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이해⑦] ‘재현’에서 ‘표현’으로 진화 - 추상미술

최초입력 2017.10.12 16:07:00
많은 사람들이 인물화나 풍경화에 비해 추상화를 어렵게 느낀다. 왜냐하면 추상화는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는 형태를 나타내고 있지 않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작품이 무엇을 그렸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유추해 내도록 하기 때문이다. 애매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추상적이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미술작품을 대했을 때 사람들은 흔히 그것을 추상미술이라고 말한다.

추상미술은 두 가지로 정의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미술가가 형상을 생략, 단순화, 변형시키거나 주관적인 색채를 사용한 미술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형태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을 표현하거나, 감정, 느낌, 생각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표현한 미술이다.

바실리 칸딘스키, 1914, 파리 국립근대미술관 소장 / Wikimedia Commons


19세기 사진의 등장과 발달은 미술가들이 현실을 유사하게 재현하거나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미술이 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하거나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면서, 미술가들은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되었다.

미술의 역할이 사회를 관찰하고,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며, 삶의 진리에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한 한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술가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새로운 표현방식 역시 탐구하게 되었다. 즉 ‘재현’이 아닌 ‘표현’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추상미술의 시작은 인상주의 미술까지 올라간다. 19세기 말 인상주의 화가들은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본 주변 풍경들을 각자 개성 있는 표현방식으로 나타냈다. 또한 뚜렷한 형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빛, 바람과 같은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형태를 생략, 단순화, 변형하여 그림에 나타냈다.

20세기 초반에는 마티스와 같은 야수파 화가들이 색채를 통해 주관적인 생각과 감정을 담아냈고, 피카소와 같은 입체파 화가들은 사물을 다각도에서 관찰한 후 하나의 평면에 조합하면서 사물의 원래 형상을 변형시켰다.

이렇게 추상미술은 현실적인 이미지를 단순화시키거나 변형시키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미술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점점 진화했다. 그리고 20세기 중반에 들어서 형상이 거의 사라진, 그야말로 ‘추상’적인 그림이 탄생하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 Pixabay


구체적인 작품들을 살펴보자. 반 고흐(1853-1890)의 <별이 빛나는 밤>은 정확히 추상미술이라고 할 수 없지만, 추상미술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고흐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밤하늘을 나타냈다.

별들이 마치 소용돌이와 같은 모습으로 반짝이는 밤하늘 모습은 지극히 고흐의 감정이나 생각이 반영된 주관적인 모습이다. 이 작품은 현실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의 감정이나 생각을 개성 있는 색과 선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추상미술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로베르 들로네, <샹 드 마르스: 붉은 탑>, 1911,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 / Wikimedia Commons


들로네(1885-1941)는 다양한 시간과 각도에서 보이는 에펠탑과 주변 풍경들을 입체적으로 나타냈다. 이 작품은 에펠탑 근처의 건물, 나무, 뭉게구름이 있는 하늘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에펠탑 주변의 풍경과 다양한 각도에서 본 에펠탑의 형상을 역동적으로 표현하여 현대적인 느낌을 담아내고자 했다.

피에트 몬드리안, <타블로Ⅰ>, 1921, 헤이그 시립현대미술관 소장 / Wikimedia Commons


몬드리안(1872-1944)은 제각기 다르게 생긴 사물 안에는 공통적인 본질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미술가의 임무라고 말했다. 몬드리안은 사물을 점차 단순화시키고 추상화시키면서 사물의 본질을 찾아내려 하였다.

이러한 단순화 과정을 통해 몬드리안은 최종적으로 빨강, 파랑, 노랑의 3원색과 흰색과 검정색, 수직과 수평의 선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었다. 사물 속에 내재된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타내고자 한 미술적 시도를 통해, 몬드리안은 20세기 추상미술의 선구자가 되었다.

잭슨 폴록(1912-1956)은 20세기 중반 추상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된다. 폴록은 캔버스를 바닥에 두고 그 위를 종횡무진하며 물감을 흩뿌리고 튀기며 작품을 제작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폴록의 작품은 무엇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미술가의 정신세계를 반영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캔버스 위에서 물감을 뿌리고 그려내는 방법으로 예술가의 분출하는 에너지를 표현했다.

추상미술은 ‘재현’의 수단이었던 미술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 미술가의 사상을 반영하는 하나의 통로였다. 20세기 이후의 미술가들은 명확한 형상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감정과 생각들을 추상적인 형태와 색으로 자유롭고 적극적인 표현을 시도하게 되었다.

[MK스타일] 글 / 임민영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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