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로 돌아서는 `슈퍼 마리오`, ECB 양적완화 더 빨리 끝낼까

최초입력 2018.01.12 16:00:11

작년말 통화회의 의사록 공개

유로존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지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펼쳤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예상보다 빠르게 거둬들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비둘기파`의 대명사였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매파`로 돌아서면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영란은행, 일본은행에 이어 ECB도 글로벌 긴축 대열에 합류하는 양상이다.

ECB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해 12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표현과 선제 안내를 재논의하겠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ECB는 이날 의사록에서 "통화정책 입장과 선제 안내의 여러 가지 범위와 관련된 어조가 내년 초 수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선제 안내는 ECB가 앞으로의 정책 경로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의미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입장에 대해 "ECB가 기존 계획보다 빨리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ECB가 중앙은행들의 긴축 움직임에 동참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ECB가 유로존 경제가 단순히 "회복됐다"고 표현하는 대신 "확장됐다"고 명시한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보도했다.

ECB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경기 회복을 위해 `제로 금리` 수준까지 금리를 내리고 2015년부터 양적완화를 시행해왔다. 최근 유로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0월 양적완화를 위한 채권 매입 규모를 월 600억유로에서 300억유로로 축소했다.

기존에는 ECB의 이 같은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의 점진적 축소) 기조에도 ECB가 실제로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부진한 물가 상승률 때문이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의 긴축 압박에도 드라기 총재는 2020년까지 유로존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하지 않으면 양적완화를 종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시장은 ECB가 지난해 12월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2017년 성장률 추정치를 2.2%에서 2.4%로, 2018년 전망치를 1.9%에서 2.3%로 상향 조정한 것에 주목했다. ECB가 분기별로 내놓는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FT는 "현재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2%에 조금 못 미치는 1.7%이지만 대부분은 물가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며 양적완화가 기존 종료 시점인 9월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물가 압력이 조금만 올라도 양적완화는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존 경기 회복세의 일등공신인 독일이 막힘없는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ECB의 양적완화 조기 종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2%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1.9%와 비교해 0.3% 포인트 상승한 수치며, 2011년 3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치다.

ECB의 매파적 긴축 신호에 시장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의사록 공개 여파로 가파르게 올라 장중 한때 1.206달러까지 치솟았다. 전일(1.19달러) 대비 1.3% 이상 올랐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0.53%로 전일 대비 0.05%포인트 상승해 작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채권 금리도 강세를 보였다.

증시는 유로화 가치 상승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하락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일 대비 0.34% 하락한 397.25로 거래를 마쳤고, 독일의 DAX지수도 전일 대비 0.59% 하락한 1만3202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CAC40지수 또한 전일 대비 약 0.3% 떨어진 54888.55로 장을 마감했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ECB에 앞서 긴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사례는 일본으로, 지난 9일 일본은행이 초장기 국채 매입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비둘기파적 입장을 고수했던 곳으로 글로벌 긴축 흐름이 거세질 것을 예고했다.

FT는 "일본은행이 초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한다고 밝힌 지 수일 만에 ECB의 의사록이 나왔다"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대해 비슷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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