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 평창

  • 실격에 날아간 은메달…최민정 "두번 눈물은 없다"

    최초입력 2018.02.13 23:48:23
    최종수정 2018.02.14 11:51:41

  • 쇼트트랙 女 500m 결승서 2위 불구 `밀기반칙` 판정
    "정말 힘들게 훈련했는데" 여자 500m 金 꿈은 4년 뒤로…"남은 종목에선 울지 않겠다"

    ◆ GO! 평창 ◆

    최민정이 13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아리아나 폰타나와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강릉 = 김호영 기자]
    끝내 눈물을 쏟았다. 돌부처처럼 묵묵하게 금메달을 목에 거는 그 순간만을 바라보며 힘겨운 훈련을 소화했던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도 '실격·노메달'이라는 결과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13일 밤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빙판 위로 올라서는 최민정은 자신을 향해 떠나갈 듯 환호하는 관중들을 보며 미소를 지어보인 뒤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금메달에 대한 희망. 지금까지 지긋지긋하게 이어졌던 한국의 여자 쇼트트랙 500m 잔혹사가 끊어지길 모두가 기원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사진 판독이 떴을 때만 해도 한국의 역사적 첫 금메달에 단 22㎝ 모자란 듯 보였다. 그래도 은메달이면 사상 최고 기록. 위로가 될 법했다. 아쉽지만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가득 메운 한국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최민정을 위로했고 은메달을 축하했다.

    그런데 불과 몇 분 뒤. 최민정이 실격 판정을 받고 순위표 맨 아래로 이름이 내려갔다. 심판들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최민정에게 임페딩(밀기반칙)을 선언한 것이다. 최민정이 마지막 코너에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를 고의로 밀쳤다는 판단이다. 당연히 노메달. 준결승에서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웠던 최민정 마저 '마의 종목' 쇼트트랙 여자 500m 잔혹사를 끊어내는 데 실패했다. 너무나 허무한 결과에 경기장엔 '아~' 하는 깊은 탄식이 메아리쳤다.

    하지만 누구도 소리를 치거나 항의하지 않았다. 술렁였지만 이내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몸싸움이 펼쳐졌고 금메달에 대한 집념으로 접촉이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 가장 안타깝고 견디기 힘든 주인공은 역시 최민정이었다.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최민정 눈에선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씩씩했다. 최민정은 눈물을 한번 훔치고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털어놨다.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반칙 판정을 받은 것 같다"고 돌아본 최민정은 "결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는데 보답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눈물'의 의미가 궁금했다. 실격에 대한 억울함이었을까? 그런데 최민정은 "내가 더 잘했으면 부딪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 눈물을 흘리는 건 그동안 힘들게 준비했던 시간이 생각나서 그렇다"며 또다시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그래도 끝났으니 속은 시원하다. 가장 압박을 받았던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나선 뒤는 돌아보지 않겠다는 의연함도 내비쳤다. 최민정은 "아직 세 종목이나 남았다. 다음 경기에선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금의 아쉬움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 원래 500m는 주 종목이 아니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역대 최강'으로 인정받던 최민정마저 한국의 '쇼트트랙 500m 잔혹사'를 끊어내지 못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쇼트트랙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유독 500m와는 인연이 없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처음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전이경이,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박승희가 동메달을 딴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역대 최초 '4관왕'의 꿈도 사라졌다. 최민정은 이제 자신이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1000m, 1500m 그리고 계주 3000m에서 3관왕을 노릴 수밖에 없다.

    최민정도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질문에 대답을 한 뒤 최민정은 "이번 결과가 남은 경기에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다. 더 잘 준비해서 남은 종목은 잘해야 한다"며 "최대한 집중해서 꼭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강릉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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