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여행스케치] 가슴 따뜻한 노래가 들리는 곳 – 정선 아우라지

최초입력 2017.08.08 15:22:59
강원도 정선에 아우라지가 있습니다. 아우라지는 기다란 물줄기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는 곳을 뜻하는 강원도 말이지요.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이 생겨난 곳이랍니다. 정선5일장마다 정선읍에 있는 정선아리랑센터에서는 “아리~” 하고 느릿하게 시작하는 아리랑을 여행객들에게 들려줍니다.

아우라지에는 여량(餘量)이라는 제법 큰 마을이 있는데 1980년대 중반까지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유동 인구도 많은 마을이었습니다. 땅이 천 평이면 하늘도 천 평이라는 두메산골에서 논농사를 짓는 마을이었고, 광산업이 활발했을 때는 주점만 300개 정도 있었다니, 여량이란 이름을 가진 연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량역이 지금은 아우라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정선선의 종점인 구절리역까지 가는 마지막 길목에 있습니다. 한때 유동 인구가 적어 폐선 될 위기에 처했는데 아우라지에서 구절리까지 레일바이크를 운행하면서 여행객들이 모여들었고, 이제는 정선의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강원도 정선 여량에 있는 아우라지 역. ⓒMK스타일


아우라지에서 구절리까지 운행하는 레일바이크. ⓒMK스타일


실제로 오래전, 처음 갔을 때 주점을 했던 콘크리트 건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주점마다 방이 서너 개씩 있었는데, 탄광 노동자들이 깊은 막장에서 땀 흘려 번 돈을 들고 그 방에서 아가씨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젓가락 장단에 맞춰 남진이나 나훈아, 이미자 노래를 부르며 고단한 청춘을 불태웠을 겁니다. 이 골목 저 건물에서 젓가락 장단에 맞춰 부르는 사내들의 ‘가슴 아프게’나 ‘고향역’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이뿐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탄광이 문을 닫고 광부들이 떠나갔습니다. 그곳에서 청춘을 팔던 누이들도 떠나 버렸습니다. ‘그 많던 누이들은 다 어디로 떠나갔을까?’ 상상하며 발걸음을 돌렸고, 아우라지로 갔습니다.

아우라지 냇물은 사계절 마르지 않습니다. 물이 많이 흐르거나 조금 흐른다는 차이는 있지만. 물이 많이 흐를 때는 고기를 잡고, 수영을 할 정도로 물이 맑고 넉넉합니다. 자갈밭도 맨발로 걸을 수 있을 만큼 돌들이 곱습니다.

어린 소년, 소녀가 물장난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 아우라지 강변. (정선문화관광과 제공)


그 옛날 수영하며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우라지 냇가로 다가갔습니다.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어서 예전에 느꼈던 운치는 사라졌더군요. 하루에 몇 사람이나 건너 다니는지 알 수 없는 다리, 차라리 나룻배를 운행했으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지도 모르는데……

이런 아쉬움을 토로하던 중 아우라지 다리 위에서 참으로 가슴 뛰는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하천 건너편 다리 밑에서 한 소녀가 나물을 씻고 있는 겁니다. 그 나물이 쑥인지, 미나리인지, 산에서 뜯어온 곰취 나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넋을 놓고 소녀를 바라보던 중 가슴 속에서 먼 옛날에 목이 터져라 불렀던 동요 한 곡이 새어 나왔습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MK스타일 주동준 기자 / 도움말 • 사진 :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발행인,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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