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물량 받아내는 연기금…일주일새 5천억 순매수

최초입력 2017.08.11 16:02:57

북한 리스크서 증시 구원투수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북한 리스크에 잿빛으로 변한 국내 주식시장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 3일부터 코스피가 세법개정안 후폭풍 및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인해 2400 아래로 주저앉자 연기금, 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투자가들이 본격적으로 주식투자 자금집행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최근 일주일 새 6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시장 하락을 막아내는 형국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5600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4600억원과 3500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이 물량을 거의 대부분 연기금이 받아낸 것이다. 연기금은 코스닥시장에서도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9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가며 총 600억원을 사들였다.

이날도 정규 장 마감 기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6500억원을 팔아치웠는데, 연기금이 증권사와 함께 주요 매수 주체로 나서면서 하방을 지지했다. 이날 코스피는 1.69% 하락했는데, 전일 미국 나스닥이 2.1% 빠진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연기금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로 인해 최근 코스피가 지난달 기록한 최고점 대비 5%가량 하락했지만 연기금과 증권사 등의 대기 매수 수요가 유입되면서 2300선 초반에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에 의한 하방 경직성은 높을 것으로 판단하다"고 말했다.

실제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행정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복수의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국내 주식 위탁운용 자금 재조정 및 추가 자금집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코스피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연기금,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기관들로부터 이번주와 다음주 2000억원 이상 자금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자금은 거래소 수급 주체 분류에서 `국가지방`으로 잡힌다. 국가지방은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이며 합계 1000억원 이상을 사들였다.

또 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도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이 고공비행을 펼치면서 보수적인 연기금 대부분이 국내 주식에 자금 집행을 하지 못했고 주가가 빠지면 들어가려고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면서 "이달 들어 대기 중인 기관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코스피 2300선 아래로 크게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기금이 기다리던 조정국면에서 저가 매수에 나선 알짜 우량주는 어떤 종목일까. 연기금은 우선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571억원) SK이노베이션(277억원) 등 정유·화학 대표 종목을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산업 자체에 대한 위기설이 떠오르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자동차업종도 부품주 위주로 대거 순매수했다. 8월 이후 연기금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현대위아(303억원) 현대모비스(263억원) 현대차(257억원) 만도(220억원) 등 자동차 관련주가 4개나 포함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바이오주와 정보기술(IT) 부품 핵심 종목에 대한 저가 매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연기금이 코스닥에서 사들인 상위 종목은 셀트리온(208억원) 비에이치(11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85억원) 인터플렉스(43억원) 서울반도체(39억원) 등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과 공제회들은 지난달 초부터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을 매수 타이밍으로 잡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최근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수급 관점에서 이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주요 종목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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