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지성의 원동력 - 세계를 움직인 ‘잡학 클럽’

최초입력 2017.09.11 16:38:17
루나 소사이어티(Luna Society)라는 클럽이 있다. 열 명 정도의 멤버가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뜬 밤에 토론을 위해 모였다 하여 ‘월광회’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징은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조부 이래즈머스 다윈(Erasmus Darwin)을 중심으로 서로 전문 분야가 다르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이다. 같은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면 이야기가 세분화되니 토론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서였다.

멤버 중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는 산소를 발견했고, 제임스 와트(James Watt)는 증기기관의 개량에 성공했으며, 윌리엄 머독(William Murdock)은 가스등을 개발했다. 다른 멤버들도 각각 눈부신 업적을 올렸는데, 18세기 말에서 19세기에 걸쳐 산업혁명을 주도했다는 평을 받는다.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던 발명이나 발견 중 이 클럽 멤버에 의해 탄생한 것이 적지 않기에, 과학사에서도 루나 소사이어티를 특별히 다루어 기록하고 있다.

루나 소사이어티 클럽은 영국의 산업혁명을 주도했을 만큼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MK스타일 / pixabay


20세기에 접어들어 잡학 클럽으로 성과를 올렸던 곳은 미국의 하버드대학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하버드대학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높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점을 안타깝게 여긴 당시의 로웰 총장이 노벨상급의 학자를 배출시키고자 훗날 하버드 펠로우(Harvard Society of Fellows)라 불리는 연구 담화회를 만들었다.

이 클럽의 운영을 위해 각 학부에서 대학원이나 그 이상의 연구자를 선발하여 매주 오찬 파티를 열었고, 로웰 총장은 매번 고급 와인을 기증했다. 멤버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연구에 관한 리포트를 발표하면, 각각 전공이 다른 사람들이 듣고 질문하는 모임이었다. 그러던 중에 노벨상급의 연구자가 등장하면서 대학의 이름을 높였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면 훨씬 높은 수준의 결과물이 나온다. ⓒMK스타일 / pixabay


로터리 클럽도 20세기에 처음 생겼다. 사업가들의 국제적 사교 클럽으로 사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지만, 전문 분야가 다른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끈다. 같은 지부에 같은 사업을 하는 사람은 한 명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모임을 견고하게 하는 큰 요인이었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으면 알게 모르게 서로를 견제하고 의식하게 되므로 좋지 않아서다.

사고학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일본 최고의 이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도야마 시게히코는 이런 모임이 지적인 삶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은 때로는 엄청난 결과물을 내기도 한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하고픈 이야기를 맘껏 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모임을 ‘잡학 클럽’이라 부른다. 정기적으로 이런 모임을 가지는데 일부러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모은다. 같은 업계의 사람들만 모이면 이야기가 피상적으로 흐르기 쉽고, 좋은 게 좋은 거라 넘어가는 일이 많다.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묘한 경쟁심도 일어나지 않고, 서로 모르는 부분을 채워줄 수도 있어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 이 모임에서 얻는 지적 즐거움이 그의 원동력이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도야마 시게히코 (‘지적 생활 습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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