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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책세상] 미술작품이 남겨준 ‘그림’ 속의 음식문화

최초입력 2018.01.30 13:33:00
인류의 생존을 좌우하는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야말로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음식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먹을 것을 찾아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던 게르만족 때문에 서로마 제국이 멸망했고, 중앙아시아의 초원을 누비던 유목 민족들은 먹을 것 때문에 주변 나라들을 침략하기도 했다.

감자는 기근에 굶주린 사람들을 먹여 살렸고, 향신료를 얻기 위해 바닷길 개척에 나서서 대항해의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굶주림에 견디다 못해 빵을 달라고 외친 파리의 성난 시민들로 인해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난 일도 음식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만큼 소중하고 중요했던 음식인 만큼 음식에 관련된 그림도 수없이 많다. 멀게는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화나 그리스, 로마의 프레스코 화에도 올리브를 수확하고 염소젖을 짜는 장면이나 빵 반죽을 만들고 맥주를 제조하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빵 굽는 사람> 욥 베르크헤이데, 1681년 / 매사추세츠 우스터 미술관 소장


위의 그림은 네덜란드의 화자 욥 베르크헤이데가 그린 <빵 굽는 사람>이다. 이 그림을 통해서도 당시에 먹었던 다양한 빵들을 볼 수 있다. 소보로빵처럼 윗면이 갈라진 빵은 네덜란드의 전통 빵인 더치브레드이다. 이 빵은 겉면에 쌀가루를 입혀 발효를 시키기 때문에 윗면이 갈라지며 고소한 맛을 낸다.

빵 걸이에 걸려있는 빵은 요즘도 흔히 볼 수 있는 브레첼이다. 브레첼은 독일의 남부지역에서 유래된 빵으로, 소금을 뿌려 짠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브레첼은 빵을 만들고 남은 반죽을 얇고 길게 밀어서 꼬불꼬불한 하트 모양으로 만든 뒤 굵은 소금을 뿌려 굽는데, 씹을 때 쫄깃한 맛이 나서 나오자마자 유럽 각지로 퍼져나갔다. 아마 당시의 네덜란드에서도 보편적으로 먹었던 빵인 듯하다.

또한 그림 속의 빵을 통해 빈부의 격차가 있음도 알아차릴 수 있다. 로마시대에는 시커멓고 질감도 거친 호밀을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양식이라고 업신여겼다. 그래서 빵이 주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상류층 사람들은 하얀 밀가루를 사용한 빵을 만들고, 가난한 사람들은 호밀, 보리 같은 거친 곡물을 사용한 빵이 이들의 양식이 되었다.

이렇듯 그림 속의 음식들은 당대의 문화를 후세에 전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음식 속에는 그 당시의 시대상이 그림처럼 살아 숨 쉬고 있다. 혹은 숨은 그림처럼 음식은 작품들 속에서 또 다른 발견의 재미를 제공해주고 있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이여신 (‘그림에 차려진 식탁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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