서가 아니라 독특한 관점이 있기 때문이에요. 밀러 감독은 정말 훌륭한 감독이에요. 지금까지 만들어 온 작품들이 그런 점을 말해주죠.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독으로서 배려심도 깊으세요.

-매기 역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1년 넘게 밀러 감독과 매기라는 인물에 대해 논의했어요. 여러 사람과 리허설도 하고, 감독과 요가 수업도 듣고, 매기가 입을 옷을 함께 쇼핑하기도 했죠. 매기가 좋아할 법한 물건을 발견하면 감독에게 가져다 드리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마치 제가 쓴 작품처럼 매기에게 애착을 느꼈어요.

[오신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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