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하동 ‘야생 차문화 축제’

최초입력 2017.04.14 22:03:39
울긋불긋 다채로운 개화의 시기를 지나 파릇파릇한 신록의 시원함이 다가오는 늦봄과 초여름 사이. 산등성이에 심어진 차나무들도 은은한 향을 품은 찻잎을 키워낸다. 그에 맞춰 야생 차문화축제가 열리는 경남 하동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하동은 전남 보성과 함께 우리나라 녹차 생산의 양대산맥이다. 그럼에도 두 곳의 차밭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잘 정돈된 차나무들이 열을 지은 풍경이 떠오르는 곳이 보성이라면, 하동은 산등성이마다 텃밭을 가꾸듯 뿌리내린 야생차의 명맥을 이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서 하동의 차는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의 맛을 품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 화개 구석구석 소담한 차밭 풍경

하동 차밭으로 가는 입구에 있는 화개장터에 가수 조영남 씨의 동상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 ⓒ MK스타일
화개면을 찾을 때면 늘 화개장터부터 들러보게 된다. 마을 입구에 있는 화개장터 상인들이 사시사철 언제나 지역 특산물들로 여행자들을 유혹하기 때문. 지리산에서 채취한 갖은 산나물이며 섬진강에서 건져 올린 수산물들이 눈으로 코로 입으로 침샘을 자극한다. 마찬가지로 장터 안쪽에서 하동 특산물 녹차도 맛볼 수 있지만, 떠들썩한 장터에서 마시는 차는 갈증해소 외에는 큰 의미가 없는 듯하다. 하동의 차를 진지하게 맛보기 위해 북적임을 뒤로 하고 화개천을 거슬러 지리산 자락으로 향한다.

통일신라시대 김대렴 공이 녹차 종자를 심었다는 차 시배지가 하동에 있다. : ⓒ MK스타일
통일신라시대였던 1200년 전, 당나라에서 차 종자를 가져온 김대렴은 흥덕왕의 명을 받아 하동 쌍계사 장죽전(長竹田)에 씨앗을 심었다. 그렇게 최초의 차 재배지가 된 화개는 그 후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임금께 진상되는 ‘왕의 녹차’를 생산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국가중요 농업유산으로 선정되어, 오랜 전통의 야생차를 세계로까지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대부분의 밭들에 차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 길의 명칭은 매년 벚꽃축제가 열리는 ‘십리벚꽃길’. 많은 이들의 춘심을 자극했던 매화며 벚꽃들은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말처럼 지고 말았지만, 뽐내지 않고 내면의 향기를 만들어온 차나무들은 이제 연둣빛 어린 잎들을 선보일 준비가 되었다.

▶ 마음에 드는 다원에서 녹차 한 모금

하동의 차밭은 산자락이나 천변에 텃밭처럼 자리 잡은 야생차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 ⓒ MK스타일
차는 아침에는 맑게, 점심 이후에는 진하게 마시는 게 좋다. : ⓒ MK스타일
넓거나 혹은 좁다란 야생차밭 풍경을 눈에 담는 건 무료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갈증도 풀 겸 녹차를 맛보려면 차밭에서 시선을 돌려 길가에 군데군데 자리 잡은 다원들도 살피자. 하동에서 야생차를 다루는 다원들은 모두 직접 찻잎을 따서 차를 만드는 명인들이니, 여행자가 마음에 내키는 이름이나 풍경을 지닌 다원을 찾기만 하면 된다.

화개천 너머로 야트막한 산 하나가 차밭으로 변해가는 풍경이 보이는 2층짜리 다원에 들어선다. “차맛은 정성이고 차는 물처럼 부드러워야 한다”고 말하는 백미자 대표가 운영하는 소소다원. 금방 우려낸 녹차며 발효차를 잔에 그득 채워준 그는 “차를 많이 마시면 수분 섭취도 되고 몸이 편안해진다”고 말하며 녹차의 효능을 추켜세운다.

