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發 `탄소배출권 규제` 2차쇼크…산업계 발만 동동

최초입력 2017.08.11 16:18:12

"지난 6월 확정했어야 할 정부의 탄소배출권 2차 기본계획이 아직도 무소식입니다. 배출권 확보를 위한 산업계의 경영·투자 계획도 스톱 상태입니다."

지난 6월에 결정돼 기업에 할당됐어야 할 탄소배출권 무상 배출량이 아직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이 규제 불확실성에 신음하고 있다.

포스코, 삼성전자 등 국내 500여 개 기업은 정부가 지정해준 할당량이 부족할 경우 적기에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대응해야 한다. 이로 인한 구매 비용과 관련해 저감기술 투자액을 미리 확정해야 하는데 정부는 법정시한인 지난 6월을 넘겨 오는 연말께야 2차 배출권 할당계획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탄소배출 `제로`의 청정에너지인 원자력발전마저 중단되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산업계에 도미노 쇼크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별 무상 할당량을 줄이는 식으로 정부가 감축 부담을 전가할 경우 기업들은 탈원전발 배출권 대응 비용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

앞서 정부는 2014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고 기업들에 1차 배출권 할당계획(2015~2017년)을 전달했다.

해당 3개년 동안 정부가 산정한 배출권 무상 할당량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이를 넘어설 시에는 한국거래소 탄소배출권시장에서 배출권을 추가 구입하도록 한 것이다. 전력 소비가 큰 석유화학(84곳), 철강(40곳), 발전·에너지(38곳) 업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총 525개 기업이 허용 할당량을 통보받았다.

문제는 이후 3년이 흘러 법령상 지난 6월까지 완료됐어야 할 2차 배출권 할당계획(2018~2020년)이 아직 결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은 배출권할당위원회를 구성해 시행 6개월 전까지 기본계획을 완성해 발표해야 한다.

재계는 조기 대선과 새 정부 내각 구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달에는 정부가 기업별 할당량을 확정해 통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매일경제 취재 결과 정부는 올해 말에야 이를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조속한 결정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배출권 제도 현안에 대한 검토를 하고 산업계 의견을 듣는 공청회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고 전했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관련 기업은 에너지 고효율 설비 투자 등 감축 노력과 시장에서 다른 기업의 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내년도 경영계획을 조기 수립해야 한다"며 "3분기도 아니고 올해 말에야 내년도 시행계획을 확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력 수요가 큰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배출권 기본계획이 늦어지는 데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연관이 있다"며 "탄소배출 `제로`인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한국의 탄소감축목표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그 부담이 기업 할당량을 줄이는 식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여기에 할당 배출량을 넘어선 부분에 대해서는 t당 시장 가격의 3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까지 부과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 85만2687t, 2016년 112만1263t 등 지난 2년 동안 197만3950t이 정부 할당량을 초과했다. 이를 지난 4일 한국거래소 탄소배출권 종가(t당 2만350원)로 환산하면 배출권 규제대응 부담이 401억7000만원에 달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탈원전발 배출권 비용 증가, 정부의 늑장 일처리, 살인적 과징금이라는 규제 3중고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정부가 무상 할당량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갑의 위치여서 정부에 `기본계획 속도를 내달라`는 말조차 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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