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여행스케치] 그림 같은 초원 위를 걷는다 – 몽골 올레

최초입력 2017.08.02 11:10:37
파란 하늘, 흰 구름과 드넓은 초원이 매력적인 몽골 올레. ⓒMK스타일


“800년 전 제주와 특별한 인연이 있던 몽골에 올레가 열리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6월 17일, 몽골 울란바토르 동남쪽 몽골 올레1코스 출발지인 헝허르(Henhor) 마을에서 열린 몽골 올레 개장식에서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이 밝힌 인사말이다. 그는 “과거의 역사는 슬픔과 아픔의 기록일 수 있으나 오늘날 이곳 올레에서 다시 쓰는 역사는 평화와 우정의 기록이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몽골의 올레는 그렇게 시작됐다.

몽골 올레는 제주 올레의 노하우를 수출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양평 물소리길, 일본 규슈 올레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길이다.

제주 올레 글로벌 프로젝트의 세 번째 길, 몽골 올레 개장식. ⓒMK스타일


제1코스 복드항(Bogd khan)산 - 완만한 구릉의 파도를 건너는 초원 올레

야생화 만발하는 초원으로 유명한 복드항산이 몽골 올레 1코스로 낙점되었다. 시원하게 트인 자연경관이 있으며 집중보호구역으로 사냥과 벌목이 엄격히 금지된 곳이다. 본래 걷기여행이 성행하는 곳이었지만 안내 표시가 된 트레일이 없던 곳이어서 몽골 올레의 첫 코스가 되었다.

출발점인 헝허르 마을은 울란바토르 시내보다 조금 높은 해발 1440m로 몽골 초원에 자리한 작은 촌락이다. 마을 서쪽 들판 1코스 종합안내판 앞을 출발해 첫 번째 언덕의 능선까지는 표고차가 100m 정도 된다. 몽골의 언덕들이 대개 그렇듯 굴곡 없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산등성까지 경사면이 이어지므로 한국처럼 오르내리며 올라가는 표고차 100m보다는 훨씬 가뿐하다. 다만 세찬 바람에 간혹 실리는 작은 흙먼지에 대비하여 멀티두건이나 마스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중간지점인 군즈빌 투어리스트 캠프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투어리스트 캠프란 게르를 기본으로 한 몽골형 관광 야외 숙박시설을 말한다.

제주 올레 고유색인 주황, 파랑으로 표기된 몽골 올레 표시판. ⓒMK스타일


중간지점인 군즈빌 투어리스트 캠프장. ⓒMK스타일


이후의 길도 끝없이 펼쳐진 언덕의 파도 사이를 넘실대며 지난다. 비슷비슷한 땅의 형상과 달리 하늘의 구름은 시시각각 그 모습과 색을 달리하며 거대한 하늘색 도화지 위에 현란한 구름무늬를 그려낸다. 어떻게 흰색 하나만으로 저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눈으로 보면서도 잘 믿기질 않는다. ‘구름의 대지미술’이란 단어 하나로는 표현되지 않은 ‘하늘그린’ 작품을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길은 종착 마을인 톨주를랙 마을에 닿는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로 거대한 하늘색 도화지에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구름은 자연이 만드는 작품이다. ⓒMK스타일


종착점에는 검은 안장을 단 제주올레의 길 표식 ‘간세’가 올레 1코스의 끝을 알린다. 차 타는 곳은 안장 간세가 있는 곳에서 작은 굴다리를 지나 조금 더 가야 한다. 1코스 복드항산을 걸으며 올레 리본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은 북서쪽 45도 방향으로 걷는다는 방향성만 인지하며 걸어도 큰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다만 먼 이국에서 길 안내 리본 하나에 의지하여 걷는 게 불안하다면 GPS트랙을 확보해서 스마트폰 GPS앱을 켜고 걸으면 확실히 안정감 있는 걷기가 가능하다.

제주올레의 마스코트 ‘간세’, 1 코스의 종착점이다. ⓒMK스타일


제2코스 칭기스(Chinggis)산 - 세계자연유산 테렐지 국립공원의 드라마틱한 올레

몽골 올레 2코스는 부동의 몽골 생태관광 1번지인 고르히-테렐지국립공원 안에 열렸다. 테렐지의 젖줄 톨강이 키운 푸른 초지와 기암괴석으로 머리를 올린 칭기스산 언덕을 넘는다. 길을 걷는 동안 압도적인 풍광이 몇 번에 걸쳐 옷을 바꾸므로 지루함 없이 걸음을 잇는 올레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고 진입하면 얼마 안가 시작점이자 종점인 바앙차강 투어리스트 캠프에 버스가 닿는다.

칭기스산 코스는 시작점에서 톨강을 향해 동쪽으로 걷다가 방향을 바꿔 칭기스산 남쪽 기슭을 넘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루트다. 몽골에서 그 귀한 강물이 흐르는 곳답게 다른 곳보다 진한 푸르름의 초원을 만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테렐지 국립공원 속을 걷는 몽골 올레 2코스. ⓒMK스타일


이제는 제주에서도 그 모습이 보기 힘들어진 피뿌리풀을 만나 볼 수 있다. ⓒMK스타일


올레길 중간에서 만나는 ‘어워’는 우리의 성황당과 유사하고 그들의 정신적 상징이다. 몽골인들은 어워를 시계방향으로 세 바퀴 돈 후 삶의 터전인 땅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다른 돌 하나를 얹고 지난다. 몇몇 올레꾼들도 어워에서 이런 격식을 갖추고 지난다.

성황당과 비슷한 몽골의 ‘어워’ 모습. ⓒMK스타일


칭기스산 능선은 표고차 200m 정도를 2km에 걸쳐 천천히 오른다. 역시나 굴곡이 없어 이 정도는 가뿐하다. 걸으면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양, 염소, 소 등의 가축들은 구름처럼 군집을 이루며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이때 가축들 사이에 숨어서 가축을 보호하는 개들이 생각 외로 사나우므로 어디에서건 가축 무리에는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몽골 올레 프로젝트> 몽골을 사랑하는 제주도민 모임인 ‘제몽포럼’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약 1년의 사전 준비과정을 거쳐 개장에 이르렀으며, 몽골과의 문화관광교류 확대를 위해 제주관광공사에서 후원했다. 그리고 (사)제주올레에서 코스 개발 자문 및 길 표식 디자인 등을 지원한 후원 올레의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이곳도 제주 올레의 길 표식을 동일하게 사용한다.

[MK스타일 주동준 기자 / 도움말 •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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