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는 늦겨울 정취 - 항동철길과 푸른수목원

최초입력 2017.02.25 06:00:10
추운 겨울은 무엇을 카메라에 담아야 할지 머뭇거려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마지막 겨울이 가진 쓸쓸함, 아직 오지 않은 봄의 정취가 뒤섞인 풍경을 찍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항동철길과 푸른수목원의 출사 나들이는 그런 점에서 제격이다.
겨울이 주는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항동수목원 산책길: ⓒ MK스타일


2월, 겨울이라는 계절의 분위기를 담고 싶어 떠난 곳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항동철길. 메마른 땅과 금속성의 레일, 그 옆으로 난 버들강아지가 외롭게 살랑댄다. 그 특유의 운치를 느끼며 카메라를 들고 걷기 좋은 곳이다.

▶ 외로운 철길, 외롭지 않은 걸음

천왕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항동철길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역에서부터 걷다 보면 평범한 주택가처럼 보이는 곳 어디에 철길이 있다는 것인지 단박에 눈에 띄지 않는다. 걷기보다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편한 방법. 온수역과 오류동역을 지나는 마을버스 07번을 타고 오남중학교·삼미주택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류장 맞은편으로 기찻길 신호등을 보았다면 그 길이다. 빌라와 아파트들 가운데 생뚱하게 놓인 철길이 찍을만한가 의문스럽겠지만, 걷다 보면 철길 옆 소란스러운 풍경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폐철길이 오롯하게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장난스럽게 꾸며놓은 항동철길역. : ⓒ MK스타일
개성적인 그림을 모빌처럼 만들어놓은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 ⓒ MK스타일
겨울이 주는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항동수목원 산책길: ⓒ MK스타일


▶ 좁고 넓게 다 담고 싶은 풍경

항동철길은 1959년 준공된 길이 4.5km의 단선 철도. 국내 최초의 비료 회사인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가 원료 및 생산물의 운송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지금까지도 부정기적으로 화물 열차가 다니기 때문에 출사를 온 이들의 주의를 필요로 한다. 다만 5월 31일까지는 택지 개발 진행으로 운행이 중지된 상태이므로 마음 놓고 카메라에 집중해도 무방하다. 화물을 싣고 달리던 기차가 지나던 풍경은 이제 추억을 쌓으러 오는 사람들의 걸음걸음으로 가득 차 있다.

기다란 철길을 지나는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 철길 주변으로는 고철을 이용해 만든 깡통로봇들이, 반대편엔 톡톡 튀는 개성적인 그림들이 장대 끝에 모빌처럼 설치되어 있고, ‘개성에서 해남까지’ 장난스럽게 간이역처럼 꾸며놓은 조형물에 걷는 자리마다 셔터를 누르게 된다.

장난스럽게 꾸며놓은 항동철길역. : ⓒ MK스타일
하늘색 표지 뒤부터 걷기 좋은 구간이다. : ⓒ MK스타일


▶ 봄을 기다리는 수목원의 장면장면들

항동철길은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지지만, 대부분 서울 구로구 오류동 주변이 걷기 좋은 명소로 손꼽힌다. 이유는 항동철길 주변의 푸른수목원 때문이다. 서울시 최초로 조성된 시립수목원인 푸른수목원의 입구는 정문과 후문뿐. 계남근린공원에서 대림역까지 이어지는 구로 올레길 중 산림형 3코스 끝과 맞닿은 후문을 지나치면 정문까지 밖으로 걸어야 하기 때문에 간이역처럼 꾸며놓은 곳을 다 구경했다면 다시 돌아와 후문으로 들어서는 것이 좋다.

서울 광장의 8배 정도의 규모인 푸른수목원은 크기가 넓어 볼 곳을 정하고 움직여야 한다. 계절별로 꽃들이 피어 언제 가도 좋지만 겨울엔 얼어붙어 있는 항동저수지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메마른 낙엽이 띄워진 그대로 갇혀 있는 것을 접사해보기도 하고, 이제 막 조금씩 봄기운이 움트듯 녹은 저수지에 반사된 풍경을 담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메타세콰이아가 줄지어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유리온실도 있다. 햇빛이 종일 들어오도록 지어진 건물은 내부가 환해 사진을 찍기 좋으나 바깥과의 기온 차이로 습기가 어릴 수 있으니 잠시 카메라에게도 적응할 시간을 주며 둘러볼 것을 권한다. 해가 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 나무들, 높게 자란 나무에 핀 꽃들을 클로즈업해 찍으면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결과물에 새삼 놀랄 것이다.

[MK스타일 이진욱 기자/도움말 : 월간 여행스케치/ 사진:김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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