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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이해㉓] 세상을 새롭게 보다 ‘피카소와 입체주의’

최초입력 2018.01.31 16:47:15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손꼽힌다. 세계 각지 유명 미술관과 화랑에서 피카소 전시가 이어지고 있고, 국제적으로 규모가 큰 경매에서는 그의 작품이 고가에 매매되고 있다. 또 파리와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연중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파블로 피카소 작품 전시 전경. / Flickr


피카소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 정물, 풍경은 실제로 우리가 보는 형상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입방체(cube)를 사용해 사물을 기하학적으로 쪼게 놓은 것 같은 형태, 여러 시점에서 본 모습을 한 화면에 모아 놓은 구성, 그리고 독특한 색깔은 피카소 작품을 특징짓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과연 피카소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일까. 피카소와 시대를 공유했던 브라크(Georges Braque, 1882~1963), 들로네(Robert Delaunay, 1885~1941), 레제(Fernand Léger, 1881~1955)의 작품에서도 비슷한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미술을 입체주의(cubism)라고 부른다.

입체주의 미술은 1900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 사이에 파리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카소, 브라크, 들로네, 레제, 뒤샹 등이 이 시기 입체주의를 추구했다. 이들은 원근법을 지키는 사실주의 화풍을 거부하고 새로운 형태와 색채를 선보이는 작품을 만들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표현 양식이었던 입체주의 미술은 격변하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조르주 브라크의 작품 전시 전경. / MK스타일


대략 1888년에서 1914년 사이에 유럽은 사회・문화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증기기관과 디젤기관, 포드 자동차, 영사기와 음반, 라디오, 카메라, 라이트 형제의 동력비행기 등 현대 기술의 초석을 마련한 기계들이 잇달아 발명되었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발표되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새로운 기계 발명과 과학 이론의 등장은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를 유도했다. 입체주의 미술가들은 보이는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충실한 전통적인 미술 제작방식에서 벗어나 세상을 새롭게 보고 그것을 미술로 표현했다. 대상을 주관적으로 분석하여 나타내거나 한 화면에 여러 각도나 시점에서 본 모습을 조합하는 등 재현의 수단이었던 미술을 거부하고 미술만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로베르 들로네, <샹 드 마르스: 붉은 탑>, 1911,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 / Wikimedia Commons


대표적인 입체주의 화가 들로네 작품을 예로 들면, 그는 에펠탑을 소재로 입체주의 작품 연작을 제작했다. 이 작품들은 각기 다른 곳, 다른 시간대에서 본 에펠탑 모습을 한 화면에 나타냈다. 들로네를 비롯한 입체주의 화가들은 정물, 인물, 도시 풍경 같은 현실 세계 모습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리고 그 대상의 형태와 색감을 분석했다. 기하학적인 도형을 사용하여 대상의 모습을 해체하고, 그것을 한 화면에 조합하거나 다양한 시점과 시간대에 본 모습을 하나로 조합해 나타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피카소 공공 조형물. / Wikimedia Commons


입체주의 화가들은 작품을 한데 모아 1911년에 파리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는데,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이전에 사람들에게 익숙한 양식의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평가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혹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입체주의 미술은 전 세계 현대미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00년 초 파리에서 시작된 입체주의 미술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회화를 비롯하여 조각과 건축 양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1913년 아모리쇼에서 전시되었던 입체주의 화가들의 작품. / Wikimedia Commons


입체주의 미술가들은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집착하지 않고 형태와 그것을 둘러싼 시점과 시간에 관한 미술가들의 새로운 인지방식을 미술로 표현했다. 또한 이들은 단순히 현실 모습을 화폭에 그대로 담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술가의 철학이 담긴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는 초기 추상 미술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입체주의는 미술이 현대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입체주의 미술에 열광한다.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을 담아낸 미술, 그것이 입체주의 미술이다.

[MK스타일] 글・사진 / 임민영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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