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섬으로] 아담하고 아늑하고 아름다운 섬 - 여수 ’손죽도’

최초입력 2017.08.30 16:45:13
여수 남쪽에 있는 ‘손죽도’는 면적이 채 3km²도 되지 않는 비교적 자그마한 섬으로 대부분이 산지와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깃대봉(242m)을 중심으로 능선이 섬을 두르고 있다. 왼쪽 끝에는 우뚝 솟은 쌍봉이, 오른쪽으로는 낮은 산허리가 선착장 부근까지 이어진다. 바다는 깊게 만입되어 U자 형태를 이루니 더할 수 없이 오붓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손죽도는 전라남도의 ‘가고싶은 섬’에 선정되어 현재 둘레길이 조성 중이다. ⓒMK스타일


여수에서 오전 7시40분 거문도를 목적지로 하는 쾌속선에 오르면 외나로도를 지나고 초도에 못 미쳐 기항하는 섬이 손죽도이다. 소요시간은 1시간 남짓. 섬 날씨는 맑았지만 대신 숨이 막히도록 덥고 습한 기운도 꽤나 느껴졌다. 아침저녁으로 느꼈던 선선한 기운에 혹시나 이른 가을을 기대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여기는 남쪽 섬, 여름의 기세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었다.

마을 주민에게 허락을 받아 초도 초등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펼쳤다. ⓒMK스타일


학교는 선착장에서 6~700m 떨어진 마을 안에 위치해 있다. 잔디가 펼쳐진 운동장 사이사이로 들꽃들이 자연스럽게 피어있고, 교사 역시 낡았으나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초도 초등학교 손죽 분교장은 학생수 1명에 교사 1명,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섬 학교이지만, 1923년에 개교되었으니 9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섬 교육의 산실이다.

마을입구에 있는 큼직한 정자와 뒤편 연못이 참으로 조화롭다. ⓒMK스타일


정갈한 골목 구석구석에, 혹은 돌담너머 바라본 여느 집의 마당까지 오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하여 흐드러지게 수놓아 마치 커다란 화원이 연상되게 한다. 손죽도의 주민 수는 대략 150명을 전후하고, 여느 섬과 다름없이 대부분 노인가구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집집마다 크고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고, 삶의 생기 또한 넘쳐흐른다. 그들의 정성과 섬 사랑에 연신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손죽도는 한옥집 민박도 가능하다. ⓒMK스타일


마을 중앙에는 자연미 그윽하고 황토 찜질방까지 갖춘 멋진 한옥이 자리하고 있다. 7년전 섬으로 들어와 사는 조순오, 김영란씨 부부의 집이다. 생존율 5%의 담도암 환자였던 김영란씨는 남편과 함께 이곳 손죽도에서 풀 밥상과 해조류 그리고 풍욕 등을 통해 암을 완치했다고 한다. 부부의 이야기는 다큐 인간극장을 통해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젠 그들의 집을 찾는 이들에게 건강한 밥상과 밝은 삶에 대한 희망을 건네며 살아가고 있다



큼지막한 데크 전망대에 서서 바라보면 뜨거운 태양 아래 신비스런 소거문도가 지척이다. ⓒMK스타일


선착장에서 시작되는 탐방 코스는 이미 마을 뒷산까지 완공이 되었고, 쌍봉에도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선착장 초입의 나무계단을 오르면 얼마 안돼 산길은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데, 아직은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지 않아서 인지 다져지지 않은 땅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방목 염소의 무리 떼가 놀던 자리를 내어주고 유유히 비켜서면 아랫어미 너머 무인도 반초섬이 반갑고, 갓 지어 앉힌 정자에 오르니 식힐 것도 없는 땀 몇 방울이 쑥스럽다.

손죽도의 상징적 인물인 이대원 장군의 동상 ⓒMK 스타일


이대원장군은 동상은 물론 마을 내에도 장군의 사당을 지어 매년 제사를 지낼 정도로 손죽도에 있어서는 상징적 인물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5년전 손죽도 인근 해상에서 왜구 20여척을 섬멸시킨 혁혁한 전공을 세웠으나 이후 재침공 때 약관 22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당시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이순신 장군은 큰 인물을 잃어 국가적 손실이 크다며 가슴 아파해 섬을 ‘손대도(損大島)’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섬 막걸리 중 손죽도 막걸리의 구수함은 빼놓을 수가 없다. ⓒMK스타일


손죽도 마을에서는 박근례 할머니가 담가 판매하는 막걸리가 유명하다. 과거 육지에서의 술 반입을 엄두도 내지 못한 시절, 대부분의 섬 막걸리는 제사에도 쓰고 마을 사람들이 나눠 마시기 위해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이제는 소주며 맥주며 좋은 술들도 배편으로 쉽게 들어오게 되었지만, 유통기간이 짧은 막걸리는 아직도 몇몇 섬에선 그 전통의 명맥에 의지하고 있다.

손죽도는 머무는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기발함이 섬 곳곳에 숨어 있는 곳이다. ⓒ MK스타일


[MK스타일] 글・사진 : 김민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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