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흙수저에게 묻는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최초입력 2017.10.11 15:37:38
가족이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힘이 되는 존재이면서 때로는 가장 고통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자 혈연으로 묶인 사이이기에, 가족은 한 인간의 성장에 안정감을 주지만 한편으론 감내하기 어려운 시련을 안겨주기도 한다.

가족에 대한 감정의 양면성은 『힐빌리의 노래』 저자 J. D. 밴스가 성장과정에서 느꼈던 가족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통해 단적으로 나타난다. 1984년생인 밴스는 불행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의 엄마는 마약 중독에 빠져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휘둘렀고, 생부는 양육비에 부담을 느껴 밴스가 아기였을 때 일찌감치 친권을 포기해버렸다. 엄마와 사는 동안 밴스는 끊임없이 바뀌는 ‘아버지 후보자들’과 얽히고설키며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려운 환경은 인간을 시련에 빠뜨리지만 극복 능력마저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자포자기에 빠져 문제아가 되어가던 밴스를 구원해준 사람은 바로 그의 할모(외할머니)다. 욕쟁이 할머니 중에서도 돋보일 만한 거친 입담과 무시무시한 성격을 지녔지만, 누구보다 손자를 아꼈던 할모는 밴스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단속하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또한 젊은 시절에는 술주정뱅이에 골초,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였지만, 할아버지가 된 후 과거를 반성하고 술까지 끊었던 할보(외할아버지)는 밴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며, 손자에게 공부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누나인 린지는 밴스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옆에서 지켜주며, 어린 밴스가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누구도 가족을 선택할 수는 없다. 가족은 바꾸거나 버릴 수 없는 존재이다. / pixbay


밴스의 부모는 자녀를 제대로 양육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밴스는 할모와 할보, 누나의 도움으로 체념과 무기력, 폭력과 중독, 그리고 가난으로 얼룩진 힐빌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최고 명문인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의 전도유망한 사업가가 될 수 있었다.

밴스는 말한다. “이들 가운데 누구라도 내 삶의 방정식에 변수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엉망이 됐을 것이다.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성공한 다른 사람들도 내가 겪은 것과 유사한 형식의 개입이 있었다.”

누구도 가족을 선택할 수는 없다. 가족은 바꾸거나 버릴 수 없는 존재이기에, 인생의 뿌리이자 장애물이며 행복과 불안의 근원이 된다. 그렇기에 누구나 가족에게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애증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가족이 있기에 이처럼 불가능처럼 보였던 목표도 성취 가능한 현실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가슴깊이 새겨둘 만하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J. D. 밴스 (‘힐빌리의 노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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