▶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야생차박물관

하동야생차박물관 앞에 꽃으로 차를 마시는 이미지를 연출해놓았다. : ⓒ MK스타일
야생차박물관의 차체험관에서는 무료로 차를 시음할 수 있다. : ⓒ MK스타일
지리산 쌍계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하동야생차문화센터가 박물관으로 새로 단장됐다. 매년 하동야생차문화축제의 주 행사장이면서, 평소에도 하동 녹차를 즐기기 위해 찾기 좋은 곳. 외관상으로는 간판만 바꾼 모습이지만 전시관 내부는 녹차에 대한 지식을 더 알차게 접할 수 있도록 변신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상을 통해 하동차의 역사를 훑어보는 한편, 찻잎을 따며 할머니들이 부르던 노동요를 들어볼 수 있고, 화면을 보면서 찻잎을 따고 덖고 비비는 차 제조과정도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전시관을 지키던 김도연 다도사범은 “우리나라 차문화가 일부의 문화가 아닌 대중 속으로 들어갔으면 한다”며 “많은 분들이 하동야생차박물관을 방문해 차에 대해 알게 되셨으면 한다”고 박물관 개관 취지를 설명해준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면 차체험관으로 이동해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다. 차를 직접 우려서 마시는 다례체험은 무료로 진행되어 내ㆍ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차 수확시기에는 실제로 차를 만들어보는 제다체험도 가능하다(체험비 5000원).

이곳 차체험관 김명애 실장에게 차와 친해지는 방법에 대해 물었더니 “아침에는 맑게, 점심 이후에는 몸이 무겁고 피곤하니 진하게 먹으면 좋다”며 “차를 잘 모르는 초보자라면 티백을 연하게 마시면서 차맛을 익혀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야생차박물관을 둘러보고 나면 통일신라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전통차가 우리의 일상과 멀어져 있다는 안타까움이 상기된다. “차를 많이 마시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하는 하동 차인들의 추천에 따라 지금부터라도 나를 맑게 만들어줄 차와 친해져보는 건 어떨까?

▶ Info 하동 차문화 박물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쌍계로 571-25

▶ 20년 넘게 이어온 하동야생차문화축제

5월 4일부터 7일까지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2016년도 시음회 장면. : ⓒ MK스타일 / 하동군청
내달 4일부터 7일까지 하동 야생차박물관을 비롯한 화개면ㆍ악양면 일원에서는 제21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개최된다. 올해 축제는 ‘왕의 차! 천년의 속삭임, 세계인과 함께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하동명차품평회ㆍ다례경연대회 등 각종 대회와 공연들이 준비되어 있다. 쌍계사 등의 사찰과 연계한 템플스테이를 신청하거나 산사에서 티타임을 가져보는 등 지리산의 자연 속에서 심신을 치유하는 경험도 가능하다. 또 차문화학교를 통해 차 만들기와 차도구 만들기 등 15개의 체험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녹차 은어를 잡아라’, ‘대렴공의 씨앗을 찾아라’ 등의 놀이와 참여프로그램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야생차박물관 앞마당에서는 하동의 300여 다원 및 하동차연구소가 참여하여 하동에서 만들어진 각종 차와 제품들을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기회도 준비된다.

▶ 하동차연구소와 알프스푸드마켓

산비탈을 따라 조성된 야생차밭들을 보며 차를 마시는 여유로운 풍경을 즐겨보자. : ⓒ MK스타일
시간여유가 있다면 하동차연구소를 들러 차에 대한 여러 상식을 알아보는 것도 유용하다. 하동차연구소는 마시는 용도의 차뿐 아니라 차 성분을 포함한 화장품ㆍ비누ㆍ크림 등의 제품을 연구 개발하여, 우리가 일상 속에서 녹차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넓혀가고 있다. 하동읍과 가까이 있는 알프스푸드마켓에서는 하동군과 하동차연구소에서 생산된 여러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어 하동을 오가기 전에 들러 선물을 구매하기 좋다.

하동차연구소 : 경남 하동군 화개면 섬진강대로 3748-14

알프스푸드마켓 : 경남 하동군 하동읍 섬진강대로

[MK스타일 이진욱 기자/도움말 사진제공 : 월간 여행스케치/ 노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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